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첫날
“어제 학교에 가서 서류등록도 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도 만났어. 전입처리는 되었으니 오늘은 너만 가면 될 거야. 혼자 갈 수 있겠어? 힘들면 같이 가줄게.”
아버지는 이오의 의견을 물었다.
“병원에서 형을 간호하는 것도 힘드실 텐데……. 저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저 이제 다 컸어요. 키도 아빠보다 크잖아요.”
“녀석. 이제 내가 필요 없다는 거냐.”
아버지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건 아니지만…… 혼자 갈 수 있어요. 염려 마세요.”
이오는 아버지를 다시 안심시켰다.
“고맙다. 이오. 우리에게 다시 좋은 날이 올 거야.”
아버지와 이오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병원으로 돌아가고 이오는 학교로 당차게 출발했다. 이사 온 집에서 새로운 학교로 가려면 지하철로 가다가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출근시간과 겹쳐서 지하철은 사람들로 꽉 찼다. 이오는 움직일 때마다 뒷사람들에게 부딪칠까 염려되어 백팩을 앞으로 맸다. 지하철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코가 닿을 정도였다. 이오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했다.
‘학교 가기 전 녹초가 되겠어. 그동안 편하게 학교를 다닌 게 참 감사한 일이었네!’
일상의 소소한 감사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정거장을 간 후 지하철에서 내렸다. ‘지하철 독립 만세’를 외쳤다. 홀가분함도 잠시 이오는 마을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살피느라 걷는 속도가 늦춰지다 보니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몇 번을 부딪쳤다. 촌스러워 보이는 게 싫어 처음 오는 길이 아닌 척했지만 티가 팍팍 났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려 했지만 다들 너무 빨리 움직여서 질문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저만치들 가버렸다. 무안해서 얼굴만 빨개졌다. (중략)
담임 선생님은 등교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이오와 함께 교실로 향했다. 가는 도중 낯선 아이의 등장을 호기심 있게 보는 아이들 몇 명과 마주쳤다.
‘잘 할 수 있어.’
이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새로운 교실 앞에 도착했다.
“잠깐만 밖에 있을래?”
선생님이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아침인사를 나누는 동안 한 여학생이 이오를 지나쳐서 뒷문으로 고개를 숙이고 살금살금 들어갔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소리가 들렸다.
“아리. 이 녀석! 또, 또, 아슬아슬하게 들어온다. 그냥 이름을 ‘아슬이’로 하지 그래.”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죄송합니다.”
이오도 복도에서 늦게 들어간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오늘은 왜 늦었을까?”
“아! 오다가 넘어져서 보건실에 들렀다 오느라고요.”
아이들은 아리의 말이 뻔한 거짓말이라는 듯 킥킥댔다.
“이상하다. 보건 선생님 오늘 출장이신데.”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그 여학생은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자기 자리로 들어갔다.
“자자! 어찌 되었든! 오늘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소개하겠다. 이오야, 들어오렴.”
이오는 교실로 들어섰다.
“우리 학교 교복 맞아?”
“교복만 입었는데 왜 이리 멋져?”
“거봐. 내가 그랬잖아. 오늘 전학 온다고.”
“헐! 안됐다. 이제 곧 시험인데…….”
이오가 교실에 들어서자 이오의 모습에 반해 눈에 하트가 켜진 아이들이 있는 반면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심각한 눈짓을 주고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반응으로 술렁거렸다.
“반응이 아주 뜨겁군. 자자, 전학 온 친구는 모든 것이 새로울 테니 많은 배려 부탁한다. 자, 본인이 직접 자기소개를 해볼까?”
선생님은 이오에게 본인을 소개할 기회를 주었다.
“안녕. 난 이오야. 이오는 목성의 달의 이름이자 제우스가 반한 미인의 이름이지. 내가 여자가 아니란 건 유감이지만. 잘 부탁해!”
이오는 짧고 간결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오라……. 이름은 마음에 드네.”
아리는 전학 온 아이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자리는 저기저기 맨날 늦게 오는 아이 옆자리.”
아리는 새로 온 친구에게 자신의 약점을 말하는 선생님이 야속했지만 잘생긴 새 친구와 짝이 된 것으로 비긴 셈 하기로 했다
* 이 책은 10월 중에 독자 여러분들께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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