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선 덕산기 계곡 2010. 2. 22. ⓒ 이굴기
*****무거움에 대한 가벼운 생각
무거움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가능하게도 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실감나게 보았다
중력이 사라진 이른바 무중력의 공간에서
일 센티미터도 움직이기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눈앞에 애인이 있어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을 먹어도
무거움이 아니라면 손을 잡을 수 있겠나
앞으로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무거움이 없다면
가까이 갈 수가 있겠나
세상의 있는 것들이
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저 무거움 덕분이었다
있는 곳에서 마음을 들어
저만큼의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실은 중력을 이겨내고서야 가능한
저 무거운 동작이었다
맷돌을 눌러
사각의 두부를 만드는 것처럼
시대의 고뇌가
시인의 입에서 시를 뛰어나오게 하듯
모든 일은
무거움을 딛고 도달하는 경지
무거움에 저항하면서 나아가는 고지
사랑한다,
한 마디 나의 어려운 말도
무거움을 추진력으로
너의 귀에 간신히 도착하는 것
가벼운 생각이 무거운 중력을 만나야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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