북갤러리

물질과 의미의 결합, 리차드 민스키
등록일 : 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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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티스트 리차드 민스키(Richard Minsky)는 브라운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의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도서 장정, 작곡, 기타 예술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학계를 떠났으나, 이론 및 응용 경제학 분야의 논저를 꾸준히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북바인딩, 편집, 도서 보존, 웹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8년에 제작한 왼쪽 작품에서 민스키는 직접 염색한 송아지가죽, 금박 장식, 오크, 놋쇠 장식물, 벽지로 제작한 속지, 잉크젯 몽타쥬 그림과 라벨 등을 활용했다. 이 작품은 여행용 트렁크의 느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는데, 목적지 라벨을 붙임으로써 특히 작품의 소재가 된 소설 속의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인생 행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소재로 사용된 책은 에리카 종(Erica Jong)이 1997년에 발표한 소설 Inventing Memory: A Novel of Mothers and Daughters (HarperCollins Publishers, 1997. ISBN 0061091804)로서, 19세기말부터 21세기 초에 이르는 유태계 미국인 가족 여인들의 4대에 걸친 삶의 역정과 비극, 사랑을 담고 있다. 4세대인 역사학자 사라가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삶의 역정을 탐색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사라는 그러한 탐색을 통해 자신이 혼자 키우고 있는 어린 딸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세상에 대한 책임과 자의식을 분명하게 깨달아간다. 에리카 종의 소설은 국내에 다수 번역, 출간되어 있다.



보기와는 달리 이 작품은 상자(박스)가 아니며, 위의 세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텍스트와 장정, 전체적인 구조가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다. 마치 오래 된 사진첩과 비망록을 펼쳐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되어 있는데, 물질로서의 책과 의미로서의 책이 민스키의 손끝에서 온전하게 통합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아래 그림은 민스키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제작한 일종의 시험판으로 아교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든 뒤, 다시 니스를 입혀 광택을 더한 아마포와 마호가니를 주재료로 한 것이다.  

책과 예술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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