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을 비우며 해보는 새해 결심


마지막 점심은 동태탕으로 했다. 인지생의 마지막은 아직 아니고 올해의 마지막 점심이었다. 내장과 알이 늘 넉넉하게 나와서 남기기가 일쑤인데 오늘은 싹 해치웠다. 나에게로 와서 동태는 비로소 저의 마지막을 다했다. 뼈 몇 조각만 남기고 나를 비롯한 몇 사람들한테로 흩어졌다.


몸통과 알과 내장과 국물을 들이키면 나중에 남는 건 통태의 머리다. 남기면 모두 쓰레기통의 들어갈 것이다. 이 식탁을 떠난다고 그냥 없어지는 건 아니다. 파리나 기생충이나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겠지만 육안로 보아 내가 처리하는 게 옳겠다. 머리를 파고들었다. 모든 뼈를 일단 입안에 한번 넣었다가 바닷물에서 고기 그릇을 헹구듯 굵은 뼈만 추려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분 많은 눈알을 해치웠다.


동태의 눈을 파먹은 것을 보고 경악할 지도 모르겠다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느러미나 뱃살이나, 눈알이나 다 같은 부위다. 어릴 적 시골에서 제사 지내고 난 뒤 건어물에서 눈알을 맛있게, 쫄깃쫄깃하게 먹은 경험이 나를 아무렇치 않게 만들어준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면 눈알을 그냥 방치해서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동태에게는 치욕을 안기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생선의 얼굴은 그렇게 나의 일부가 너끈하게 되었다.


점심 식사가 끝났는가. 젓가락과 숟가락을 놓으며 텅 빈 양은 냄비를 보면서 꼬리까지 사라진 동태와 그 국물에 대해 생각한다. 어제 읽은 <모비 딕>에는 꼬리에 관한 근사한 말이 나온다.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고래 전체의 힘은 꼬리의 한 점에 응결되어 있는 것 같다. 물질의 완전한 소멸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 있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꼬리일 것이다.”


후련하고 깨끗하고 시원했던 동태탕을 더듬으며 생각하느니, 나도 내년에는 깔끔하게 속을 비워낸 저 냄비처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보자는 사소한 결심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