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 휴 로프팅 지음


"둘리틀 박사 이야기를 읽으며 동물들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려 하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아프리카에 가서 동물들과 지내며, 그들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제인 구달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둘리틀 박사의 이야기는 내 인생을 바꾼 책이다. 나는 둘리틀 박사에게서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동물들과 대화하며,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잘 지내는 모습을 희망했던 둘리틀 박사를 보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리처드 도킨스

1권 <둘리틀 박사의 이야기> 중에서  1장 퍼들비

옛날 옛적에 우리 할아버지들이 어린아이였을 때, 한 박사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둘리틀…. 의학박사 존 둘리틀이었다. ‘의학박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격을 갖춘 의사이자 오만 가지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박사는 습지 옆 퍼들비라는 작은 마을에 살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이도 노인도, 모두 다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가 신사 긴모자를 쓰고 거리에 나서면 모두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저기 박사님이 가신다! 정말 똑똑한 분이셔!” 개도 아이도 죄다 뛰어와 박사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는 교회탑에 사는 까마귀들까지도 까악까악거리며 그에게 인사했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박사의 집은 작았지만 정원은 아주 컸고 넓은 잔디밭에는 돌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수양버들도 자라고 있었다. 집안일은 여동생인 세라 둘리틀이 했지만 정원을 가꾸는 일은 박사가 직접 했다. 박사는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온갖 애완동물을 길렀다. 정원 구석 연못에 있는 금붕어 말고도 주방창고에는 토끼를, 피아노에는 흰쥐를, 벽장에는 다람쥐를, 지하실에는 고슴도치를 길렀다. 그리고 암소 한 마리와 송아지 한 마리, 늙어서 다리를 저는 스물다섯 살 난 말 한 마리, 닭과 비둘기들, 새끼 양 두 마리, 그밖에도 여러 동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오리 대브대브, 개 지프, 아기 돼지 거브거브, 앵무새 폴리네시아, 그리고 올빼미 투투였다. 박사의 여동생은 녀석들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며 투덜댔다. 한번은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진찰을 받으러 왔다가, 소파에서 잠자고 있던 고슴도치 위에 앉고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할머니는 토요일마다 마차를 타고 15킬로미터나 떨어진 옥슨소롭이라는 곳에 가 다른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여동생이 박사에게 와서 말했다. “오빠, 이따위 동물들을 기르는 집에 환자들이 진찰 받으러 오고 싶겠어요? 응접실에 고슴도치들 하고 쥐들이 가득한데 누가 오빠를 제대로 된 의사로 보겠어요? 얘들이 쫓아낸 환자만 벌써 네 명째라고요. 대지주 젠킨스 씨도 목사님도 이젠 오빠네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암만 아프더라도 말이에요. 우리 점점 쪼들리고 있잖아요. 이렇게 오빠 멋대로 하다간, 최고의 고객들 중 누구도 오빠를 의사로 보지 않을 거예요.” “난 그 ‘최고의 고객들’보다 동물이 더 좋은걸.” 박사가 말했다. 여동생은 “정말 못 봐주겠어”라고 말하고 방을 나가 버렸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은 더 늘어만 갔고, 그에 따라 진찰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점점 줄어만 갔다. 그러다 결국 손님이라고는 단 한 명만 남았다. 동물 먹이를 파는 남자였는데, 어떤 동물이든 꺼리지 않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는 부자도 아니었고, 병이라고는 일 년에 한 번밖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크리스마스 때면 찾아와 6펜스를 주고 약 한 병을 받아가는 게 다였다. 아주 오래전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 년에 6펜스로는 생활하기가 힘들었다. 저금통에다 모아 둔 돈이 없었다면 박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동물은 계속 늘어만 갔다. 물론 녀석들을 먹이는 데 드는 돈도 엄청났다. 모아 둔 돈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피아노가 팔려 나갔고, 쥐는 사는 곳을 책상 서랍으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피아노를 판 돈도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일요일에 입는 갈색 양복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박사는 점점 곤궁해져 갔다. 사람들은 이제 거리에서 긴 모자를 쓴 박사를 보면 수군거렸다. “저기 존 둘리틀 박사님이 가시네. 전에는 여기서 최고로 유명한 의사였는데, 봐 봐. 지금은 빈털터리가 되었다지. 구멍 난 양말을 그냥 신고 다닐 정도라구!” 하지만 개와 고양이와 아이들은 거리에서 박사님을 보면 여전히 달려와 따라다녔다. 녀석들만큼은 박사가 부자였을 때랑 똑같았다. * 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 1차분 1,2권은 2월 말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