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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불확실한 시대에 과학 읽기> 과학과 사회를 관통하는 생각의 힘을 찾다!


가습기 살균제, 핵발전소 위험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대의 불확실한 사회에서 어떤 위험이 양산되고 있고 그 위험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우리는 어떻게 균형잡힌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에 과학을 다룬 책들이 가지고 있는 경향성들을 생각해봅시다. 과학은 확실한 것이고 과학이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하는, 한편으론 낙관론적인 과학의 가능성만을 얘기했던 종류와 아니면, 아예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에서 과학의 위험만 강조했던 그런 과학책의 경향이라고 하는 것들이 양갈래로 갈라져서 나오는 게 현 출판계의 현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논쟁’을 중심으로 ‘과학’을 다루어보면 어떨까요? 갈래로 갈라졌던 과학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 긍적이든 부정이든 그것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균형잡힌 논지를 발견해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그렇게 과학과 사회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과학기술 등 사회 쟁점에 대해서 어떤 질문들을 가져야 하는가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듯 본문에는 다양한 주제들이 펼쳐집니다.

이번 미리읽기에서는 ‘화학물질 규제’ 본문의 일부를 만나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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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으로 보는 화학물질 규제


화학물질은 어디에나 있다. 가령, 지금 내 앞에 있는 전화기와 컴퓨터는 전자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지만 컴퓨터를 둘러싸고 있는 케이스뿐만 아니라 내부에 있는 반도체 소자들은 화학물질을 활용하는 화학공학이나 재료공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삼성전자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먼지없고 ‘클린’한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주방을 가거나 화장실에 가면 화학물질은 더 많이 있다. 세제, 섬유유연제, 방향제, 샴푸, 그것들의 케이스, 각종 가전제품의 외양이나 손잡이, 널려있는 빨래 등에서 화학물질이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현대 사회는 화학물질로 뒤덮여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 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2,0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시장에 도입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신규 화학물질은 사전심사 이후 시장에 나오지만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예방하지는 못한다. 현재까지 많은 논란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규제절차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은 질병관리센터의 발표로 인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일부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 있는 PHMG, PGH, CMIT, MIT 화학물질은 피부를 통한 독성이나 입을 통한 독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기 상태로 흡입할 경우에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화학물질을 미리 규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규제기관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화학물질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형태로 공기 중에 비산될 거라는 예측을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우리들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화학물질은 그 자체로 상당한 유해물질이기도 하다. 유해화학물질을 생산단계에서부터 최소화하려는 녹색화학(green chemistry)같은 기획도 있지만 여전히 새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은 인간이나 환경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화학물질이 유해한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습기살균제 사건 같은 비극이 일어나기 이전에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나라 및 여러 나라들에서는 위험평가(risk assessment)를 통해서 우리는 화학물질 또는 유전자조작물질 등 신물질의 유해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다. 위험평가는 위험에 대한 정보를 시민이나 규제기관에 제공하는 과학적 방법이다. 위험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위험평가는 규제에 정당성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안전기준을 정량적으로 제시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과학적 방법으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은 줄어들고 화학물질을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화학물질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과학과 정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후략……)




* 이 책은 5월 말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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