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산봉 2019. 2.8. ⓒ 이굴기
한여름 맴맴맴
쏱아지는 매미소리 속에는
기미도 안 보이던 눈
겨울이 접근하자
눈이 오려고 하더니
눈이 온다
작년에 눈사람이 있었던 자리
올해도 그 자리에 눈이 내렸다
작년, 무덤 곁에 눈사람이 있었다
무덤에서 걸어나온 듯
이목구비는 없었지만
생생한 사람이었다
겨울 내내 있다가
아무 흔적없이 사라진 눈사람
얼굴은 없었지만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사람
올해는 눈이 모자랐나
태어나지 않은 눈사람
혀조차 없는 입에서 나온
부드러운 말씀처럼
눈만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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