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보는 게 전부는 아니야 _ 김융희 (미학자) “가까운 사람들끼리 눈을 마주치기로 작정하고 서로의 눈을 오래 바라보세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 편견 없이 오랫동안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돼요. 눈으로 권력만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사랑도 왔다 갔다 해요. 시선이 교환되다 보면 어느 순간엔 두 사람이 연결되지요. 눈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2장. 나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_ 손현철 (다큐멘터리 PD) “자, 여러분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저를 카메라로 찍는다고 해보죠. 여러분이 찍은 사진은 다 비슷하겠죠? 아니에요, 똑같은 사진은 실제로 하나도 없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지금 앉아 있는 곳에서 저를 바라본 각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의 위치가 다 다르기 때문이죠. 비단 사진뿐만이 아니에요.” 3장. 중심에서 비켜서 본 세상 풍경 _ 홍순명 (설치미술가, 화가) “<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영화에 작가 포레스터가 흑인소년 자말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가 평생 글을 썼는데, 내가 좋아서 쓴 글들은 남이 좋아하는데 남 좋으라고 쓴 글은 남이 읽어주질 않는다.” 저도 공감하는 말입니다. 나 스스로에게 철저히 솔직해질 때, 나의 내면과 끝없이 대화를 시도할 때, 그 메시지가 남에게도 전달되는 거지, 남들이 이거 좋아할 것 같다고 시도하면 남들이 안 좋아요. 일단 내가 만족해야 합니다. 남이 만족하는 건 나중 문제예요.” 4장. 관심이 있는 곳에 눈이 있다 _ 이재성 (길담서원 학예실장)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LP의 바늘이 타고 가는 길을 홈통, 그루브(groove)라고 합니다. 재즈 음악에서 끈적하게 타고 흘러가는 자유의 리듬도 홈통, 그루브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재즈의 즉흥 연구에서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것은 홈통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재즈음악이 그루브를 타지 않고 홈통을 벗어나 즉흥적으로 흐를 때, 오히려 다른 길이 열립니다. 그것은 관성에 대한 저항입니다. 우리의 삶도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길을 발견하거나 발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눈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만의 그루브를 타야 합니다.” 5장. 세상을 뒤집어 본다는 것, 상상과 역상에 관하여 _ 고경일 (만화가) “우리는 보통 ‘새가 노래한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새가 언제나 그렇게 즐거워서 노래하는 걸까요? 새가 우는 것은 아닐까요? 또 개구리가 우는 것일까요, 노래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생각이란 거의 언제나 인간의 관점, 또는 나의 관점에서의 생각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있는 생각입니다. 이런 상식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파괴에서 아이디어는 시작됩니다.” 6장. 나의 이웃과 친구가 더 나은 세상을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_ 박성준 (길담서원 대표)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습니다. 저는 죽은 자가 남은 사람들의 눈으로 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보고 싶은 것을 다 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지만 남아 있는 자들이 나를 이어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보고 싶어했으나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됩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더 좋아진 세상을 보는 것이 떠난 사람에게는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 이 책은 7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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