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언 R. 리버 글 |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서문
아인슈타인과 상대성 이론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은 수백 권이 넘지만 지금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다른 책의 저자들은 모두 비교와 은유라는 방법을 사용해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술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독자들은 수학과 물리학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릴리언 리버와 휴리버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다. 이 책은 텐서를 비롯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구축한 실제 상대성 이론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분학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간단한 대수와 약간의 기하학을 알고 있으면 책 전반의 핵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수학이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독자들도 이 책에서 논의하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근사한 생각들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사실상 두 가지 이론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한적이거나 제한적이지 않은 두 가지 상황을 다루는 한 가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뉴턴(1687년)의 역학적 물리학과 마이클 패러데이(1844년)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1864년)의 전자기적 물리학 사이에 존재하는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고 제한적인 상대성 이론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서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등속 운동(비가속도 운동)을 하는 두 관찰자가 측정한 물리량은 서로 같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기술의 한계로 이론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을 할 수 없었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시험을 통과했다. 더구나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기술한 자연은 뉴턴의 역학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10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일반화해 서로에 대해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준틀을 갖는 관찰자들의 운동을, 더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관련이 있는 두 기준틀 속에 존재하는 관찰자들의 운동을 기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초기부터 그는 상대성 이론을 비등속 운동으로 확장하려면 중력을 활용하거나 포함해야 한다고 느꼈다. 1915년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일반화할 수 있었는데, 이 이론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중력 이론이었다. 원래의 상대성 이론(제한적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 불리며,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상대성 이론(비제한적 상대성 이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 불린다.
1919년 5월, 남반구에서 개기 일식을 관찰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한 민감한 실험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이름이 아니었다. 천문학자들은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는 프린시페 섬과 브라질의 도시 소브라우까지 달려갔다. 과학자들은 개기 일식 때 찍은 사진을 정밀하게 분석했고, 1919년 11월 6일, 런던왕립학회에서 열린 특별 회의에서 그 결과를 전 세계에 발표했다. 관측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과 정확하게 일치했다(뉴턴의 중력 이론이 예측한값은 관측값의 절반에 불과했다).
아주 최근까지도 일반 상대성 이론은 대학 학부생이 익히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수학을 담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수학과와 물리학과의 대학원생을 상대로만 강좌가 열렸다. 그러나 리버 부부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쉽고 간략한 설명이 아니라 진짜 설명을 통해―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익힐 수 있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놀라운 믿음을 가졌다. 두 사람은 공간과 시간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며,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우리도 두 사람의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판은 수작업 본이었다(많은 삽화를 휴 리버가 직접 손으로 그렸다). 몇 년 뒤에 한 출판사에서 이 책의 판권을 사들여 15년간 출간했다. 책이 절판된 뒤 재출간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이 새로운 판본은 우리가 수십 년간 꾸었던 꿈이 실현된 것이다.
리버 교수가 이 책의 전반부에서 다룬 수학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저자는 많지만, 리버 교수 특유의 간결함과 재치를 구사한 사람은 없다. 이 책의 독특함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다룬 후반부에 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는 책은 고등 수학에 능숙한 사람들만을 독자로 상정한 대학교재뿐이다. 리버 교수는 오직 기하학만을 염두에 두었고, 독자가 미적분을 조금 알기를 바랐다. 미적분을 안다면, 흔쾌히 새로운 도구를 파악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리버 교수는 이 새로운 도구(편미분, 행렬식, 텐서 분석)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격려해주고, 장차 접하게 될 어려움을 따뜻한 마음으로 경고해준다. 아인슈타인이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을 충분히 알려주지만, 독자들에게 그 어려움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후반부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활용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곡면 위에서의 거리를 서술하는 기술이자 도구로 수학에 도입됐으며, 리만 텐서를 유도하고,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진술하는 데 쓰인다. 이 책에서 가장 수학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부분은―독자들에게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슈바르츠실트 해를 유도하는 과정으로, 그 과정을 통해 측지선 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측지선 방정식은 거대한 물체(우리의 태양 같은) 가까이 있는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으로, 세 가지 웅장한 시험의 기반을 제공해준다.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의 답은 뉴턴의 중력 이론의 답과 같지 않다. 리버 교수는 두 이론이 수학과 철학,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물론 독자들이 엄청난 기호에 압도되지 않도록 수학의 모든 과정을 다 기술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에 그 모든 과정을 담고 있는 수학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저명한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 경이 집필한 책을 참고하라고 권한다. 두 시험에서 필요한 수학은 간단하기 때문에, 리버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답이 도출되는 방법을 정확하게 보여주어 실험 자료와 비교해볼 수 있게 했다. 한 시험에서는 시간의 속도에 미치는 중력의 예상치 못했던 영향력과 원자의 스펙트럼이 점점 더 빨간색 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뉴턴의 중력이론으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리버 교수는 지구 위에서 나타나는 스펙트럼선의 빈도수와 질량이 m이고 반지름이 R인 천체 가까이에 있을 때 나타나는 스펙트럼선의 빈도수 비율은 (질량을 적절한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을 때) 1+m/R : 1임을 보여주는데, 독자는 그런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뉴욕 업스테이트에서 9학년을 지나고 있던 로버트 잔셴은 자신이 살던 작은 마을의 공공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 읽고, 대학에 가서 같은 주제를 훨씬 깊게 배우면 너무나도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지어 프린스턴 대학교에서도 학부생은 이런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로버트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객원교수였던 로메오 루피니에게 부탁해 일반 상대성 이론 세미나를 열었다. 상대성 이론을 일생의 연구 과제로 선택한 로버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연구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것이 이 작은 책임을 잊지 않았다. 데이비드 더베스는 리버 교수의 다른 책에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이 책을 활용해 고등학교 물리학 선택 학생들에게 상대성 이론을 가르치는 자료로 활용했다. 한동안 두 사람은 자기 말고도 이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데이비드가 로버트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로버트가 리버 교수에게 바친 헌사를 읽고서 자신의 오래된 친구(이자 대학 동창)가 소중한 책을 재출간하는 일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편집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수명이 다한 낡은 참고자료를 좀 더 최신 자료로 바꾸는 일도 포함되었다. 우리는 기존 참고자료를 대부분 삭제했지만, 고전은 보존했으며, 새로운(그리고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를 각주와 참고문헌의 형태로 이 책에 실었다. 그리고 리버 교수가 에딩턴을 비롯한 여러 저자의 문헌에서 확인해보라고 한 사실들도 거의 대부분 편집자 주석에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주석은 상대성에 관한 모든 내용을 기꺼이 알고자 하는 각오가 서 있지만, 전문 도서관에 접근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당연히 이 책에 실은 상세한 수학은 상당 부분 건너뛰고 읽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읽어보고 이해하려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시인 밀레라면 “유클리드만이 아름다움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라고 과장되게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위대한 러시아 이론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가 한 말에 동의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야말로 모든 물리학 이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론일 것이다.”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한 사람은 거의 없고, 그의 상대성 이론만큼 강력한 힘을 갖는 이론도 거의 없다. 십 대 시절 이 작은 책을 우연히 만나 엄청난 영감을 받은 과학자와 수학자 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고등학교 고등 물리학이나 수학 시간에 부교재로 활용한다면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물리학과 미적분학 교사들은 수성의 근일점 이동, 시리우스 항성의 스펙트럼선, 태양에 의한 별빛의 휘어짐으로 확증된 놀랍고도 유명한 예측을 새로운 방식으로 (혹은 수업 중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유도해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이 아름답고도 심오한 생각들을 훨씬 더 깊게 이해하게 될 테고 말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이 리버 부부가 제시한 도전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은 조금은 마라톤을 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분명히 수고스러울 테지만, 그 보상은 실로 위대할 것이다.
데이비드 더베스(David Derbes)
-시카고 대학교 부설 랩 스쿨(UCLS) 물리 교사
로버트 잔셴(Robert Jantzen)
-빌라노바 대학교 수학·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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