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엄마가 철학할 때> 김은옥 지음



첫인사 _ 현대정신분석

대상관계론: 위니콧


‥ 엄마는 성격으로 아이를 기른다 ‥


현대정신분석학계에서 널리 주목받고 있는 대상관계이론, 그중에서도 핵심 인물인 도널드 위니콧의 이론을 다루고자 합니다. 위니콧의 이론은 여러 정신분석 이론 중에서 제일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저는 원래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가 정신분석으로 옮겨간 사람입니다. 그래서 심리학 내용도 함께 다루곤 합니다. 정신분석 개념만 다루면 어렵고 무거워서, 보통의 엄마들을 위해 일상 이야기를 접목해 소개해왔습니다. 정신분석은 상식의 한계를 넘어 ‘무의식의 진실’과 정신의 발달 비법을 탐구하고 고통 치료술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기본 개념들을 정확히 인지하실 필요가 있어요.


위니콧은 영국인으로 유아의 정서 발달 이론의 대가예요. 이분이 제시하는 개념 하나하나가 굉장히 독창적이에요. 그래서 위니콧의 책을 읽고 강의를 하려고 하니 힘들었어요. 성인의 언어로는 온전히 의미를 전달하기 힘든 언어습득 이전 시기의 체험들이 많이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이 발견해낸 무의식의 진실은 의식의 사실처럼 객관적이거나 논리정연하지 않아요. 그러니 이 수업을 편하게 들으시려면 개념을 설명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의존이면 의존, 분리면 분리 자체에 집중하시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20년 동안 수업을 해오면서 정신이 발달하는 순서대로 이해하게끔 구성했지만 그래도 좀 비약이 있을 듯합니다.


위니콧이 제시하는 정서 발달이론 노선을 공유하는 유명 정신분석가가 많습니다. 페어베언(Fairbairn), 코헛(Kohut), 건트립(Guntrip), 말러(Mahler) 그리고 널리 알려진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있습니다. 정신의 발달과정을 탐구해온 고유 이론가들이에요. 이들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모와의 실질적 경험이 병리적 성격의 토대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아버지보다 엄마와의 관계가 대상관계 결함 병리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대상관계는 일차적으로 엄마-아이 관계이론을 뜻해요. 그런데 정신분석이 엄마-아이 이자관계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아버지-나 삼자관계로 발달해가야 하는 과정도 주목하죠.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이타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관계능력이 발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엄마와 아이가 유대관계에 실패했을 때 애착에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엄마 관계가 박탈되면 대상상실감으로 인해 고통받게 되고, 타인에게 고통을 되돌려주며 살게 된다는 것이죠. 대상관계 분석가들 대부분은 모성박탈과 대상상실로 인한 상처의 고통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입니다. 즉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 노력한 결실로 고유의 이론을 구조화했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나열한 정신분석가들은 임상 활동을 통해 어떤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대하는 양육방식에 양육자의 성격이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잘해주고 못해주고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성격을 가졌느냐에 따라 양육태도가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부모가 나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기억하려 해요.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사실 초기 상처는 대부분 억압되어 있어서 잘 알 수 없거든요. 하지만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어요. 가령 현재의 부부관계나 부모자녀관계 또는 여러 인간관계를 통해 무의식에 억압된 것들이 꽤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유년시절에 엄마와 형성한 사랑의 정도만큼 친구를 사귀고, 이성을 찾습니다. 나아가 사회적응 정도까지 판가름됩니다. 엄마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는 성장하거나 적응하는 데 장애를 겪고 심지어 죽기도 합니다(르네 스피츠).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애정 결핍이 심해서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힘들어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배우자나 자녀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애정 어린 관심을 갖지도 진정한 사랑을 주지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정신분석은 결코 지나간 과거 사실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현재 사실, 정신 내면에서 지금 작동되고 있는 힘들을 해명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체험한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방식은 무의식에 담기고 성격을 구조화합니다. 그래서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양육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생님, 열심히 할게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지만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 수준이 높다고 해서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격 구조는 어린 시절 부모관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살면서 맺은 모든 관계가 응축된 현재의 결과물이지요. 그래서 현재의 나를 변화시키려면 내면에 각인되고 구조화된 양육자의 부정적 흔적들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박탈적 관계를 반복해온 양육자의 성격을 심층적으로 면밀히 보고 치료하지 않는다면, 양육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아이에게 운명적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위니콧은 정신 병리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유아에겐 이 환경이 곧 엄마예요. 그래서 그는 양육의 필수조건으로 엄마의 정신건강을 강조했어요. 굉장히 쉽고 식상한 말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good enough mother’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직역하면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겠죠. 하지만 정확한 뜻은 ‘보통의 건강한 엄마’로 봐야 합니다. 헌신적인 보통의 건강한 엄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심각한 병리로 고통받는 내담자들을 통해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병리성 치유에 모성성 박탈 즉 심리적 결손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야 해요. 위니콧은 재미있는 비유를 했습니다. “엄마가 상처 주고 엄마가 치료한다.” 그는 평생 엄마를 교육했고, 엄마와 아이를 함께 치료했습니다. 위니콧에게 ‘의존’은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다음 시간부터 생후 1년간의 의존 모습, 그것이 충족됐을 때 어떤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실패 손상되었을 때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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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옥 작가의 『엄마가 철학할 때』는 10월 중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