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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밥 한 공기의 인문학>(가제)


주영하 (한국한중앙연구원 교수) “국수나 우동, 라면같이 가루로 내어 먹는 분식(粉食) 문화권에서는 반찬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릇 하나에 완성되어 있는 음식이기에 다른 밑반찬이 거의 필요 없죠. 반면 쌀밥을 먹는 입식(粒食) 문화권에서는 반드시 반찬이 필요합니다. 그 반찬을 누가 준비하나요? 집에서 가정을 지키는 사람들이 준비해야 됩니다. 그래서 입식 문화권에서는 여성에게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습니다.”

송기호 (변호사) “한국 사람들이 소주를 많이 먹죠. 소주는 우리 농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외국에서 나는 고구마와 아프리카의 농산물을 원료로 해서, 거기에 술맛을 내기 위해 화학 감미료를 넣은 것이 소주입니다. 소주는 사실 술이 아니에요. 프랑스 와인이 유명한데, 그런 와인을 프랑스 대기업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지역 농협에서 만들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우리 농업에 근거한 좋은 술을 가지고 있지 못할까요? 그 1차적인 원인이 바로 데라우치 총독의 식품법에 있었습니다.” 문성희 (자연요리가) “우리 몸에 있는 100조억 개 세포 하나하나가 다 살아 있어요. 세포 하나하나가 물처럼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뭘 기억할까요? 여러분이 먹어왔던 것,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세포에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식성이란 것이 그래서 있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생명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먹고 세포가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 저절로 기름에 튀기거나 느끼한 음식 같은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맛있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이명원 (문학평론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라고 하는 사람이 살기 위해 자신의 ‘피’를 파는 이야기입니다. 왜 피를 팔까요? 돈이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열심히 노동을 해도 식량이 없고 가난해요. 자식이 간염에 걸려서 사경을 헤매는데, 이 극빈의 허삼관은 살려낼 방법이 없어요. 결국 집안에 재난이 닥칠 때마다 자기 피를 병원에 팝니다. 피를 팔아 번 돈으로 식량을 얻고, 붕괴되어가는 가족을 추스르고,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을 가까스로 유지합니다.”

박성준 (길담서원 대표) “평화는 한자로 ‘平和’라고 쓰지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모두 이렇게 씁니다. 자세히 보니 和는 ‘벼 화’ 자인 禾와 ‘입 구’ 자인 口로 만들어졌지요. 벼는 쌀이 되니까, 쌀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和의 뜻풀이입니다. 그런데 나만 먹고 다른 사람이 다 굶고 있다면, 그것이 평화일까요? 평(平)은 ‘골고루’ ‘고르게 한다’라는 뜻이에요. 그러므로 평화로운 세상은 모든 사람들 입에 밥이 골고루 들어가는 세상입니다.”

정대영 (발곡고등학교 교사) “실제로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건들은 다 갖추었다고 해요. 문제는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커피나 사탕수수만 재배하고 있는 상황이이에요. 서구 1세계 국가 사람들의 기호식품을 충당하느라고 정작 자기들이 먹어야 하는 식량을 재배할 수 없는 이 황당한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김은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연구원) “6~7년 전, 국내 최대 식품업체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의 부엌을 발표했어요.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부엌에는 식탁, 의자, 냉장고, 전자렌지만 있고 부엌에 아무것도 없어요. 왜? 자기네 회사에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팔면 소비자는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힘들게 시장 볼 일도, 요리할 일도, 설거지할 일도 없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부엌이에요. 실제로도 점점 우리의 부엌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밥' 편인 <밥 한 공기의 인문학>(가제)은 올 겨울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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