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을 펴낸 건축칼럼니스트 서윤영 인터뷰
등록일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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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03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시작으로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 등 15년간 공간과 건축에 대한 책을 꾸준히 펴내왔습니다. 건축칼럼니스트로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A  한 세대를 보통 30년이라고 하니까 15년이라면 반세대가 흘렀다고 볼 수 있겠네요. 2003년에 첫 책이 나왔다고 하지만 제가 인터넷 신문에 열심히 칼럼을 쓰던 때는 2002년이었고 궁리로부터 연락을 받던 때도 그때였습니다. 2002년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월드컵을 개최하던 때이자 4강에 진출한 때이기도 하구요, 그때 성장했던 월드컵 키드들이 바로 얼마전 U 20 경기에 나가 준우승을 했구요, 또 당시 코치이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 가서 축구 영웅이 되었고요. 반 세대가 지났다는 게 이렇게 실감나네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궁리출판과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1999년에 결혼을 했고 아마 궁리의 역사도 그즈음에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봉천동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가던 때가 2002년이었고 저는 그 때 결혼 후 전셋집을 살다가 마침내 서울에 조그만 첫 집을 사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첫 책이 나올 때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편집장님이 직접 그 집으로 오기도 하셨구요, 그리고 15년이 흘렀습니다. 좀 주제넘지만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Q ∥ 여름휴가 때 잠시 기분전환을 위해 묵는 호텔, 분위기 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가는 카페, 그리고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등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곳들은 불과 100-200년 전만 해도 최소한 중산층 이상은 되어야 누릴 수 있는 문화라고 했습니다. 이들 공간과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이 점차 활성화되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개인 홈페이지에서 싸이월드, 블로그를 지나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유투브의 1인 방송까지 유행하고 있는데, 그 일관된 흐름은 시각정보의 증가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일상이 점점 공개되고 있습니다.

맛집에서 밥 먹기 전에 한 장, 커피숍에서 예쁜 음료를 앞에 놓고 한 장, 휴가지의 호텔에서 한 장,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한 장. 이렇게 쉽게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는 일상들을 보며, 그 기원들을 한번 밝혀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스터디클럽에서 공부를 하고 해외여행을 위해 호텔을 예약하며 은행에서 환전을 하는 우리의 일상은, 200년 전만 해도 일상이 아니었습니다. 귀족들이 누리거나 최소한 당시의 신흥중산계층이라 할 수 있는 부르주아, 젠트리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였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귀족문화이던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일상적인 대중문화가 되었나를 한번 살펴보자는 생각으로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Q ∥ 이번에 펴낸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은 2009년에 나온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와 한 쌍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두 책에 등장하는 건축물들은 어떤 특징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A  그 책이 나오던 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네요. 그 책의 메인 컨셉은 불평등한 인간의 권력관계가 건축적으로 어떻게 재현되는가를 '감시와 처벌'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거였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감시한다는 전제 아래 교도소, 학교, 병원, 각종 수용시설 등이 바로 그런 원리로 이루어졌음을 밝힌 거였습니다. 

물론 권력자는 감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과시를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박물관, 동물원, 백화점, 엑스포라 할 수 있는데 이 모두는 유럽 제국주의의 산물이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니 주제는 좀 무겁고 어두웠습니다. 책 덕분에 더러 강연을 다니다보면 가끔 사람들이 묻곤 했습니다. 
세상 모든 건물들이 다 감시와 과시의 원리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까? 혹시 다른 원리로 생겨난 건축은 없습니까? 이 책은 바로 그 다른 원리로 계획된 건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래는 귀족문화였다가 17~18세기 새롭게 등장한 신흥계층 이른반 영국의 젠트리와 프랑스의 부르주아에 의해 변형되어 현대 대중문화가 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Q ∥ 17~18세기 영국에 등장한 젠트리와 프랑스에 등장한 부르주아가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과 건축을 결정지은 장본인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한 인물들인지요? 유럽의 근대 역사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자체가 건축 분야 책이기도 하지만, 한 권의 역사서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A  저는 현대사회를 결정지은 3가지 혁명을 영국의 명예혁명과 산업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예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17세기 영국의 새롭게 등장한 부유한 농민들이자 신흥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젠트리계층이고,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도심 전문직과 부유한 소상공인이라 할 수 있는 부르주아 계층입니다. 따라서 젠트리와 부르주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현대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지요. 건축의 역사도 결국 세계사의 하위분야이기 때문에 세계사와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지난 시간 동안 꾸준히 탐구해 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건축을 건축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인문학의 한 분야로 보자, 건축을 미학이나 공학의 관점이 아닌 세계사의 하위분야로 보자, 하는 것이 저의 독특한 색깔이었고, 이 책 역시 17~18세기 유럽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모습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Q ∥ 차기작으로는 어떤 작품을 구상중이신지요? 우리의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을 발견해가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A  유럽의 17~18세기 그리고 19세기까지, 이 시기는 기나긴 근대화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략 200~300년에 걸쳐 천천히 자율적으로 진행된 근대화가 동아시아에서는 매우 압축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유럽 특히 네덜란드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성급한 근대화를 진행했습니다. 그나마 일본은 자율적으로라도 근대화를 진행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초반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외세에 의한 타율적 근대화를 이루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외세에 의한 근대화였지만 우리나라에는 영국의 젠트리, 프랑스의 부르주아에 해당하는 계층이 없었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제강점기를 지배와 피지배에 따른 억압과 저항의 역사로 파악했지만, 최근 이 시기를 근대화의 맹아기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1920~30년대를 새로운 근대성의 형성기로 보고 이 시기의 사회상과 건축의 모습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이 17~19세기 유럽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면, 19~20세기 초중반 우리나라의 모습을 다룬 것이 차기작이자,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의 완결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아직 책으로 엮이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초상’이라는 테마로 도시 곳곳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도시의 이면들도 포착하고요.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팔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작가님에게는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요?

A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고 그리고 제가 가장 자주 여행을 다녔던 도시는 도쿄입니다. 19세기 말 서구열강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먼저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성급하게 근대화(서양화)를 실시했던, 그래서 유럽에 대한 성급한 모방이 은근히 묻어 있는 곳이 도쿄라면, 서울은 그런 일본에 의해 성급하게 근대화가 진행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거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더구나 해방 후에는 곧 한국전쟁이 있었고 그후 1960~70년대 빠르게 근대화 공업화를 진행했던 흔적이, 곳곳에 그 상흔과 숨 가쁜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4~5년간 서울의 사진을 찍어 오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아마 1920~30년대 경성의 모습 및 그 이후 196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다시 후속작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젠틀맨, 부르주아, 인텔리전스. 이런 말들을 지금도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또 누구나 신사적으로 행동하는(젠틀맨) 지식인(인텔리겐치야)이 되기를 그리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도심중산층이나 자유상공업자(부르주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즉 젠트리, 부르주아, 인텔리겐치야들은 17~18세기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 및 19세기 러시아 혁명을 이끈 주역들이자 현대사회의 모습을 결정지은 계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젠트리와 브루주아의 모습 및 그들이 생활했던 공간에 대한 책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우리들 역시 인텔리전스하고 젠틀한 부르주아(도심중산층이자 전문직, 자영업자 등)가 되기를 바랍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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