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사회, 법정에 서다>를 펴낸 현직 판사 허승 인터뷰
등록일 :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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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고등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승 판사라고 합니다. 재판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문제가 너무 많지만 존경하는 선후배 판사님들과 훌륭한 변호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해결하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Q ∥ 이번에 펴낸 책 『사회, 법정에 서다』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 이 책은 법을 주제로 한 인문교양서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법을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여겨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법을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서 가급적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법은 기본적으로 건전한 상식과 도덕에 기초한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 법률이나 판례도 있지만, 그 역시 나름의 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논거에 찬성하느냐 또는 반대하느냐는 다른 문제이지요.

저는 이 책을 외국의 사례나 법률이 아니라 현재 국내법에 근거하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분쟁 사례를 소개하고 법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썼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법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고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법률문제는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특히 기본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생각하면 사람들 사이에 생각이 달라지는 지점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 수 있고, 그때부터 양측의 논거를 하나씩 살펴보면 의외의 지적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에 분양받은 강아지가 차에 치이는 바람에 동물병원비가 100만 원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이 문제는 ‘손해란 무엇인가’라는 얼핏 생각하면 쉽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질문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 책에 나와 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Q  긴 시간 동안 책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나요? 집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 또는 재미있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A ∥ 아주 우연한 기회에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국방부에서 주최한 고교생 모의군사재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심사를 했습니다. 모의군사재판이니 최소한 형사재판의 형식은 갖춰야 하는데, 출전팀 중 일부가 형사소송법의 기초적인 내용을 오해하여 나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형사소송법의 기초적인 내용을 몰라 탈락하는 여러 팀을 보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는 항상 시험이 끝나고 나면 출제위원 교수님들께서 직접 고시계와 같은 잡지에 채점평을 기고하곤 했었는데요, 저도 고등학생들에게 모의재판을 준비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고교독서평설에 모의군사재판의 채점기준, 모의재판을 준비할 때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절차 등에 관한 채점평을 투고했습니다. 얼마 후 독서평설로부터 법과 관련된 글을 연재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고,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독서평설에 글을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의 집필이 시작되었습니다.


Q ∥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집필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 모의재판 심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판사들이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감형을 해준다는 비판은 조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법원 판결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줄어들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 건전한 비판을 통해 법원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 법원 판결을 오해하는 학생들이 많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법에 관한 좋은 교양서적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용서적이나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사례, 또는 외국의 사례를 소개한 책들은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 법원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분쟁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그와 같이 해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책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판결도 나름의 근거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법원은 남성만 종중원으로 인정하고 여성은 종중원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성만 종중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떤 합리적인 논거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성씨와 무관하게 여성과 남성 모두를 종중원으로 인정하면, 1세대가 지날 때마다 개인이 속한 종중이 2의 제곱배로 늘어나게 되죠. 나는 아버지 종중과 어머니 종중의 종중원이 될 테니까요. 물론 남성만 종중원으로 받아들이는 결론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냐는 다른 문제이죠. 이처럼 모든 분쟁에는 대립하는 주장이 있고,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재판의 어려운 점은 양측 주장이 모두 타당해도 결국 한쪽의 결론이 더 옳다는 결론을 내려야하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듣고 스스로 결론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Q ∥ 책 속에는 우리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다양한 법적 갈등의 문제(이슈)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 글감을 선별하셨나요?
A ∥ 약 2년에 걸쳐 글을 쓰다 보니까 제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형사재판을 담당할 때는 아무래도 형사와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가고, 민사재판을 담당할 때는 민사에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갔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이 글을 쓰게 된 주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논리적으로 고민하고 가치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주제를 우선적으로 고려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 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Q ∥ 많은 이들이 법에 대해 어려워합니다. 판사님이 생각하시기에 법의 어려움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요? 법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 법률에 쓸데없이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손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죠. 수능시험을 보러 가는 날 교통사고가 나서 시험을 보지 못했다면, 일상생활에서는 ‘교통사고로 시험을 보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그와 같은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법에서 ‘손해’를 따지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함입니다. 즉, 금액으로 특정을 해야 하는 것이죠.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손해가 무엇인지 따져보기 시작하면 과연 어떤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법이 하나의 큰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돈을 빌려가서 갚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보죠. 친구가 제게 돈을 갚아야 한다는 점은 민법에 나오죠(사실 공부하지 않고도 당연히 알 수 있는 내용이죠). 그런데 소를 제기하고 증거를 제출하여 승소판결을 받는 과정은 민사소송법을, 그 승소판결에 기해 후배 재산에 집행하는 문제는 민사집행법을 봐야 합니다. 이렇게 매우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실제로 해결을 하려면 여러 법을 공부해야 하니 법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있다면요?
A ∥ 과학 분야, 그 중에서도 생물학과 관련한 책을 좋아합니다. 제임스 D 왓슨의 『이중나선』을 읽고 나서 생물학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일하 교수님의 『생물학산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그 책에 감명 받아 제 책 제목도 ‘법학산책’으로 하려고 했었습니다.


Q  이번 책이 첫 책입니다. 앞으로 허승 판사님만의 시리즈 목록을 만들어가도 좋을 듯한데요. 더 집필하고픈 주제가 있다면요?
A ∥ 우선 이 책이 어느 정도 반응을 얻어서 ‘사회, 법정에 서다 2’를 쓰고 싶네요. (웃음) 이 책을 쓰면서 저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결론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이와 유사한 형식의 책을 계속 쓰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완전히 중학생, 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책도 쓰고 싶습니다. 법과 정치 또는 경제 교과서와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추상적으로 다루어지는 개념이 실제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있으면, 학생들이 법에 관심도 가지게 되면서도 깊이 있고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조금 전문적인 분야의 교양서적을 쓰고 싶습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한 법 문제, 예컨대 공정거래법, 세법이나 법경제학 관련 분야의 책을 쓰고 싶습니다. ‘사회, 법정에 서다’에서 한 꼭지로 다루었지만, 이 분야는 경제학과 법학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 생각할 문제가 정말 많이 있거든요.


Q ∥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법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법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할지 고민되는 독자들도 한번 읽어보면 실제 법정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 법률가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허승 판사의 『사회, 법정에 서다』는 2017년 8월 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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