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을 펴낸 엘렌 위트링거 & 옮긴이 정소연 인터뷰
등록일 :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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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주제들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탁월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꾸준히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소설가 엘렌 위트링거의 책이름이 무슨 상관이람(What’s in a Name)』이 정소연의 기획 번역으로 국내에 선보인다. '이름(이름표)'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이 책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은이와 옮긴이에게 직접 들어보자.



 
Q ∥  이 책을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나요?
A (위트링거)    저는 서로를 알고 있으면서도 상대를 일반적인 전형(stereotype)처럼 생각하는 한 무리의 학생들을 보여줄 생각으로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을 썼습니다. 부잣집 여자아이, 축구 선수, 괴짜 등등…….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우리는 종종 사람들을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따라 평가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정말로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이미지를 보고 생각했던 모습과 꽤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요. 특정 무리를 따라야 할까, 홀로 서야 할까? 우리는 정말로 자신이 시늉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일까요? 더하여, 저는, 이 책의 이야기가 이 정체성 탐색의 과정을 반영하기를 바랍니다.



Q
 
이 책을 기획 번역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정)    저는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좋은 청소년 소설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많이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미권의 관련 도서 추천 목록에 나온 책들을 찾아 읽던 중에 이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2010년에 궁리에서 펴냈던 『루나』와 같은 방식으로 발굴한 책이지요.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은 중요한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딱 살면서 마주하는 그 정도의 무게감이었다고 할까요. 또한 여러 인물들에게 자기 목소리가 주어져, 한 명 한 명의 인물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거듭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성소수자 청소년의 고민을 다루되, 이를 여러 청소년들이 각자 경험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고민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Q
 
여러 인물의 목소리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한 십대들 사이의 어색하고 현실적인 대화를 언제나 완벽하게 표현하십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가 떠오르나요?
A (위트링거)    사실 열 가지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쓰는 것 자체가 이 책의 아이디어였답니다. 저는 한 가지 상황을 많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어요. 또한, 학생들의 서로에 대한 생각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냥 들려요. 그리고 전 언제나 대화를 쓸 줄 알았죠. 제 몇 안 되는 재능 중 하나예요. 전 어렸을 때 여려 해 동안 극본을 썼는데, 그 경험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원서가 여러 인물의 목소리로 쓰인 이야기인 만큼, 우리말로 풀어내는 데도 신중을 기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어 번역하셨는지요?
A (정)    아무래도 화자가 열 명이나 되니까, 각자의 목소리를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자가 평이하게 말하고 있기도 해서, 차이를 둔답시고 너무 ‘오버’하지 않고 원문과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이 책을 쓰기 전에 사전 작업을 많이 하셨나요? 어떻게 이렇게 다 다른 인물을 만들어냈나요?
A (위트링거)    제가 아는 십대에 바탕을 둔 인물들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러시아에서 온 가족들이 많이 살고, 제 딸아이의 친한 친구 중에 여러 해 동안 나디아와 무척 비슷했던 아이가 있어요. 저희 가족은 브라질에서 온 교환학생과 4개월 동안 함께 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리카르도의 말투를 구사하기는 쉬웠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각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소설의 전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조금 메모해보긴 했어요. 하지만 사전 작업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내버려둘 때, 인물들이 더 생생해지거든요.



Q
 
이 소설의 주요 갈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나요?
A (위트링거)    제가 살던 동네 근처의 작은 시에서 실제 일어난 일에서 ‘스크럽 하버’와 ‘폴리 베이’ 갈등을 가져왔습니다. 매사추세츠 주 린 시라고, 불황을 겪고 있는 오래된 산업 도시가 있었어요. 여러 해 동안 “린, 린, 죄악의 도시”라는 문구로 유명했죠. 몇몇 시민들이 도시 이름을 “오션 파크”로 바꾸자는 주민투표를 발의했어요. 오래 살았던 린 시민들이 자신들이 자란 장소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는 실패했고요.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아나선 십대들에 대한 이야기의 배경으로 꼭 맞겠다 싶었어요.







Q
 
이 소설 속 인물 중 누구와 친구가 되고 싶나요? 이유는요?
A (위트링거)    저는 조지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아마 오닐에게 반해 있겠죠. 그러니까, 이 책에서는 크리스틴의 저의 또 다른 자아랍니다. 저는 늘 특이한 친구들을 좋아했죠. 그런 아이들이 저한텐 제일 재미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런 것 같네요.

A (정)    저는 그레첸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학창 시절의 저는 그레첸 같은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했거든요. 열 명 중 어느 쪽이냐 하면, 저는 역시 오닐 같은 아이였던 것 같아요.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반적인 전형’ 속에 숨겨진 그레첸 같은 아이들의 다른 면을 잘 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레첸 같은 친구를 좀 더 잘 아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뭐, 노력해봐도 결국 성격이 서로 맞지 않아 별로 친해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요. 조지와 그레첸처럼 으르렁거리는 관계로 끝날지도 몰라요!



Q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이 있을까요?
A (정)    엘렌 위트링거의 대표작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Hard Love)』이 한국에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엘렌 위트링거는 꾸준히 좋은 책을 쓴 중견 작가인데, 아쉽게도 한국에는 거의 소개가 안 되어 있어요.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은 레즈비언 소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추천하고 싶어요. 역시, 요전에 냈던 『루나』도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같은 나이 대 청소년기의 성정체성을 소재로 했으나,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책이기 때문에 꼭 같이 권하고 싶어요.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은 온화한 책이에요. 우리 모두가 항상 정체성 문제를 ‘목숨 걸고’ 고민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요. 성장은 때로 완만하게 천천히 일어나고, 변화나 성장에 수반하는 고통의 정도는 사람마다 달라요. 저는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의 멋진 면이 바로 이 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고민해도 괜찮고, 지금 당장 답이 나오지 않으면 손에서 놓아도 되고, 굉장히 심각해야 할 것 같은 문제라고 꼭 비장하고 우울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잖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청소년기의 정체성 고민에는 생 전체를 뒤흔드는 실존적 측면이 분명히 있고, 밖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 이면에 얼마나 큰 고민 덩어리가 숨겨져 있는지를 타인들은 간과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에요. 『루나』는 그 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러니 두 책을 읽어 보면, 성장, 정체성, 관계 같은 여러 주제들을 다양한 감정선의 맥락 속에서 재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 소설로는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창비청소년문학 55, 송경아 저)을 추천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나온 신간인데, 한 남자를 동시에 좋아하게 된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고3인 성준이 대학생 누나를 집에 데려다준 형에게 반하는데, 하필(?) 누나도 그 오빠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예요. 한국 독자들에게 실감나게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요.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과 비교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거예요.



(* 이 인터뷰는 지은이 엘렌 위트링거의 홈페이지에 있는 작가 인터뷰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궁리 편집부에서 진행한 옮긴이 인터뷰를 적절히 편집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작가 인터뷰의 우리말 번역을 맡아주신 정소연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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