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오대산 적멸보궁. 2020. 7. 15. ⓒ 이굴기
지나가는 등산객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돌 하나. 저 정도면 바위라 해도 되겠다. 저 돌에서 떨어져 나온 듯 자잔한 돌멩이들이 돌의 슬하에 잔뜩 흩어져 있다. 눈으로 직접 목격한 바는 없지만 저 정도면 흩어진 돌멩이들의 할아버지가 저 바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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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정수리를 한참 들여다보며
너는 가마가 둘이네
하나는 외삼촌한테 주자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소용돌이치는 가마는 내 과격한 성질과
머리카락을 찬찬히 눕히고
세상 쪽으로 회오리쳐 뻗어나갔습니다
손바닥의 빗금이
운명을 감추고 있는 무늬라던가요
생명도 재물도 그 구불구불한
선분이 결정한다고 하는 것이지요
무슨 억울한 일이라 당했다는 것인지
내 앞으로 통통통 달려온
손자는 온 힘을 다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작은 몸이 애기똥풀처럼 온통 흔렸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은 꼭 쥔 채
최선을 다해 우는 아이의 크게 벌린 입을 보면서
우리의 운명이란 게
실은 저 목젖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겠구나
아침저녁으로 세수할 때
차츰차츰 닳아 없어지는 이 손바닥이나 믿다가
그간 속아 살지는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잠깐 해보았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은
수도물처럼 터진 아이의 서러운 눈물
그것부터 막아야겠기에
이름에서 항렬이
나하고 같은 자리인
녀석을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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