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을 펴낸 물리학박사 고의관
등록일 :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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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와 첫 인사를 짧게 부탁드립니다.
A ∥  반갑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자리가 무척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해서 말이지요.
수학책을 선보여서 수학을 전공했을 거라 많은 분들이 예상하겠지만, 저는 물리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요, 지금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20년 넘게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 물리학을 오래 공부하셨는데, 이번에 펴낸 책이 수학책입니다. 어떤 계기로 책을 집필하게 되셨는지요? 

A ∥  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자신 있게, 즐겁게 공부했던 과목이 수학이었습니다.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택해 지금껏 지내왔지만 가끔은 수학을 통해 가졌던 자신감을 떠올리며 ‘그때 수학을 전공할걸’ 하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동경이 있었기에 이렇게 수학책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는, 예상 밖의 일도 제게 생긴 것 같습니다.

업무상이나 다른 일로 학생들과 만나 수학과 과학 이야기를 나눌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학생들이 가르쳐준 내용만 습득하려 할 뿐 스스로 알아내고 탐구하려는 모험심이 부족하단 걸 알고 놀랐었습니다. 특히 생각하는 힘이 상당히 부족했어요. 전혀 생각할 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요. 그런데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면, 아무리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한들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 등 요즘의 사회 풍속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학원문화에 익숙해진 세태를 반영한 것인지,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려고만 할 뿐 학생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주는 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이 저는 늘 안타까웠습니다.

머릿속에 든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필요할 때 그 지식을 끄집어내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은 죽은 지식에 불과합니다. 책의 서문에 언급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끄집어내는 회로망, 전문용어로는 뇌의 스키마가 형성되어야 수학공부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로망은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한 볼프만 폰 괴테가 남긴 문구 하나가 저의 의도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내 활동을 키워주지도 않고 내게 직접 활기를 불어넣지도 않으면서 단지 내게 가르치려고만 하는 모든 것을 나는 증오한다.”
 
 

Q ∥ 책의 구성이 독특합니다. 한 인물이 수학적 증명을 도출해내기까지, 미분, 적분 같은 수학개념을 이해하기까지,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작용을 그대로 따라 엿보는 구성입니다. 이러한 구성에 어떠한 의도가 있으셨는지요?
A  시중에 나와 있는 수학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학습서나 전문서 등 진짜 수학서적이죠. 이런 책들의 단점은 수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어렵다는 점이지요. 또 다른 유형은 그런 딱딱하고 어려운 점을 모두 걸러내고 가벼운 수학적 상식만을 전달하는,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수학책입니다. 이런 부류의 책은 상식은 넓힐 수 있을지언정 제대로 된 수학을 전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두 유형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면서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존의 수학책들을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적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면서 동시에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통해 ‘달과 지구의 충돌 시간’을 구하는 다소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꾸민 것이 이 책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안점은 수학적 생각의 탄생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학문도 그러하겠지만 수학의 모든 이론도 생각의 진화를 거쳐 완성된 것입니다. 수의 탄생을 기반으로 새로운 발상이 나오고, 그렇게 지식이 발전을 거듭하며 서서히 이론이 정립되어 갑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미분과 적분의 내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사실에서 생각의 싹이 터서 단계적으로 성장과 분화를 거쳐 얻어진 결과물입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절대 아니거든요.

이 점에 착안하여 생각이 진화하는 과정 그 자체를 책의 전체적인 틀로 구성하였습니다. 달이 추락하여 지구와 충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가속도라는 개념이 필요하고, 속도에서도 순간적으로 변하는 속도를 구하려다보니 자연스레 미분이 도출되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속도의 정보로부터 움직인 거리를 구하면서 적분이 탄생하는 식이죠. 무엇보다 이야기를 풀면서 습득된 정보들을 활용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즉 지혜가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그러한 의도로 책을 쓰다 보니 기존의 책과는 전혀 다른 구성이 되었습니다.
 
 

Q ∥ 수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  글쎄요, 수학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겠습니다. 알기 쉽게, 이 책의 주제인 달과 지구의 충돌시간을 구하는 문제를 살펴보죠. 책에서는 삼각함수와 미분과 적분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꼭 이 방법만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이 해법과는 다른,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색다르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답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해법이 꼭 한 가지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자기만의 수학 이론을 스스로 창안해내서 해결할 수 있어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도 3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즉, 300명의 수학자가 각자 300가지의 다른 세계를 창조해서 증명한 셈이죠. 따라서 달과 지구의 충돌시간도 미분과 적분이 아닌 오직 자신의 생각만으로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창조해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수학에 빠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생소한 문제를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활용해서 해결할 때의 기분. 상상과 유추를 통해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지식들을 적절하게 연결하여 해결할 때의 기분. 그때의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해결방법이 비록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어도 그 방법을 스스로 창안해서 찾아낸 것과 해답을 보고 안 것과는 천양지차이입니다.

또한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경험하는 카타르시스는 대단합니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더욱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나만의 수학세계를 창조하여 해결할 때, 온몸에 전율이 휘감습니다. 마치 게임에서 단계별로 정복해갔을 때의 느낌과 같지만 강도는 비교 불가가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문제가 풀렸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에 사로잡혀 수학에 중독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Q ∥ 선생님의 원고뭉치를 보고 아주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손으로 쓰고 그려나간 수학 그래프와 시각화 그림들을 보고, 수학에서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는 걸 알습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으로 봐도 되겠지요?
A  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지요. 그에게 갈기가 있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는 등 사자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한 후 그리라고 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요? 아마도 전혀 사자답지 않은 그림을 그리지 않을까요? 진실은 사자인데 엉뚱한 그림의 탄생, 이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글로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인간은 시각적인 것에 더 반응도 빠르고, 이미지로 정리해야 이해도 더 잘됩니다. 그런 점에서 추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수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그림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그림의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일까요? 시각적 이미지나 공간적 관계 등을 이용해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하는 능력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논리 등을 통한 분석적 사고도 필요하지만 이것에 편향될 경우 생각이 고착화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히려 시각적 이미지로 상상을 자유롭게 할 때 유연한 사고가 형성되어 창조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되지요.


Q ∥ 수학에 여러 분야가 있는데, 특히 관심이 더 가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그 이유는 또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수학을 부전공으로 해서 집합론, 선형대수학, 추상대수학 등 나름 수학의 여러 분야를 섭렵하긴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의 저편에 배웠다는 흔적만 남아 있지만요. (웃음)

제가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과목은 추상대수학이었어요. 진짜로 추상적인 내용이라 무엇을 얘기하는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거든요. 물리를 전공으로 했기에 당시에는 수학에 관심이 덜했다는 얘기가 핑계가 될 수는 없겠지만요. 어쨌든 수학 전공자가 아니라 각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저는 물리와 연관성이 많은 수학 분야에 줄곧 관심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제인 미분 역시 물리학 분야에서 운동의 법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분야이기도 하고요. 그런 관심은 지금도 계속되는지, 해석학 쪽에도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Q ∥ 이 책을 어떤 분들에게 권하고 싶으신가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삼각함수와 미분과 적분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이죠. 하지만 저는 일반인들도 꼭 권해드리고 싶네요. 제가 쓴 책이라 그렇게 얘기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유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저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보니 몇 차례 가는 길도 내비게이션 없이는 찾아가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돌이켜보니 운전을 하면서 길에 대해 고민하거나 생각한 적이 없더라고요. 한마디로 저는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수동적인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앞서 언급한 괴테의 말과 연결지어보면, 내비게이션은 길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키워주지 않고 가르쳐만 주었기 때문에, 저의 뇌는 그것에 길들여져 있었던 거죠. 이 사례 하나로 확대 해석하는 건 무리겠지만 이러다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멍청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갑자기 생기더군요.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이 책은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세상에 살면서 생각하는 법을 잃어가는 많은 분들에게 생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어떻게 생각을 도출해내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문제를 분석하며, 이를 어떤 논리로 접근할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하며, 그리고 얻어진 정보를 이용해 유추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전반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수학문제를 푸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에 살면서 맞부딪힌 문제 해결의 지침서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 분들에게 요청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마 책의 첫부분은 쉽게 읽힐 테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유치원생에게 사칙연산을 가르치면 어떨까요? 쉽게 습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방정식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유치원생이 초등학교를 거치면 방정식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사칙연산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생각의 진화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에 단계적인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했을 때에는 다음의 부분도 쉬울 것입니다. 뒤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분명 앞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일 것입니다. 사실 뒤의 내용도 어려운 것이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숙독하며 생각하면서 읽어나갈 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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