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안승철 교수님 강연회 잘 마쳤습니다.
주말인 데다, 그 전날까지 비가 내려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꼬마친구들, 학부모님들 여러분이 먼 걸음을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려요!
안승철 선생님은 이날 PPT 자료를 96페이지나 준비해오셔서 모두를 놀래켰다지요.
알찬 강의 내용은 조만간 채널 예스24에 동영상으로 실린다고 합니다.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분들은 동영상으로 대신하세요! ^^
그날, “갑자기 결혼식이 생겨서 못 간다, 죄송하다.” “비상근무 때문에... 불참해요.”라고
문자로 알려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아쉬워서, 그날 안승철 선생님이 강의한 내용 중 일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일부입니다. 아마, 3/96 정도 되지 않을까요. 1/32쯤이요. ^^;;
* * *
“딸아이의 수학를 봐주면서 속 터진 경험에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하는 안승철 교수는 몇 해 전만 해도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본 분들은 알지요. 미분, 적분도 아니고 겨우 한 자릿수 덧셈, 뺄셈 가지고 왜 쩔쩔 매는지,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아이에게 “너 아직 이것도 못하니?” “이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난 안 그랬는데…” 화를 내기 십상이지요.
안승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발달신경생리학자라는 전공을 살려, 아이들이 어떻게 수를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는지, 아이들의 수학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꼼꼼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수 세기부터 연산 과정, 그리고 수학 문제집에 나온 문제들을 살펴보며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생리학적인’ 이유를 설명해주셨지요. 안승철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준비가 되기 이전에 수학을 접해야 하는 아이들, 그리고 생물학적 과정에 대해 무지한 어른들이 수학을 어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궁리지기가 강의를 들으며, 떠오른 핵심단어가 있다면 ‘눈높이’와 ‘의미’를 꼽겠습니다.
#
여기, 간단한 수학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A+2=14
어떻게 가르치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배웠습니다.
“이항하면 되지? 이항하면 부호가 바뀌잖아.
A=14-2. 답은 12.”
혹시 이렇게 가르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있을까요? ‘등호’의 개념을 알려주는 분들이요.
“양변이 같으니까 같은 수를 빼더라도 같겠지?
A+2-2=14-2”
#
나눗셈 문제를 풀다말고 아이가 연필을 내려놓으며 묻습니다.
“아빠, 나눗셈인데, 왜 빼?”
어떻게 설명해주시겠어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라고는 안 하시겠지요?
안승철 교수는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해주었다고 합니다.
“빵이 256개가 있어. 거인 4명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려고 먼저 60개씩을 나누어주었더니 주자마자 다 먹어치웠어. 남은 빵은 16개인데(256-240), 거인들이 그것마저 달라고 해서 4개씩 더 주었더니 주자마자 다 먹어치우고 남은 게 하나도 없게 되었어(16-16=0).” _『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156쪽
안 교수님은 세로식이 만능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세로식은 절차대로 하면 그만입니다. 곱해서 더하거나 빼면 되는 것이지요.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했지만, 아이들은 나눗셈에서 왜 빼는 과정이 있는지 곱셈에서 왜 더하기 과정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합니다. 절차만 따라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게 되면, 아이들은 ‘의미’를 망각합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문제의 형태를 조금만 바꿔도 문제를 풀지 못합니다. 당연히 사고력 발달에도 좋지 않겠지요.
곱셈을 볼까요? 아이들은 곱셈을 구구단의 반복으로 보기 쉽지만, “두 개씩 네 묶음이면 얼마야?” “여덟 개를 두 개씩 나누면 몇 묶음이 나와?” 식으로 다르게 말해주면서, 곱셈의 의미를 파악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안 교수님은 말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정보일수록 오래도록 기억되기 마련이다. 연산도 마찬가지다. 연산 절차를 이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면 다양한 응용 문제가 나와도 얼마든지 풀 수 있다. 지식의 진정한 획득은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데 있음을 고려하면 연산에 있어 의미를 강조하는 있는 매우 중요하다.” _『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160쪽
수학 문제가 단지, ‘시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안 교수님 말마따나, 부모의 한마디는 아이의 수학적 세계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으니까요. ‘초등학생’이 다시 된 듯, 아이와 수학 공부를 함께 하며 안 교수님은 ‘나는 과연 좋은 선생인가’ 누차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은 부모’ ‘좋은 선생님’을 이렇게 정의하지요.
학업의 성취를 강조하는 선생님들은
- '의미'를 강조하고
- 학생의 수준에 맞추어 지도하는 방법을 교정하며
- 학습의 단계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 배워야 할 이유를 강조하며
- 아이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높아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수행능력에 초점을 두는 선생님들은
- 배움 그 자체를 강조하지 않는다.
-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나 기대도 없다.
- 단지 내용을 전달하고 아이들이 그것을 이해했는지 평가할 뿐이다.
안승철 교수님이 아주 수줍게 전해주신 '내가 희망하는 좋은 부모상'입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못하면 고함을 지르며 화를 내던” 안 교수님이 책을 쓴 다음에는 가족들에게 “아이를 가르치는 태도가 ‘조금 나아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와~ (^^)
“너 아직 이것도 못하니?”란 말을 아이에게 던지며 지금도 속 끓이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