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Confession of a Buddhist Atheist)>은 37년에 걸친 불교 전통 속으로의 여정을 들려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열아홉 살의 나이에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프랑스 시골에서 특정 종파에 속하지 않은 쉰여섯 살 재가 불자로 살며 사색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불교도로 길러진 것은 아니므로 이것은 개종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내가 불교에 매료된 까닭은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교리--환생과 같은--와 비평과 혁신에 저항하는 권위적인 종교 조직을 받아들이려고 애쓴 나의 몸부림이 담겨 있다. 나의 개인적인 몸부림은 또한 전통적인 아시아 종교의 세계관과 세속적 현대성의 직관 사이에 존재하는 좀 더 넓은 문화적 갈등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통적 형태의 불교와 만나면서 나는 더욱더 절박하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싯닷타 고타마라는 이 사람, 붓다는 과연 누구였나? 그는 어떤 세상에서 살았나? 그의 가르침에서 독특하고 독창적인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다른 이들이 옳다고 믿고 내게 '불교'로 제시했던 것의 상당 부분이 붓다 사후 수 세기가 흐른 뒤, 그가 살았던 때와는 아주 다른 상황에서 발전된 교리와 관례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불교는 그 역사를 통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새로운 추종자들의 필요에 적합한 형태로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겉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바로 이런 능력은 불교 전통의 기원과 그 창시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 수많은 불교 유파에서는 좀처럼 싯닷타 고타마의 설법을 공부하지 않고 있으며, 그 사람 자체가 종종 신의 위치로 격상되어 있다.
불교의 기원을 추적하고자 하는 탐구를 하면서 나는 팔리 경전을 공부하게 되었다. 싯닷타 고타마가 한 것으로 여겨지는 가르침을 고대 팔리어로 담고 있는 것이 팔리 경전이다. 이런 텍스트가 붓다의 말을 글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가르침의 가장 초기적 요소를 보존하고 있고 그가 살았던 세계의 고통스런 정치사회적 환경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탐구는 또한 팔리 경전에 언급되어 있는 장소, 즉 거의 2,500년 전에 붓다가 살고 가르쳤던 곳을 방문하기 위해 나는 다시 인도로 향했다. 이런 공부와 현장 답사, 더불어 매우 귀중한 G. P. 말랄라세케라의 <팔리어 고유명사사전(Dictionary of Pali Proper Names)>을 통해 붓다의 후원자, 가족, 제자 들과의 관계 속에 자리하고 있고 그가 살았던 당시의 정치사회적 긴장 상황이 만들어낸 붓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승려(Buddhist monk)이거나 승려였다. 그러나 불교에서 'monk(수도사, 수사, 승려 혹은 nun[수녀, 여승])'라는 용어는 기독교적 맥락에서 쓰이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monk에 해당하는 팔리어 단어 '빅쿠(bhikkhu 비구)'는 말 그대로 '거지'를 뜻한다(nun은 빅쿠니[bhikkhuni 비구니]이며, 같은 뜻이다). 비구나 비구니는 붓다의 가르침을 행하는 데 자신을 바치기 위해 주류 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다. 계를 받을 때 비구와 비구니는 200가지가 넘는 서원(그중 많은 것들이 매우 세세한 행동 계율이다.)을 한다. 그들은 순결하고 청빈한 삶을 사는 데 전념하며, 최소한 전통적으로는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고 보시를 구걸하며 살아가는 것이 권장된다. 소박함, 고독, 명상의 삶을 추구하는 것 외에도 비구나 비구니는 요청을 받으면 가르치기도 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종교 지도자로서 조언과 상담도 해줄 것이다. 불교에서는 monk와 priest를 구분하지 않는다.
나는 10년간 승려(처음에는 사미[예비승려]였다가 비구가 되었다.)였으며, 환속한 이후에는 결혼한 재가신자로 살고 있다. 나는 그 어떤 불교 조직이나 전통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교 세계에서 나의 '고향'은 없다. 나는 내가 알게 된 것을 함께 나누자는 요청을 받으면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는 프리랜서 순회강사가 되었다.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은 불교적 가치를 세속주의와 현대성의 맥락 안에 구현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헌신적인 재가신자의 시각에서 쓰였다. 나는 전통적인 아시아의 불교 형태들이 그것을 발생시켰던 조건과는 독립적인 본래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교리와 조직을 지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나에게 불교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불교가, 스스로 울타리를 친 신자들의 구역 밖에서 융성하려면 그것이 발달해온 환경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적응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므로 팔리어 용어에서 발음 구별 기호를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주, 부록, 용어설명에서는 포함시켰음을 알려둔다.
2009년 9월 아키텐에서
스티븐 배철러
* 『어느 불교무신론자의 고백』은 1월 말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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