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 벙어리 장갑
    일생의 일상 - 이굴기
    최근 날씨가 아주 쌀쌀하다. 아침 출근길,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을지로 입구에서 내렸다. 그럴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미행을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나하고 같은 버스에서 내린 어느 여성의 뒤를 따라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분의 행선지는 어디인지 몰랐고 나는 시청을 지나 남대문-인왕산 ..
  • 분명 무엇인가가 있다 / 12.01.31
    일생의 일상 - 이굴기
      1 아주 어릴 적 외가에 가면 냇물보다 작은 개울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외가마을의 옆구리를 타고 흘러 냇물로 합류했다. 그곳에서 돌을 들추면 드물게 가재가 있었다. 가재는 큰 손을 가지고 있었는데 늘 맹탕의 물만 허우적거릴 뿐 손에 무엇을 쥐고 있는 법은 없었다. 그리고 돌에 ..
  • 토요일의신발들 / 12. 01. 30
    일생의 일상 - 이굴기
    우리 집 현관에도 변화가 무쌍하다. 오전부터 신발은 하나둘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래서 무료한 한낮이면 쓰레빠 한 켤레가 강아지처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짝이라서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저녁이면 하나둘 신발이 다시 모이고 어느덧 다섯 결레가 옹기종기 자리잡..
  • 동그란 것을 위하여
    일생의 일상 - 이굴기
          스님은 둥근 얼굴이었다.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설명하시는 스님의 입이 동그랗게 오므려진다. 둥근 안경, 안에는 동그란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스님의 눈동자 속으로 나의 모습이 둥글게 맺혔을 것이다. 사각의 모양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시계는 둥글다. 스님..
  • 가부좌
    일생의 일상 - 이굴기
      1. 언론을 통해 자주 뵈었던 스님이 세수 80세, 법랍 66세로 입적하고, 해인사에서 다비식이 거행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해인사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내 마음이었을 뿐이었다. 다른 뉴스와 고리타분한 일들이 교대로 쳐들어왔다. 해인사까지 가려면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