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수냐의 수학카페 옆에 멋진 수학영화관이 생기다!


바쁘다, 바빠!


현대인의 생활! 일단 분주하다. 할 일이 많다. 바쁘다는 말과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른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앞날을 위한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다. 현대사회는 나이별로, 단계별로 무얼 준비하고 해야 하는지 친절하고 집요하게 가르쳐준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나사를 조여야 하는 채플린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속도를 따라 잘 조이면 숙련공, 속도에 못 맞추면 문제아가 된다.


타임 스케줄은 이런 현대인의 생활을 잘 보여준다. 때가 되면 일어나고, 일하러 가고, 밥 먹고, 놀고 잠을 잔다. 일일 시간표가 있다. 하루하루뿐만 아니라 출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인생 전반에 시간표는 따라다닌다. 현대인이 된다는 건 시간표에 따라 살아갈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모던 타임즈>는 이러한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바로 시계, 채플린은 시계를 한동안 보여주고 난 후 이야기를 비로소 전개한다. 시계는 현대문명의 일부라기보다는 현대사회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다. 약 6,000년 전부터 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사용되어왔다. 최초의 시계로 여겨지는 것은 해시계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그림자를 이용하여 낮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해시계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밤이 되면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여 물이나 불, 모래 등을 이용한 방법이 등장하였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도 우리처럼 빡빡하게 시간에 쫓기며 살았을까?


그렇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하루를 십이간지에 따라 자시, 축시, … 해시처럼 12개로 나눴다. 한 시가 약 두 시간 정도였던 것이다. 이것 외에도 낮의 절반인 한 나절(약 6시간), 밥 한끼 먹을 시간인 식경(食頃)(약 30분), 차 한 잔 마실 시간인 다경(茶頃)(약 15분), 한 시를 8개로 나눈 일각(一刻)(약 15분)이 있었다. 일각보다 더 짧은 것으로 촌각(寸刻)이 있었는데,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수로 표현 가능한 것 중 가장 짧은 시간은 일각이었다. 뭔가를 간절히 기다릴 때 ‘일각이 여삼추’ 같다고 한다. 가장 짧은 시간인 일각이 세 번의 가을, 즉 3년과도 같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간절했겠는가?


고대에 시간은 지금의 분과 초처럼 세세하게 정의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들에게 시계란 어느 정도의 길이를 갖는 시간을 ‘대략’ 나타내는 것이지, 지금처럼 현재 시각을 정확히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현재란 움직임이 전혀 없는 사진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현재란 움직임과 이동이 있는 동영상과 같은 것이었다. (…)


따라서 시간표라는 것이 지금과 달랐다. 고대에는 굵직굵직한 일들을 대략적으로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간마저도 일정하지 않았다. 해시계만 하더라도 낮의 길이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체 시간의 길이 또한 달라졌다. 여름에는 더 길었으며, 겨울에는 더 짧았다. 지역마다 해의 위치가 다르므로 시각 또한 달랐을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건 해시계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란 매우 유동적이었고, 오차가 많았으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았다. 시간표가 매사에, 모든 이에게 파고들기가 불가능했다. (…)



어디서건 늘 똑같은 시간


이런 상황은 14세기부터 확연히 달라진다. 기계적인 시계가 등장하며 시계의 정확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시계의 역사에서 한몫을 하게 된다. 1583년, 예배 중에 딴짓을 하던 그는 천장에 매달린 등을 관찰하며 등이 흔들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원리, 진자의 등시성을 이용한 것이 괘종시계다. 네덜란드의 수학자 호이겐스는 1675년에 휴대할 수 있는 진자를 발명하여 휴대용 시계를 발명하였다. 이후 시계는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널리 보급된다.


기계식 시계의 등장으로 시간 개념은 바뀌었다. 이제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간격으로 적용되었다. 길었던 시간 관념은 매우 짧아져 이제는 그때그때의 시각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길이를 가진 선분으로 여겨졌던 시간이 점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은 이제 자연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변함없이 흘러가게 되었다. 삶이 어떻든 이제 시간은 시간 나름대로 흘러간다. 오히려 시간을 따라 삶이 흘러간다. 삶이 우습고, 더러워도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누가 뭐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는 것이다. (…)


기계 시계는 등장과 함께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완전히 새로운 생활방식에 사람들은 적응해야 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시간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예전에는 가능했던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모든 행위는 시계에 맞춰 이뤄져야 했다. 노동 통제라는 것도 시계의 등장 직후인 14세기 전반에 나타나게 된다. (…)



한없이 0에 가까운… 미분의 등장


시계의 등장으로 시간이란 것은 매우 명쾌하고 분명한 것이 돼버렸다. 시간을 정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오랜 노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모호하고 다소 신비하기까지 했던 시간과의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 돼버렸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시간을 잘게 쪼개주는 엄밀한 시계의 등장은 분석이란 이름으로 과학을 발전시켰고, 계획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잘게 쪼개서 측정할 수 없었기에 예전에는 운동에 대한 관심이 주로 운동의 시작과 끝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운동의 전후뿐만 아니라 특정한 순간의 운동 상태에 대한 것으로 관심이 확대되었다. 한 순간의 시각을 알게 됐기에, 그 시각의 운동마저도 궁금해진 것이다. 미분이라는 혁명적인 수학의 분야는 이렇게 등장하였다. (…) 

* <수냐의 수학영화관>은 삼월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