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 자연 다큐 시리즈> 이들 앞에서 우리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지구>, <갈라파고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생물들>, <한국의 공룡 화석>, <심해>. 궁리가 펴낸 이 책들의 공통점은 커다란 판형에 시원시원한 도판이 풍부해 읽는 맛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온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볼 수 있는 '가족 권장 도서'인데다 서가에 놓인 모습 또한 듬직하다.


특히 첫 책인 <살아 있는 지구>에 데이비드 애튼버러(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쓴 서문의 마지막은 그 다음 책들을 떠올리고 이어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은 우리 행성 지구가 21세기 초에 간직하고 있는 놀라운 것들을 밝혀내고 기리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껏 살아남은 놀라운 것들을 더욱더 애써 보호하라는 감동적인 웅변의 함성으로도 들려야 할 것이다."


▲ <살아 있는 지구> <갈라파고스>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다큐멘터리 등 비용 면에서 조건이 잘만 맞는다면, 외국의 괜찮은 책들을 골라 출간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과 자연을 담은 기록물 또한 더욱 의미가 있고 중요하기에 국내 자연다큐멘터리나 관련 기사들이 보이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수리부엉이, 저어새, 메뚜기 등 사진 자료들을 제법 확보한 사이트나 인물들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먼저 공부하고 자료 수집을 해놓지 않으면 저절로 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아직 가야 할 길이 참 멀긴 하다. 한 권, 두 권 책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또 다른 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찾아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한국의 화석> 시리즈를 함께 작업할 출판사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화석'이라는 기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우리는 덥석 응모를 했고, 다행히 앞서 작업했던 책들의 성과가 있던 덕분인지 1권에 해당하는 <한국의 공룡 화석>을 만드는 기회를 얻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화석 산지 외에도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가서 찍어온 자료들이 많아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 하지만 전문화와 대중화라는 다소 모순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했다. '화석'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우리의 관심은 저 깊은 바닷속을 향했다. <심해>라는 책은 사진 하나하나가 말을 거는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었다. 특히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얻지 못한 생물이 많아 학명을 바탕으로 모양새와 특징 등을 비교해가며 번역가, 편집자, 감수자가 작명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게다가 심해라는 장소의 특성상 사진의 배경이 온통 검은 색 일색이었다. 인쇄할 때 좀 더 세심한 손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상당히 시간을 들여 인쇄 공정을 오래오래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잠시 숨을 돌린 우리는 이제 어디로 시선을 향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올 책들로는 <Jane Goodall, 50years at Gombe>와 국내 저작인 <고래의 노래>를 꼽을 수 있겠다. 올해는 제인 구달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제인 구달의 그동안의 발자취와 침팬지 연구 성과 등을 풍부한 사진들과 함께 정리하였다. 앞표지에는 50년 전 앳된 제인 구달이 침팬지의 털을 살펴주는 모습이, 뒷표지에는 지금의 나이 든 제인 구달과 침팬지가 눈빛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제인 구달의 이야기를 좀 더 큰 지면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고래의 노래> 원고도 곧 들어올 예정인데, 여기에 들어갈 고래 사진과 자료 모으는 일이 꽤 지난한 작업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저자가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장관이나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사진들을 구입하거나 필요한 경우 일러스트로 그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울산에 있는 고래연구소에 <고래 도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문의를 해볼 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책들도 펴내고 싶긴 하지만, 저작권자가 모두 코에디션(Coedition)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숨을 좀 돌린 뒤 살펴보려 한다. 생각해 보니 이 모든 책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들이라는 점이다. 사진 한 장에도 여러 사람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며,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들을 만들면서 더더욱 독불장군인양 하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도 어떤 자연과 생명들 앞에 서게 될지 모르겠지만, 늘 그들 앞에서 겸손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궁리 자연 다큐 시리즈  /  김현숙 궁리출판 편집주간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