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에디션 F3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임현정 옮김


엘라도어는 나의 거짓 동정에 속지 않았다. “밴, 당신은 사회주의에 무슨 편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왜 항상 약간 조롱하듯 말하는 거죠?”

나는 잠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내가 대학 시절 받은 교육과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에 대한 당신의 진짜 생각은 무엇인가요?” (중략)

나는 내 감정이 내가 아는 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 망설이지 않고 사회주의 사회는 게으른 자들의 천국이자 약자가 타인에게 업혀 가는 사회이며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받는 보상이 똑같은 사회라고 일갈했다. 또 사회주의는 증오와 불의로 가득 찬 계급운동으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그 누구도 ‘더러운 일을 하려’들지 않을 것이며 ‘그런 세상에서는 살 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두서없이 쏟아냈다.

엘라도어는 현재 미국에서 통용되는 막연하기 짝이 없고 오해로 가득한 이 말과 마치 ‘남부끄럽긴 하지만 그게 내 생각’이라고 말하듯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도전적인 내 태도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곧 냉철함을 되찾은 엘라도어는 나를 지나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아니에요, 여보. 그건 미국이 말하는 거예요. 미국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해요. 그렇게 통찰력이 부족할 수 있을까요! 정말 너무 순진하군요. 조금만 공부해도 오류가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그리 쉽게 믿다니! 이 나라가 서 있는 기반인 원칙들을 그렇게 두려워하다니요!”

“이 나라는 개인의 자유라는 원칙 위에 서 있어요, 정부의 소유권이 아니라.” 내가 항변했다.

“노동자들이 대체 무슨 개인의 자유를 누리고 있나요?” 엘라도어가 대꾸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잘 먹지도, 입지도, 배우지도 못한 아이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자유 경쟁’이라고 부르는 건 오래전 과거 이야기예요. 당신은 그 ‘자유 경쟁’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걸 본 적도 없는걸요. 사실은 바뀌었지만 사람들 마음속 생각은 그대로예요. 당신들이 만든 이 산업사회는 겐트가 말한 ‘봉건제’ 상태에 머물러 있어요. 겐트의 말이 맞아요. 지금 미국은 강도 귀족의 수중에 있던 유럽 같아요.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국 노동조합들은 그 당시 귀족들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던 농노들과 하등 다를 바 없어요. 역사나 경제학 서적을 들춰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그 문제에서 내가 당혹스러운 건 대중들의 이해가 느리다는 점이에요. 미국인들은 똑똑하고 어느 정도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도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보, 우리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가요? 그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게 명약관화한 사실인 건가요?”

엘라도어는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우면서도 명확한 관점으로 과거와 현재에 대해 생각하며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아마 뉴질랜드 사람들을 제외하면 어느 나라 사람들이고 어느 한 가지 뚜렷하게 나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국가별로 저마다 잘 아는 분야가 있겠지요. 그런데 미국은 장점은 많은데 정작 문제가 뭔지 몰라요. 당신은 문제를 모르는 건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미국은 할 수 있어야 해요. 미국은 자유로운 국가예요. 그리고 문제를 파악하면 행동에 옮길 수 있으니까요. 밴, 미국인들은 변명할 수 없어요. 최고의 이점을 가졌잖아요. 당신들은 용감하게 출발했어요. 멋지게 시초를 확립했지요. 그러고는 편하게 앉아서 조상들과 미국이 보유한 자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벌렸어요. 온몸을 기어 다니고 있는 기생충들을 내버려둔 채.”

* 샬럿 퍼킨스 길먼의 유토피아 3부작 3권 『내가 살고 싶은 나라(With Her In Ourland』는 7월 중에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