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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와 상대성이론
적득이기와 인무존광 최근 저의 마음의 생태계에 관한 몇 자입니다. 예전 문재인-박근혜 붙었을 때, 文이 이기는 것으로 여기고 한강변 친구네 집에서 모여 파튀하려다가, 朴이 되는 바람에 시무룩해져서 집에 귀가한 적이 있었습죠. 그날 도무지 마음이...
티코자동차
*****티코 자동차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초콜릿도 아니다. 티코는 자동차다. 출판사 영업을 하던 후배는 사랑스런 티코가 고장이 아니라 휘발유가 다 떨어지면 어디서 시동이 꺼질까.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몹시도 궁금해서 실제로 티코의 연료가...
모나미 볼펜
나 처음 태어났을 때 두 자루 연필보다 작았지만 이내 젓가락 다음으로 볼펜하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모나미는 프랑스어로 Mon Ami 즉 나의 친구라는 뜻의 몽아미를 연음으로 표기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주로 썼던 모나미 볼펜은 지금에 보아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다리를 왼쪽으로 꼬고 앉아 있을까요, 오른쪽으로 꼬고 앉아 있을까요. 아주 오래 전, MBC 장학퀴즈에 저 문제가 출제되었다. 싱겁고도 빤한 문제 같은데 막상 생각하려니 도통 헷갈렸다. 팬티도 입지 않은 건 분명히 알겠다....
사전 속의 우리말
장난감의 특징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다. 내 하자는 대로 한다. 그런데도 잔소리가 없다. 통찰력 있는 아이들은 그걸 잘 알기에 저렇듯 공룡, 자동차, 레고, 인형을 좋아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장난감이 필요하다. 휘발유 넣고 실제로...
일생의 방정식
경상도 사람들 발음이 독특한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이꼬루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어시간이 아니라 수학시간에 참 자주 쓰던 말, 이꼬루. 정확하게 말하면 이퀄, equal이다. 수학 공식에 꼭 필요한 기호이다. 예를 들면, 일 더하기 삼...
파주, 坡州
서울에서 북으로 방향을 잡아 달린다. 한강과 더욱 친근하게 접촉하는 난지도 지날 무렵 길바닥에 일산, 파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흰 페인트 글자를 문지르며 속력을 높일 때, 파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간 파주의 ‘파(坡)’는 나에게...
임인년의 다짐
天網恢恢 疏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광대하여 성글지만 빠트리지 않는다. 노자 73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하늘이 모른 척해도 악인에게 벌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흔히 쓰입니다. 세상 일이 내뜻대로 안 돌아간다고 여겨질 때, 저 글귀는 얼핏...
세계지도
지리산 정령치 아래, 춘향의 묘가 있는 남원 구룡계곡을 탐방하고 온 날. 남원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정했다. 모텔은 낡았다. 눅진하고 희한한 냄새들이 컴컴한 계단에 잔뜩 뭉쳐 있었다. 꿈 없는 잠으로 정다운 고장인 남원에서의 밤을 건넌 뒤...
숟가락의 깊이
이제껏 하루도 안 산 적이 없다. 연속적이어야 하지 띄엄띄엄 살 수 없는 게 목숨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나날 중에 숟가락을 들지 않은 적은 하루도 없다. 이력이란 게 신발의 내력이란 뜻이지만 실은 숟가락이 실어나른 힘의 집합이라고 해도 과히...
동태탕을 비우며 해보는 새해 결심
마지막 점심은 동태탕으로 했다. 인지생의 마지막은 아직 아니고 올해의 마지막 점심이었다. 내장과 알이 늘 넉넉하게 나와서 남기기가 일쑤인데 오늘은 싹 해치웠다. 나에게로 와서 동태는 비로소 저의 마지막을 다했다. 뼈 몇 조각만 남기고 나를 비롯한...
어느 한밤중의 희미한 짐작
그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시골의 기역자 초가집의 섬뜰. 따뜻한 햇볕이 몹시도 그리운 이 무렵쯤의 어느 날. 고방에서 어머니가 자루 하나를 들고 나오셨다. 한눈에 보아도 그것은 옴팡지게 무거워 보이는 자루. 돌절구 옆에서 나는 자루를 잡고 어머니는...
전문가들의 시대
어릴 적 동네 이발소는 제법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내외하는 남녀처럼 여성은 미용실에, 남성은 이발소로 그 들고남이 엄격히 분리되었다. 고민이 많은 것과 머리카락이 무성해지는 것은 그리 큰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없는 살림에 그것은 왜 이리 빨리
쉼보르스카와 어머니
머리맡에 두는 책은 진짜 머리맡에 그냥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번도 거들떠도 안 본 지가 오래인 책 몇 권. 마음은 빤하고 책이 표지만 닳았다. 그러나 예외가 가끔 있으니 쉼보르스카의 시집은 가끔 불빛 구경을 한다. 가끔 내 묵직한 한숨 소리가 어
추석 밑의 생일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고향 거창에서 부산으로 전학 가던 때. 하늘의 불이 꺼지면 그저 숨결에도 간당거리는 시골의 호롱불 밑에 있다가 눈구멍을 쑤실 만큼 들이닥친 전등과 네온사인은 마음을 홀랑 빼앗아 가기에 충분히 휘황했다. 잠시 거쳐 가는 동네라고
매미와 모기
올해 매미는 언제 마지막 소리를 들려줄까. 점점 기늘고 희미해지는 매미소리의 행방에 귀를 열어 놓는다. 끊어진 듯 다시 들리고 다시 들릴 듯 하다가 문득 적막해지고. 서울 도심에서는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길래 마음속으로 올해 매미도 끝났군, 했다가 강원
돌은 흙의 할아버지
사진. 오대산 적멸보궁. 2020. 7. 15. ⓒ 이굴기 지나가는 등산객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돌 하나. 저 정도면 바위라 해도 되겠다. 저 돌에서 떨어져 나온 듯 자잔한 돌멩이들이 돌의 슬하에 잔뜩 흩어져 있다. 눈으로 직접 목격한 바는...
중용에 대한 궁리
사진. 소백산. 2020. 7. 11. ⓒ 이굴기 결코, 나는 아니지만 성실에 관한 한 내 몸만한 것도 없다 헛소리하면 공허해지고 술 마시면 취한다 많이 쓰면 피곤하다 나의 생명이란 한꺼번에 살 수도 띄엄띄엄 살 수도 없는 것, 연면(連綿)하게...
반지름의 효과
***** 반지름의 효과
코로나 여파로 버스마다
빈자리가 많다
다음은 동묘동묘 정류장입니다, 안내방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를 찍는데
오늘의 목적지인 동묘 풍물시장 입구보다
훨씬 떨어진 곳까지 버스가 미끄러진다
반지름의 힘
******반지름
죽음까지의 저 거리
절대 다를 리가 없다
머리, 가슴, 손, 다리, 발에서
모두 같은 길이
여기서 늙은 나
어디서 나처럼 늙어가는 너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모두 죽음으로부터 같은 간격으로
우두커니 서 있다,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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