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박동욱 지음


심노숭은 본래 잠을 잘 자서 누우면 곧바로 잠들곤 했다. 그러나 아내를 잃은 뒤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들 수 없었다. 잠을 청하기 위해 책을 보려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지만 남만 괴롭히는 꼴이었다. 바둑은 함께 둘 사람이 없었고 거문고 연주를 듣자니 상중(喪中)이라 예법에 벗어난 일이다. 벽을 마주해 중얼거리기도 하고, 한가로이 걸어보고자 했지만 남들 눈에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구세주처럼 찾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술이었다. 그렇지만 술을 먹고 잠들었다가 중간에 깨기라도 하면 차라리 술을 먹지 않은 것보다 잠을 이루기가 더 어려웠다.

심노숭은 ‘잠이 번민을 이긴다(睡勝心煩)’라는 말을 믿었다. 잠을 자고 나면 어지간한 고민거리는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번민일 경우에만 통하는 이야기였음을, 큰 번민을 겪고 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도무지 잠을 잘 수도 없으니 애초에 번민을 이길 수도 없는 셈이다. 아내가 없는 파주의 빈집에서 매미가 미친 듯이 울었다. 그곳에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하늘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미치기 직전에 찾은 방법은 시문(詩文)을 짓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베갯머리에서 시문을 짓기 시작했다.

미지(微之)의 시에, ‘두 눈 뜬 채 긴 밤 지새, 평생 고생한 당신에 보답하려오.(惟將終夜長開眼, 報答平生未展眉)’라 하였으니 이것이 『미안기』를 짓게 된 까닭이다.

이미 아내가 눈썹을 펴는 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는 지금 내가 밤새 두 눈 뜨고 있은들 펴지 못한 눈썹에 무슨 도움이 되리오? 눈썹을 펴지 못한 채 죽어서 장차 내 온몸으로 속죄하려 함에 또 어찌 눈만 오래 뜨고 있는 것으로 한단 말인가? 이 정도로 보답이라 여긴다면 나는 그 부족함을 알 뿐이다.

눈썹을 펴지 못한 것은 수심이 한때에 그친 것이고, 밤새 눈 뜨고 있음은 수심이 종신토록 이는 것이니, 이것으로 저것에 보답으로 여긴다면 나는 또한 그 족하고도 남음을 알겠다. 비록 그러하나 수심으로 수심을 보답함에 어찌 그 남고 모자람을 논하리오! ……아, 이것이 어찌 문인가? 시인가? 슬프면 바로 지은 것일 뿐이니 모두 밤을 지새우면서 얻은 것들이다. 합하여 『미안기』라 이름한다.

위의 글은 『미안기』의 서문이다. 눈썹을 펴지 못했다는 것은 기쁜 일이 없었다는 의미다. 남편은 살아생전에 아내를 진정 기쁘게 해주지 못하다가 아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아내를 잃은 아픔에 진정으로 기쁠 일이 사라지고 말았다. 눈썹을 펴지 못한 것은 한때의 수심이고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을 뜬 채 있는 것은 평생의 수심이라 하면서, 자신의 수심이 생전 아내의 수심보다 훨씬 더 혹독했음을 토로했다. 슬픔이 지극하면 글도 쓸 수 없는 법이지만 결국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잠과 맞바꾼 글들은 이렇게 모이게 됐다.

* 아내를 잃고 띄우는 조선 선비들의 편지,

3월,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