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불량엄마의 이상한 지구 기행문>, 송경화 지음, 홍영진 그림


우주 공간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행성 B612에 살다 장미와 싸우고 상처받아 이 행성, 저 행성을 여행하는 어린왕자. 장미와의 헤어짐으로 여행을 시작한 그는 아주 우연히도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도 구석진 우리은하에, 우리은하 중에서도 아주 아주 아주 구석진 태양계에, 그중에서도 행성 지구에 도착했지. 어린왕자는 이 행성 저 행성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고민을 했잖아. 그런 거 말고 엄마처럼 형이하학적인 질문, ‘왜 이 행성에는 사람이 살까?’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여행을 했다면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네가 몇 살 때부터인지도 모르겠으나, 잠자기 전에 수도 없이 읽어주던 동화책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이 동화의 전체적 줄거리는 ‘금발 여자아이에게 아기 곰의 수프가 적당히 따뜻했고, 아기곰의 의자가 적당히 잘 맞았으며, 아기 곰의 침대가 적당히 푹신했다’잖아. 여기서 ‘적당히’는 ‘가장 좋은 상태’, 아니면 ‘나에게 가장 알맞은 상태’를 의미하지. 과학자들은 ‘적당함’이라는 개념을 무한해 보이는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에다가 적용해봤지. 이게 뭐냐고? ‘골디락스 이론’이지.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는 태양으로부터의 적당한 거리를 통한 ‘적당한 온도’, 적당한 질량을 통한 ‘적당한 중력’, 그리고 그로 인한 ‘적당한 대기’와 ‘적당한 물’ 때문이지. 그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가 생각해보자.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40개가 넘는 위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잖아. 도대체 다른 행성과 지구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까?


(...)


이미 우리는 그렇게 지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에 길들여져 있지. 그 길들임의 시작이 뭐겠어?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황금빛 밀밭을 볼 때마다 황금 머릿결을 가진 네가 생각 날거야.’라고 그랬잖아. 그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잖아. 지구가 어떻게 너를 길들였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구에 관심을 가져야지. 아니 보다 원초적인 표현으로 지구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아니 지구와 더불어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알아야 하지.


하지만 지구가 우리에 비해 엄청나게 크고 오래되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볼 수도 없고, 단숨에 알아내기 어려운 것들이 더 많지. 어쩌면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에 대해서 알아 온 것들은 아주 사소하고, 일부에 불과할지도 몰라. ‘지구는 둥글고, 지구에는 땅도 있고 물도 있고, 지구에는 사람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그들이 숨 쉬면서 사는 공기가 있다. 지구도 우주에 있으니 지구 밖의 영향을 받는다.’ 등의 사소한 것들을 바탕으로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가겠지. 엄마식 표현이야 ‘땅’, ‘공기’, ‘물’, ‘생명체’, ‘지구 밖’이지만 좀 있어 보이는 용어로 바꾸면 지권, 기권, 수권, 생물권, 외권이 되잖아.


중요한 것은 각각을 완전하게 분리해서 얘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거야. 너도 아는 것처럼 땅, 공기, 물과 생명체가 만나 땅에 있는 물질이 공기 중으로도 가고, 공기 중에 있는 물질이 물속으로 들어가고, 생명체로도 가고 또 땅으로도 가는 순환을 거치니까 말이야. 더욱 중요한 것은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변해간다는 거야. 변해가는 방향이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지식체계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범주이면 좋겠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지.


그게 지구만, 지식체계만 그러겠어? 너와 나도 그러하지. 엄마는 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네가 엄마 껌딱지던 시절이고, 지금은 엄마가 알지 못하는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잖아. 당연히 엄마는 너에게 관심이 많지. 네가 엄마의 관심에 대꾸를 안 해줘서 아쉽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오랜 시간 아슬아슬한 지구가 너와 나를 길들여 온 것처럼……. 그래서인데 지구가 우리에게 그러하듯이 지지고 볶으면서 서로를 길들여 보자고.



*<불량엄마의 이상한 지구 기행문>은 3월 말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