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불량엄마의 삐딱한 화학 세상>을 펴낸 송경화 박사 인터뷰
등록일 :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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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량엄마의 과학수다 시리즈 첫번째 책인 『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를 2016년에, 『불량엄마의 별난 지구 여행』을 2017년에 펴내고, 이번에 세 번째 책 『불량엄마의 삐딱한 화학 세상』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1년에 한 권씩 또박또박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셈이군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A  살다보면 변화가 한순간에 몰려드는 것처럼 느끼는 시기가 있지요. 지난 1년이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의 경우, 10년 넘게 해오던 연구기획 일을 정리했습니다. 지겹기도 했고,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기도 했지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미칠 것 같은 상태였지요. 변화가 필요했지요. 주위에서 그렇게 안정된 직장을 버린다는 것에 대해 만류를 거듭했지만, 같이 사는 남자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응원해 줘서 편안하게 하던 일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생물학 분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떠나 있던 지난 10년 동안 생물학이 급속도로 발전해 따라잡을 수 없을까봐 고민했었습니다. 물론 과학의 속성이 긴 시간에 걸친 지식의 축적을 기반으로 하지만, 요즘 생물학 분야, 특히 생물정보학 아주 빠르게 바뀌고 있는 분야라서 많은 걱정을 했었어요.

초반에 힘든 부분은 용어지요. 제가 생물학 책에서 용어를 깊게 이해하라는 얘기를 ’이름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표해라‘라고 표현했었는데, 지금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태어난 새로운 용어들에 대해 정중한 예의를 표하고 있지요. 물론 그 동안 연구기획이라는 것을 통해 넓게 보는 시각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제가 생물정보를 분석하는데 아주 탁월하고 선두주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생물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나름의 세부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단점이 있다면 점점 흰머리가 늘고 있다는 거지요. 본업은 원래 일과시간에 하는 거잖아요. 체력이 저하되어서 그런지 저녁 회식, 모임 이런 일들이 점점 힘들어지더라구요. 그 결과 칼퇴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다보니 새벽에 일어나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을 즐길 일이 필요해졌지요. 덕분에 저의 모든 글들은 새벽에 태어났지요. 그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고민 없는 시간이라 1년에 한권씩 책을 내는 일이 발생한 거지요.

딸아이에게도 변화가 있었어요. 뉴질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옮기고, 생물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해니까요. 다른 측면에서는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꾸려가기 위한 걸음을 뗀 해라고 할 수 있지요. 전광 과목을 6개나 듣다보니 학기 중에는 밀려드는 과제와 수업 때문에 많이 바쁜가 보더라구요. 딸 아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자기가 언제 그렇게 약간의 중압감을 가지고 깊게 집중해서 공부를 해 보았겠어요. 그래서인지 딸아이는 생물학이 아니라 생화학을 하고 싶다고 우기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생물학이나 생화학이나 나중에 보면 다 생명체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거든요. 물론 학부 때 배우는 생물학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해부학도 공부해야하고, 진화학도 공부해야 하는데 자기가 무지 싫어하는 영역이라서 공부하기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 싫음을 방학만 되면 여기저기 여행 다니고 그림 보러 다니는 즐거움으로 극복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Q  이번에 『불량엄마의 삐딱한 화학 세상』은 ‘자연의 규칙과 예외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매력덩어리 화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왜 ‘매력덩어리’라고 부를 만한지요? 연금술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더 해주신다면요?

A  어떤 대상을 ‘매력있다’라고 할 때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화학이 매력적인 이유는 밀당의 고수이기 때문이에요. 편안하면서도 때때로 긴장감을 유발할 때 매력덩어리가 되는 거잖아요. 화학이 그래요. 하나의 원리를 통해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예외가 튀어나와 끊임없는 관심을 유발하니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 예외 또한 큰 틀에서의 통일성에 속하고 예외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화학은 학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인류의 역사를 좌우해왔지요. 화학의 발달로 어느 민족은 강성하기도 했고, 화학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보다 풍요롭게 변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등 재료로 표현되는 시대가 단적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잖아요.

화학은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를 다루는 분야인데, 화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해온 흐름을 보면, 경험에 의해 분자를 다뤄 새로운 물질들을 추출하고 개발하게 된 출발점이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이후 세상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원자를 알게 되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는 원리를 알게 되었지요. 이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내용이 화학반응이거든요. 이걸 모두 알게 됨으로써 도달하는 하나의 목적지는 ‘세상 만물이 만들어지는 원리’지요. 이는 현대에 이르러 풀러렌이나 나노튜브 같은 신소재 개발로 이어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화학책이 그러하겠지만, 이 책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과학사적인 발견을 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얘기, 실패담, 화학이라는 틀 안에서의 삶에 관한 얘기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Q  그러나 한편에서는 ‘화학’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 단어가 들어가는 경우 좋지 않은 어감을 품기도 합니다. 화학을 향한 그 ‘삐딱한 시선’은 왜 생긴 것일까요?

A  ‘화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인위적인 ‘합성’을 연상하고, ‘위험’이라는 단어로 바로 이어지잖아요. 어떤 단어나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가 자리 잡으면 그와 연관된 모든 대상을 부정적인 것으로 확장하는 현상을 ‘낙인’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 속에서 ‘화학’이라는 단어에 이렇게 낙인을 찍어왔지요.

인류는 보다 풍요롭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수많은 화학물질들을 합성하고 대량생산하면서 소비해 왔지요. 이는 화학물질이 주는 긍정적인 면이지만,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대형 사고들이 발생해 왔어요. 그런데 좋은 건 당연하고 나쁜 건 확대될 수밖에 없지요. 그래야만 변화하니까요. 화학물질에 의한 대형 사고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안전 불감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경제적 이익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무시한 경우도 있지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이라는 단어를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잖아요. 우리가 ‘천연’, ‘자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물질들도 결국은 다 화학물질이고요. 과거부터 인류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자연이었지요. 자연에 먹으면 죽는 위험한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은데요. 따라서 우리가 이런 물질들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물질을 농축해서 대량으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보다 깊게 연구하고, 정확한 사용법과 강한 안전기준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지요.

조금 확장해서 얘기하며, 화학의 세상이 삐딱한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든 위험함에 인위적인 위험을 보태 점점 더 위험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저는 이를 자연이 준 선물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권한 남용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화학 그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권한 남용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Q  이번에는 아들인 홍민기 군도 그림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남매가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을 타고났군요.^^ 누나인 영진 양과의 협업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아이들이 자라면서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시기하기도 하고 누가 하나 더 잘하면 그걸 따라하기도 하지요. 저희 아이들도 똑같아요. 큰 아이가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이것저것 그리는 것을 본 둘째 녀석도 누나를 따라 그림을 그리더라구요. 타고 났는지는 잘 모르지만, 많은 연습을 하다보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잖아요.

두 아이가 나이 터울이 꽤 남에도 불구하고, 늘 티격태격하는 건 여느 집과 똑같지요. 둘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어찌나 티격태격하던지. 그런데 큰 아이가 먼저 그림을 그린 경험이 있다 보니 작은 녀석이 늘 밀릴 수밖에 없지요. 거기다가 큰 녀석이 그림의 통일성을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강요하다보니 작은 녀석이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더라구요.

한번은 라부아지에가 처형당하는 장면을 그리자고 누군가 제안을 했는데 내용을 정리해보니, 큰 녀석이 단두대 앞에 선 라부아지에로 표현되고, 작은 녀석은 저 멀리서 ‘라부아지에를 살려내라~’라고 항의하는 그림으로 표현되었더라구요. 과정이야 명확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작은 녀석은 그림을 통해 큰 녀석에게서 소심한 복수를 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큰 녀석이 그걸 쿨~하게 받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책속의 그림들은 모두 두 녀석의 사소한 말다툼과 약간의 시기와 질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엄마로서 진심을 얘기하면, 아직은 둘이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불량엄마의 삐딱한 화학 세상』을 펴내고, 소위 ‘물화생지’라고 말하는 과학의 영역 중에서 공식적으로 ‘물리’ 분야만 남았습니다. ‘불량엄마의 과학수다’ 시리즈 완결작이 될 ‘불량엄마의 물리’는 어떤 방향으로 생각중이신지요?

A  물리를 다루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생물, 지구과학, 화학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비공식적으로 많이 다루어왔지요. 물리 없이 얘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세권의 책을 읽다보면 이게 화학인지, 생물학인지 물리학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어요. 우리가 구분해 놓은 과학의 특정한 영역만을 따로 떼어내어 얘기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물리를 따로 쓰기보다는 세 권의 책에 언급한 물리 얘기를 모으고, 빠진 부분들을 채우는 해설서 수준의 책을 쓸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더 깊게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물리에 대한 이해 수준은 다른 분야를 설명하기 위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이런 고민을 하는 저에게 같이 사는 남자가 물리학 연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라는 얘기를 했는데, 이걸 제가 다른 방향으로 제안했었어요. 물리학에 관심이 많고, 지금도 이런 저런 공부를 하는 당신이 쓰라고. 쓰면 불량엄마 과학수다 시리즈에 넣어줄 수는 있다구요.^^

말로는 써본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가 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쓸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지요. 그가 쓴다면 그게 해설서 수준이던, 아니면 지금까지의 불량엄마의 과학수다 시리즈처럼 중고등학교 물리의 전체 영역을 다루든지 그건 쓰는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생물학 책을 낼 때 지구과학이나 화학을 쓸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지요. 그러니 그 사람이 쓰는 거 보면서 더 고민해도 늦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해요.


Q  ‘불량엄마의 과학수다’를 읽고 과학 분야에 호감을 가지고 더 살펴보려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조언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주어진 현실에 급급해 시험보기 위한 공부를 하느라고 바쁘잖아요. 그러고는 다 잊어버리지요. 급급한 내용들을 큰 틀의 원리와 과학사를 통해서 보면 그렇게 급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에요(^^).

모든 학문을 깊게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요해요. 그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잖아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지요. 다양한 경험의 가장 좋은 스승은 요약본의 교과서가 아닌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과학 분야의 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순수문학도 좋고, 철학도 좋아요. 책들 읽으면서 논리적 사고로 재해석하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훈련의 방법으로 읽은 내용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읽은 내용을 과학과 연계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을 한다던가, 과학과 관련된 논쟁거리를 찾아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들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읽은 것을 표현하는 것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니까요. 대부분의 위대한 과학자들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고 하면 조금 더 도움이 되려나요? 흔히 말하는 이과생 마인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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