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생물들』은 원제목이 ‘Extreme Nature'로 번역 및 초기 편집단계에서는 ’극한의 생물들‘이라고 불렸습니다. 옮긴이인 윤길순 선생이 뉴질랜드로 트레킹을 다녀오다가 공항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한국어판으로 펴내면 재미있겠다 싶어 공수해온 책이지요. 저희로서도 『살아 있는 지구』『갈라파고스』 등을 만들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지구 저 먼곳까지 구경하는 경험을 해서 그런지 욕심이 났습니다.
가장 긴 무기를 가진 동물 가장 잠을 많이 자는 동물 가장 잘 부푸는 동물
애기백관해파리 나무늘보 가시복
’가장(the most)‘이라는 부사를 넣어서 어울릴 만한 생물들의 온갖 능력이란 능력은 모두 모아놓은 책인데, 사실 첫인상은 그리 산뜻하지 않았습니다. 보기에도 징글맞은 녀석들이 꽤 있었거든요. 가장 소름끼치는 공생 관계, 가장 미끈거리는 동물,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침을 흘리는 동물까지…… 예전에 칼 짐머가 쓴 『기생충 제국』 속 화보를 만들 때 애써 의연한 척하던 기억도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이후 ‘극한의 생물들’을 대신할 만한 제목으로 ‘세상에서 가장 ***한 생물들’을 꼽게 되었습니다. 이 ***에 들어갈 만한 형용사 후보로 ‘신비로운’ ‘기이한’ ‘엽기적인’ ‘희한한’ ‘놀라운’ 등을 나열해보았구요. 그중 '기이한‘ ’희한한‘으로 한 일주일씩 불러보다가 결국 무난한 ’놀라운‘으로 낙점했습니다.
’기이하다‘고 부르려니 이 책의 등장생물들이 다들 아크로바틱을 하고 있거나 모양새의 특이함이 출중해야 할 것 같은데,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나 가장 큰 육상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에게 붙이기에는 조금 넘친다 싶었습니다. 또 ’희한하다‘를 쓰자니 이 생물들의 희소가치를 따져봐서 일정 기준에 미달되는 경우에는 빼야 할 것만 같았지요. 그래서 결국 평범하지만 많은 생물들을 아우를 수 있는 ’놀랍다‘로 결정했습니다. 궁리 도서목록에는 유난히 ’세상에서 가장...‘을 붙이는 제목이 많은데, 이 책도 그중 한 권으로 등록되는 순간입니다.
ⓒ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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