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을 쓴 장영민 인터뷰
등록일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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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독자들에게 첫인사와 함께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을 쓴 장영민이라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었고요, 지금은 경영학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이 별로 안 맞는 것 같아서 문과를 택했었는데, 결국 수학 곁을 떠나지 않고 있군요.

제가 쓴 책은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봤던 수학 공식들, 수학 개념들이 왜, 언제, 어디서, 어쩌다가 만들어져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학생들을 괴롭히는지 서술해낸 것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이란 게 대부분의 사람에게 쉬운 것이 아니고 숙달되려면 시간과 노력을 꽤나 투자해야 하는데, 일단 뭔지 제대로나 알고 시작하자는 거죠. 수학책을 저술한 많은 분들은 이미 수학이 어렵지 않고 두렵지 않은 전문가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문 수학자가 아니기에, 그리고 여전히 수학을 어려워하고 있기에 “일반인”의 입장에서 책을 써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더 와닿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우식’이라는 인물의 불평불만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수학을 처음 접했을 때의 어려움과 분노(?)를 우식이라는 캐릭터에 담았죠. 이런 아들을 보는 우식이 아빠 ‘불량아빠’가 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백방 노력하는 설정으로 책은 전개됩니다.

‘불량아빠’는 저처럼 수학전공자가 아닌 터라, 고등학교 수학을 역사와 배경 중심으로 새롭게 들려주고 아들에게 조언도 해주는데, 실제로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이 책을 읽고 토론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 경영학 박사과정중에 계신데 고등학교 수학책을 쓰셨습니다. 어떻게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A ∥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석사과정에 있을 당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졸업 후 취미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시작하게 됐습니다. 유학 당시 멋모르고 수강했던 박사과정 수업이 기억에 남는데, 수학을 바탕으로 한 경제학 과목이었습니다. 그때 독일에서 온 친구와 숙제도 하고 시험공부도 하게 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같은 내용의 수학인데, 배운 방식이 우리와 다른 것 같더군요.

수학계산을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할 정도로 느려서 얼핏 내용을 잘 모르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외우고만 있었던 것들을 하나의 스토리처럼 기억하고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근의 공식도 우리처럼 바로 “마이너스 b 플러스 마이너스… 이렇게 기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해과정을 통해 습득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배운 학생들과 우리의 차이는 그들은 그렇게 배운 수학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아니면 저만) 그저 외워둔 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나중에 수학을 창의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 같고요.

사실 수학의 역사나 배경을 설명하거나 수학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책들은 국내외에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고등학교 수학의 교과과정에 맞춰 이런 설명을 해주는 책은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가 인생에서 수학을 배우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괴로웠던) 마지막 시점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의 교과과정이 문제풀이에만 치중되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수학에서는 문제풀이가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 수학교육이 1960-70년대 이 점을 간과해서 문제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마다 수학을 대하는 데 있어 그 성향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숫자와 기호만을 보고도 영감을 떠올리고 재미를 찾아내지만, 저처럼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이게 왜 나왔는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하면 뭐가 좋은지?” 등에 대한 배경과 맥락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궁금증이 풀린 후에야 비로소 방향을 잡고 (고난의)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아쉬웠던 점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책으로 엮을 내용들이 모아졌습니다.


Q ∥ 수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고등학교 다닐 당시 수학을 공부하던 방식(우리나라 수학교육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수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특별히 어디에 중점을 두어 공부하셨는지요? 선생님만의 수학 공부법이 궁금합니다.
A ∥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수학교육은 재정 등 여러 조건이 풍족하지 않은 점을 비춰보면, 그 결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률적인 교육의 대상이 수학 중상위권자에만 맞춰져 있다는 느낌인데, 재정이 넉넉하다면 맞춤형 교육도 하고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 지금 정도의 성과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생들 개개인들이 우수한 점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만.

수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거나 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느낀 것은 고등학교 때 수학문제들을 많이 풀어봤던 것이 도움이 되더라는 점입니다. 수학의 배경과 맥락을 알게 되면서 ‘아, 이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던 것도 우리나라식 교육과정을 통해 문제를 꽤 풀어봤기 때문이 아닐까요? 불만이 많은 우리나라 교육방식이지만 결국 그 덕을 본 것이라고 해야겠네요.

저만의 수학 공부법에 대해 물으신다면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수학을 잘했어야 말이죠. 전문 수학자도 아닐뿐더러 그나마 학창시절 수학을 탁월하게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고생하며 배우고 있구요. 이 기회에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제가 그나마 (책을 통해) 몇 마디 할 수 있는 내용은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얼굴에 철판 깔고 수학자인척 한마디 하자면, 수학이란 것이 쉬운 것에서부터 차례로 누적되어 단계단계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의 경우 다른 필요에 의해서 미적분과 기초적인 해석학 정도만 확실히 하려다보니 아예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시 올라가면서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책도 나오게 됐습니다.


Q ∥ 수학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이게 수학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역사책이나 소설책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아마 그런 느낌이 드셨던 건 수학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있어서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래와 과거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미래.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수학 볼 일이 많아질 겁니다. 수학을 통한 정보기술의 발전이 결국 수학을 보다 넓은 분야로 확장시키고 있고 또 학문적인 영역뿐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 머지 않았습니다.

요즘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경영학에서 예를 하나 가져오자면, 고객의 반응(인터넷 댓글, 불만전화 등)을 기록하고 저장하여 컴퓨터가 학습하면서 판단력을 점차 개선하는 기초적 형태의 인공지능을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조건부 확률이 조금 확장된 Naïve Bayes Model이라는 것인데, 수학을 이용하여 문서(예를 들어 고객의 댓글)를 분석하고,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지, 원하는 게 뭔지 등을 컴퓨터가 알아서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직접 문서를 읽고 판단하던 지극히 인간적인 일을 컴퓨터가 해내는 거죠. 이런 기법들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개인 컴퓨터에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할 수 있어서 당장 동네 치킨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개인 수준에서 데이터 활용기법을 정리한 『스마트 데이터』라는 책이 이미 번역되어 있더군요.)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제대로 알고 졸업한 치킨집 사장님은 보다 효율적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둘째 과거.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의 배경을 들춰보면서 느끼게 된 것인데, 엄밀하고 냉철하다는 수학이란 것도 보면 볼수록 인간적이라는 점입니다. 안 배워서 그렇지 알고 보면 별거 아니란 얘기죠.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의 개념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모두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론 실상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허풍쟁이 카르다노(고차 방정식), 소심하지만 뒤끝 있는 뉴턴(미적분, 방정식 이론 등),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평생 자기 잘난 멋에 도취해 살았던 데카르트(평면좌표), 어릴 때 말썽꾸러기였던 배로(2차 방정식, 미적분), 괴팍한 코시(극한), 범생이 오일러 등 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재밌는 일화도 많고요.

예를 들어 뉴턴이 미분 수학기호를 어렵게 쓰는 바람에 영국 수학이 100년 정도 정체되기도 했죠. 우리도 처음 수학기호만 보고 괜히 어려워했는데 천재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겁니다. 그리고 - 제가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인데 - 영국, 프랑스, 독일이 제일 먼저 미적분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 수학 그 자체보다는 종교,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서였다는 사실도 수학이 신의 영역에 있는 신비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튼 이때 적극적으로 미적분을 도입했던 영국, 프랑스, 독일은 강대국이 되었고, 종교적인 이유로 그렇게 못했던 이탈리아는 점차 뒤쳐졌습니다. 그야말로 “수학은 국력”으로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이 나라의 운명을 가르기도 했었던 겁니다.


Q ∥ 특별히 좋아하는, 관심이 더 가는 수학자가 있으신가요? 수학 중에서도 어떤 분야를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 아마도 제가 수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뉴턴이 미적분을 발명할 수 있었던 토대를 마련한 존 월리스가 당장 생각납니다. 영국 왕립학회를 세계적인 기관으로 만들기도 했고 수학보다는 과학의 토대를 닦은 사람인데, 수학의 실용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 사람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수학자 중 가장 수학자답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엄밀한 증명보다는 수학의 문제해결 기능을 중시함으로써 수학의 금기를 깨버린 사람입니다. 재미있게도 그랬기 때문에 미적분을 도입하고, 수학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결과적으로 수학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떤 수학분야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네요. 이런 질문은 전문 수학자들에게 더 어울리는 질문이 아닐지... (웃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아직도 수학을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수학자가 아닌, 고등학교 수준을 조금 넘어서는 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입니다. 수학보다는 기업, 경제 등 사회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논문을 이해하고, 뭔가 제 주장을 하려니 수학이 필요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분야의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수학을 지금보다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A ∥ 중학교 수학을 마친 우리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기 전에 큰 그림을 보도록 하자는 의도로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독자가 ‘아, 이제 고등학교 수학을 다 이해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제가 책을 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고등학교 수학을 접하지 않은 독자가 가볍게 읽어보고 ‘뭐 그런가보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후에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접했을 때 “아, 그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저로서는 대만족이고요. 같은 맥락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이미 마친 독자들에게는 그때 고생하면서 배웠던 수학이 어떤 의미를 가졌던 것인지를 전해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인터뷰 초반에 책이 고등학교 수학이 뭔지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는 의도로 쓴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가보다’ 이런 반응이면 충분하다니 조금 모순적으로 들리실 수도 있겠네요. 고등학교 수학이란 것이 큰 그림을 아는 상태에서 각 개념의 이해와 그에 따른 문제풀이가 병행되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인데, 국내 교과서와 참고서가 고등학교 수학의 90% 정도인 개념이해와 문제풀이를 책임진다면, 나머지 10%를 채우고자 한 것이 제 책의 의도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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