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2>를 펴낸 이학박사 고의관 인터뷰
등록일 :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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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1권을 펴낸 지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A  ∥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흐름이랄까, 패턴이 고정화된다고 하죠.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하는데, 굳이 과학을 운운하지 하더라도 살아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어요. 새로운 길보다 기존의 사고흐름을 자꾸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고정관념이 도드라지게 되고, 그래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고인 물이 섞는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저도 그것을 피하고 뇌에 활력(?)을 주려고 제 삶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근무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게 또 하나 있는데, 시간이 전보다 빨리 흐른다는 겁니다. 물론 느낌상으로요. 그렇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기억할 게 없어서라고 하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 적다보니 기억할 게 없어서 어느 순간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른다고 합니다. 그 점에 비추어보면 요즘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 제 삶에 기억할 내용이 많았네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참 더디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분명 힘들었지만 긍정 마인드를 유지하며 본연의 일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Q  이 책에는 종관과 지민이라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들려주세요. 종관이 실제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A  ∥ 수학이 어렵고 힘든 과목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일 거예요. 하지만 교과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 수학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그러다보니 공부는 해야겠고, 결국 무미건조하게 그저 공식 암기나 유형별 문제풀이로 답만 맞히는 데 집중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일 겁니다. 그러한 캐릭터를 지민이라는 인물로 설정했어요.
그 반대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요? 소수이겠지만, 수학의 맛을 조금이라도 알기에 재미있게 공부를 하는 유형일 겁니다. 종관이는 실제로 제 처조카인데 어렸을 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망라해서 활용하는 모습이 여느 학생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인지 노력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두 캐릭터가 하나로 뭉쳐지면 대단한 수학적 내공을 지닌 소유자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상반된 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설정해서, 각자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극복해나가는 여정을 글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독자분들도 두 유형 중 하나를 자신의 분신으로 삼아 읽으면서 스스로의 단점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편은 수열과 조합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학 분야에서 수열과 조합(넓게는 확률과 통계)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궁금합니다.

A  ∥ 수학은 누가적(累加的)인 학문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발견은 기존의 지식을 폐기하는 일이 없이 더해지기만 한다는 것이죠. 로그, 삼각함수, 미분과 적분 등 태생은 다르더라도 이들은 수학의 세계에서 서로 공존하며 더 나은 수학체계를 완성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열, 조합의 개념도 기존의 수학 지식에 살을 덧붙였을 뿐, 기존의 수학을 토대로 더욱 완성도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야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봐야겠죠.



Q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조합이라는 개념이 수열과 이항정리와 연결되는 지점을 세심히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합, 수열, 이항정리. 서로 개별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참 신기했습니다. 이런 연계성은 어떤 이유 때문에 나타나는지 궁금합니다.

A  ∥ 방금 한 질문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는데 수열, 조합 등이 분명 다른 발상에 의해 이뤄지긴 했지만 수학의 세계에 허용되었기에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허용, 달리 표현하면 허락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수학의 세계와 공존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생명체와 같아서 새롭게 발견된 이론을 포용해서 기존의 이론들과 서로 공유하며 그물망처럼 엮이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이론은 도태되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고요. 고교 시절에 배우는 수학의 교과내용, 수열, 조합, 이항정리, 삼각함수, 로그, 미분과 적분 등은 살아남은 이론들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서로 개념은 다르더라도 수라는 세계에서 탄생한 근본이 같으므로 연결고리가 분명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그런 과정까지 가르치고 있지 않아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령 복소수만을 보면 그저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허수를 정의한 범위에서 문제만 푸는 기계적인 교육만을 시키지 복소수가 수학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 나아가 자연계를 설명하기 위해 어떻게 사고를 확장하였는지에 대해서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이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은 아닐까요?



Q   이 책에서 다루는 ‘행운의 카드 문제’는 언제 처음 접하셨고, 어떻게 이 문제를 가지고 책을 쓸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  저는 대학 때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수학 과목도 많이 수강했습니다. 그런데 확률은 약간 무시해서 눈여겨보지 않았죠. 그러다가 한번은 친구가 확률에 관한 시험을 보고 저한테 질문을 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그때 전혀 의미를 알 길이 없던 단어가 generating function이었습니다. 그것이 생성함수임을 알고 나중에 독학으로 공부를 했고, 그러면서 이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이 문제는 고교 수준의 수학지식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는데, 대신 수열, 조합, 이항정리 등 여러 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까다로운 점이었죠. 관건은 이들 지식을 어떻게 엮어 지혜로 발휘하느냐였어요.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2편을 준비하면서, 이 한 문제를 풀면서 수학의 기본 지식과 여러 영역들 간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레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또 책 한 권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Q   ‘행운의 카드 문제’는 난이도가 제법 있습니다. 종관과 지민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3개월(?)가량 걸렸어요. 이 문제 하나 푸는 데 책 한 권이 통째로 들어갔으니 짐작이 가죠. ^^
혹시 이 책을 읽어나갈 분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더불어 이 책에 나오는 풀이법 말고도 다른 풀이법이 있겠죠?

A  ∥  앞서 수학은 누가적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지식 체계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단순한 덧셈의 계산을 어떻게 하면 쉽게 계산할 수 있을까?’ 그 의문점을 해결하면서 등차수열의 합의 공식을 유도하게 되죠. 그리고 더 복잡한 수의 계산을 처리하기 위해 습득한 등차수열의 개념을 발전시켜 계차수열을 알게 되고요. 이렇게 지식은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행운의 카드 문제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은 생각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길고, 단계를 밟아야 가기 때문에 중간을 건너뛰면 이해가 어려워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정 자체는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차분하게 진행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른 풀이요? 칸토어가 ‘수학의 본질은 자유로움에 있다’고 했듯이 수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유로운 학문입니다. 누구나 새롭고 참신한 발상을 통해 기존의 해법을 뛰어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해법은 독자분들이 찾아줬으면 해요. 그리고 저에게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다른 해법은 제가 몰라서요. 하하하.



Q  요즘에도 수학문제를 즐겨 푸시나요? 그리고 주로 어떤 방법으로 수학적 영감을 얻으시나요?

A  ∥  요새는 수학자들이 이뤄낸 업적에 관련한 서적을 탐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수학의 난제인 리만의 가설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을 읽노라면, 그 과정에서 수학자들이 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아이디어를 창안해내는 과정을 보면 신기함 이전에 경이로움이 앞서거든요. 그리고 그런 선인들의 지혜를 어떻게 책으로 담그는 것이 좋을까 하는 그런 고민도 함께하면서요.


Q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  제가 쓴 두 권의 책의 공통점은 알고 있는 지식을 지혜로 발현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아마도 제 책의 독자분들 다수는 학생들일 텐데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학 지식을 쌓기만 하지 말고 이들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자꾸 연습해 보라고요. 그러한 길을 가는 절대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하나의 팁이라면 너무 쉬운 문제보다 약간은 난이도 있는 문제를 풀어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한 시간이 되었든 하루가 걸리든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풀어보세요.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놀라운 결과가 여러분에게 보답을 하게 되니까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의 하나같은 공통점을 꼽는다면 문제를 푸는 평균 시간이 보통의 학생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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