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눈 오는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사진으로 한 장 만들었습니다. 올해 들어 눈이 참 징그럽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새벽에 오는 눈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관리사무소 지붕에 쌓인 눈과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것 같은 눈 쌓인 길은 어린아이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해 보입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손에 핸드로숀을 바르면서 저의 왼손을 보니 여기저기에 흉터가 많이 보입니다. 검지 앞쪽 흉터는 학교 다닐 때 매트지 자르다 커터 칼에 난 흉터고 중지 가운데 마디 쪽은 군대에서 유리에 베어서 난 흉터이고……. 여기저기 흉터가 점점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통통하지만 깨끗한 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십여 년이 흐른 지금에는 세월의 흔적이 손에도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두 딸들을 보면 어쩌면 저리 피부가 좋을까?’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큰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그렇지 정말 피부가 깨끗하거든요. 어린 시절엔 눈이 오면 엄마 몰래 밖으로 나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도 참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눈이 오면 ‘어떻게 출근을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군대. 그 지겹고 지겨운 눈은 치우고 치워도 또 내리고 정말 환장할 정도로 내렸던 것 같습니다.
늦은 오후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예전에 술 마실 때처럼 눈이 참 많이 온다.’라는 친구의 말에 20대초 어느 눈 오는 날 밤새 그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마셨던 그날의 술이 생각납니다. 사온 술을 다 마셔서 아버지의 양주를 한 병 몰래 훔쳐 마셨던 그날. 순수할 열정으로 옥탑 방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우리가 지금은 하얗게 내린 눈이 점점 회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또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손에 흉터가 많아지는 것처럼 어쩌면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죄를 짓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친구에게 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