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만찬』을 쓴 피에르 베일과의 만남


얼마 전 설 준비로 바쁜 돼지 도축장의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스가 났다.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마치 짐짝처럼 다루며 바닥에 떨어뜨리기는 예사, 발로 밟기도 하고 냉동차에 넣을 때는 일일이 걸어야 하는데도 마구 던져버려 맨 밑에 있는 고기는 해동될 때쯤엔 상해 있기 일쑤란다. 이 광경을 보며 문득 “이제 우리는 '더 많은(more meat) 고기가 아니라, 더 괜찮은(better meat) 고기를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던 『빈곤한 만찬』의 지은이 피에르 베일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건강 관련 다큐에서도 몇 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피에르 베일은 프랑스의 농공학자로 20여 년 동안 농업생산방식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전문가이다. 지난 1월 19일 한국을 방문한 피에르 베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주로 비만을 비롯한 현대의 문명병, 장보기의 중요성, 우리의 식탁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랑스의 젊은 여성들도 우리나라처럼 마른 몸인데도 더 날씬해지고 싶어 다이어트를 많이 한다며 이는 민감한 주제 같다고 했다. 또한 서울의 대형 마트들을 다녀봤는데, 식재료들 중 멀리 해외에서 온 것들도 제법 눈에 띈다며 식자재가 이동하는 거리가 너무 긴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금 우리의 유전자는 오래전 구석기&신석기인들의 유전자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수만년이 지난 오늘날의 우리 식단은 그때와는 너무도 많이 변했다. 특히 지난 50년 동안에는 식재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더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었다. 그와 함께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질병이 속속 출현했다.


『빈곤한 만찬』에는 음식과 영양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선사시대의 여인 루시, 농경을 발견한 룰루, 그리고 오늘날의 음식 소비자 릴리를 통해 그들이 처한 음식환경을 생생하게 비교하여 보여준다. 이는 오랫동안의 식생활 변화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더구나 릴리가 사는 현대의 식습관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기에, 피에르 베일은 이 세 여인을 함께 대형마트로 보내본다. 과연 어떤 일들이 생길까?


사냥과 채집을 하며 어렵게 식량을 구하던 선사시대의 인류 그리고 자급자족을 위해 농사를 짓고 동물을 기른 산업시대 이전의 인류는 어려운 때를 대비해 가능한 한 영양소를 비축하려는 유전자를 지녀왔다. 그 점은 언제나 풍부한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현대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사냥과 농사라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활동을 하는 경우는 극히 적어졌으며 결국에는 필요한 양보다 너무나 과도하게 영양소를 섭취하게 되었다. 피에르 베일은 통계를 통해 지난 40년 동안 사람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었지만 비만과 관련 질병들은 더욱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식물성 지방의 소비 증가가 야기한 트랜스지방의 섭취 때문이다.


피에르 베일은 현대인의 허리둘레가 급속도로 늘어가는 원인의 근본 이유를 산업사회가 초래한 과잉된 영양 상태, 그리고 이를 해결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우리 몸 사이의 불균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살펴본 결과 이런 문제를 위한 해결책들 역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빈곤한 만찬』은 200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면서 선풍적인 관심을 모은 이 책은 그동안 식품과 비만 문제에 있어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다’라는 흑백논리가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피에르 베일이 우리에게 정말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한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이사슬을 존중하며, 건강한 먹이로 가축을 잘 기르면, 그 가축들은 우리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니 할인매장에서 ‘최저가 식품’만 구입할 것이 아니라, 좋은 먹을거리를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방식, 새로운 농사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