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내장산 2019. 11. 30. ⓒ 이굴기
밥 먹고 합시다
그렇고 그런 회의에서 지루한 공방이 오고 갈 때
잠자코 있던 누군가 불쑥 던지는
저 한마디가 회의를 종결시키는 경우가 있다
밥이라는 말이 주는 저 뭉클함
그래, 다 먹자고 하는 행위가 아닌가
공동묘지에 즐비한 비석 같은 이빨로
음식을 잘게 빻은 뒤
캄캄한 목구멍으로 삼킬 때
잘록한 구멍 너머로 보낼 때
목구멍은 그 어떤 고개
가끔 휘파람 소리 끝에
한숨이 울려 나오기도 하는
하루에 적어도 세 번
꼬박꼬박 넘어야 하는 고개
낫 놓고 기역자는 알아야 하는 것처럼
밥 한 덩어리 삼키면서
이 목구멍이
참 넘기 힘든 기역자 고개라는 건
회의에 참석한 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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