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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 겨울학기 <몸> 강좌를 다녀와서




작은 공간들을 아담한 담들이 둘러싸고 있다. 담 안의 사람들은 바깥 세상이 궁금했다. 저 너머에는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담과 담을 잇는 길이 생겼다. 사람들은 문을 열고 나와 서로 인사하며 책과 차, 음악을 가운데 두고 다양한 모임들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길담’서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2011년 2월 25일, 오늘은 길담서원이 문을 연 지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은 그러한 교류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강좌의 특징은 ‘한 글자’짜리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길, 일, 돈, 몸, 밥, 집, 숨, 삶……. 비록 한 글자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의 영역과 파장은 참으로 크다.


그중 2010 겨울학기 주제는 바로 ‘몸’이었다. 요즘 들어 몸을 움직일 일은 점점 줄어들고 책상머리에 앉아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기기만 하는 것 같아 문득 ‘이러다가 머리만 점점 커져 ET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졌었다. 내 몸 어디에 마음은 놓이는 것인지 궁금했고, 둔해진 몸의 감각들을 다시 살려내고 싶었다. 아이들 어깨 너머로 보이는 일곱 개의 몸 강좌 풍경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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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장회익(전 서울대학교 교수, 『물질, 생명, 인간』 저자)-1월 7일 ‘온 생명과 나의 존재’ “여러분, 내가 지금 팔을 움직이죠? 아니, 태양에너지를 움직여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가 와서, 녹색식물의 잎에 내려가서, 이것이 영양분을 만들어서, 오늘 아침에 내 밥상 위로 들어와서, 몸안에 들어가서 지금 움직이는 겁니다. 이렇게 생명은 연결돼요.” 2강. 강지수(몸짓굿 스튜디오 대표, 마임 배우)-1월 8〜9일 1박 2일 프로그램_마임에 대한 강의(장소;남양주시 산돌학교) 1. 소통의 방식-몸, 태고부터의 이모티콘   2. 점, 선, 면으로 배우는 마임표현 따라하기 “자, 눈을 감고, 그리고 팔은 손을 모으거나 뒷짐 지거나 하지 말고, 가지런히 내려놓습니다. 팔은 그렇게 자유롭게 해주시고… 자, 눈은 감았지만 시선은 유지합니다. 앞을 보세요. 천천히 좌우를 둘러보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공간 안에는 공기의 알갱이들이 가득 찼겠죠. 둘러볼 때, 공기의 무게를 거의 모래알 정도의 수준으로 느껴보세요.” 3강. 이유명호(한의사,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저자)-1월 15일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부모랑 이렇게 20년씩 사는 자식들이 어떤 동물들이 있어요? 엄마 밥을 이렇게 최 장기간 먹는 동물들이 어디 있어요? 얘기해보세요. 없지요. 대부분 태어나서 1, 2년이면 부모랑 헤어져요. 엄마 밥을 먹고 여기에 여러분이 앉아 있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들고 출근해요. 엄마 밥을 이렇게 오래 먹는 마마걸이 저예요. 우리 주변에 많아요. 어떤 여자가 일을 하려면 그 여자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여성 조직 없이는 힘들어요.” 4강. 변혜정(『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저자)-1월 22일 ‘내가 궁금한 것들, How to sex에서 sex에 대한 생각들까지’ “프로이트 같은 학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성적인 존재라고 말하죠. 아기가 어렸을 때 만져주고, 비벼주면 무척 좋아해요. 다 스킨십 좋아하죠. 하물며 여러분처럼 나이를 먹은 친구들이 연애나 성행위에 무관할 수 있겠어요? 여러분은 성적인 존재죠. 그런데 이 사회는 여러분들을 성적인 존재로 보려 하지 않지요.” 5강. 전희식(귀농운동가, 『똥꽃』 저자)-1월 29일 ‘젊음과 늙음, 모심에 대하여’ “노화(老話)는 노인들의 생활, 정서에 맞는 얇은 책이에요. 아직 발표는 안 되었지만, 노인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좀 쓰고 있어요. 청소년 책도 있고, 어린이 책도 있고, 도서관이나 서점도 아이들 전문이 있는데, 노인에 대한 것은 영화도 없고, 책도 없고, 장난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6강. 안성찬(서울대학교 인문대 연구교수, 『이성과 감성의 평행선』 저자)-2월 5일 ‘나는 지적일까? 감성적일까? -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중심으로 -’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경험이 없는 이성은 공허하다고 이야기했어요. 1+1=2라는 건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이 안에는 굉장히 커다란 근본원리가 들어 있어요. 여기서 1은 모든 것을 지칭할 수 있어요. 사람 하나에 또 사람 하나. 그래도 2죠. 사과 하나에 또 사과 하나. 역시 2고요. 세상 모든 만물에 주입해도 그렇다는 거예요. 1이 구체적인 의미가 없이 추상으로만 존재할 때, 그래서 1+1=2에 내용이 없을 때는 공허함만이 있어요. 이성이 참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경험과 결합해야만 해요. 경험이 없는 이성은 공허하니까요.” 7강.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저자)-2월 12일 ‘나의 몸, 그 무한한 가능성’ “청소년 여러분들의 몸은 아직까지 체화된 생각들이 많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완전히 뿌리박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몸은 무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들이 잘 들어올 수 있어요. 무르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융통성이 있다는 말도 되고 한편으로는 자유롭다는 말도 됩니다. 이건 여러분들이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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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에서부터 출발해 내 몸으로 점점 줌 인 되는 방식으로 강의는 이어졌다. 명색이 겨울 방학이라지만 아침 10시에 시작되는 강좌를 들으러 오는 청소년들의 표정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당장 코앞에 닥친 입시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 그들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자신의 마음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실마리 한 조각쯤은 찾지 않았을까. 일곱 개 강좌 중 청소년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얻었던 강좌는 단연 마임 수업이었다. 남양주 산돌학교에서 1박 2일로 이루어진 두 번째 수업은 서먹서먹해하던 사이를 단박에 절친들로 만들어버렸다. 강의하실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몸으로만 보여주어야 했다. 혼자서 투명 줄을 잡고 당겨보기도 하고, 혹은 옆짝꿍과 보이지 않는 유리를 옮겨보기도 하며, 어떤 생일선물을 받았는지 모든 사람들에게 마임으로 선보이는 시간도 있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오랜만에 한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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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우주에서부터 출발해 내 몸으로 점점 줌 인 되는 방식으로 강의는 이어졌다. 명색이 겨울 방학이라지만 아침 10시에 시작되는 강좌를 들으러 오는 청소년들의 표정은 조금 피곤해보였다. 당장 코앞에 닥친 입시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 그들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자신의 마음자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실마리 한 조각쯤은 찾지 않았을까. 일곱 개 강좌 중 청소년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얻었던 강좌는 단연 마임 수업이었다. 남양주 산돌학교에서 1박 2일로 이루어진 두 번째 수업은 서먹서먹해하던 사이를 단박에 절친들로 만들어버렸다. 강의하실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몸으로만 보여주어야 했다. 혼자서 투명 줄을 잡고 당겨보기도 하고, 혹은 옆짝꿍과 보이지 않는 유리를 옮겨보기도 하며, 어떤 생일선물을 받았는지 모든 사람들에게 마임으로 선보이는 시간도 있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오랜만에 한참 바라보았다.

*       *       *       * 3월 말부터 시작하는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 봄학기 주제는 바로 ‘밥’이다. 이 또한 우리의 생명,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주제이다. 직접 밥을 해먹고, 한끼를 굶어보며, 밥의 역사를 공부해보는 소중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격주로 이어질 봄학기에는 어떤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이 만나 맛난 식탁을 차리게 될까.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 봄학기 안내

한 글자로 된 우리말 시리즈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은 길. 일. 돈, 몸에 이어 밥 교실을 엽니다. 밥은 오랜 시간 우리의 생명을 이어 준 아주 든든한 목숨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소중한 밥이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유해박테리아의 유전자가 들어 있는 GMO음식이 주를 이루고, 우리 몸에 해로운 단백질이 들어 있는 광우병쇠고기가 밥상에 오를 수 있다 하고, 구제역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가축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좋은 밥은 자연스럽게 자란 우리 농산물인데 그런 밥을 만나기 힘든 시대입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땅과 물 그리고 씨앗인데 들녘에 논과 밭은 시나브로 줄어들고 물은 오염되고 토종종자는 찾아서 보호해야 할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공되어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2011년 길담서원 청소년 인문학 교실 봄학기 <밥>에서는 일곱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밥의 소중함을 배우고, 누가 우리 목숨줄인 밥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우리의 밥상문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대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3월 26일 노는 토요일 부터 7회 이른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됩니다.   ☞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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