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담임 선생님은 여자였고 그다지 젊지 않았으며 뚱뚱하지만 마음씨가 좋아 보였다. 그녀는 주름장식이 달려 있는 밝은색 옷을 입고 있어서 생크림 케이크를 떠오르게 했다. 선생님은 딸기같이 빨간 입술로 나에게 미소를 건넸다.
“새로 전학 온 학생이지?” 선생님이 물었다.
“그런 것 같죠?” 나는 가능하면 거리낌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자 했다.
“원래는 어제 와야 하는 거였지? 안 그래?”
(...)
나는 구석에 있는 뒷자석에 앉고 싶었다. 그런 자리에서라면 조용하게 사태를 정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내 자리는 거의 앞자리에 속했다. 게다가 자신감뿐만 아니라 사람을 놀리는 데 있어서는 뒤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남자애의 옆자리였다. 녀석은 키도 컸고 머리숱이 많은 금발에, 파란 눈과 여드름도 잔뜩 난 얼굴이었다.
이 녀석이 바로 아이작이었다.
“내 이름은 아이작이야.” 녀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히죽거릴 게 뭐가 있냐?” 나는 쉭쉭거리며 거칠게 불평을 터뜨렸다.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우리는 새로 온 남학생 파울 크롤을 반갑게 맞이해야겠지. 우리 반에서 적응을 잘 하길 빈단다.” 담임 선생님인 구드룬 에어링이 말했다.
새로 온 남학생이라고! 파울이라고?!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임을 나는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웃기는 내 이름 파울라가 불러일으킨 사고였다! 나는 내 이름이 너무 싫어서 엉엉 울고 싶을 때가 많았다. 왜 니콜이나 코르넬리아 혹은 사비네나 카타리나처럼 확실하게 여자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파울라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예쁜 이름이야.” 내 이름에 불평을 하면 어머니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그런 예쁜 이름 따위에 관심이 없다. 다만 평범한 이름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누군가 내 이름을 잘못 들었거나 잘못 기록한 게 분명했다. 파울라(Paula)라는 이름에 있는 철자 가운데 맨 마지막에 들어 있는 'a'가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학급은 파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전학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등장했다! 이제 나는 어쩌지? 나처럼 정상적인 사람이 계속해서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진다는 게 믿을 수 없어!
솔직하게 그냥 얘기해버리면 어떨까? “죄송하지만, 그건 착각인데요. 저는 소녀이며 그래서 파울이 아니라 파울라가 제 이름이거든요.” 아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학급 친구들은 너무 우스워서 의자에 드러눕게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영원히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물론 어쩌면 계속 '파울'이라고 불릴 지도 모르고 아니면 '꼬맹이 소년'이라든가 비슷하게 웃기는 이름으로 불릴지도 몰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짧은 곱슬머리를 쓰다듬으며, 커다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머리카락은 충분히 짧았고 머리에는 핀이라든가 리본 같은 것도 꼽지 않았으니, 내가 여학생이라는 힌트는 없었다. 다행인 것은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아직 가슴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대부분의 남자애들이 입는 옷이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목쉰 소리로 답했고 가능하면 소년처럼 말하려고 노력했다.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칠판 곁에 서 있던 생크림 케이크는 딸기 입술로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래 같은!” 내 짝이 나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스컹크!” 내가 응답했다.
“비비원숭이 엉덩이!” 나는 내 의지와는 달리 그의 공격성에 고무되어서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멍충이!” 내가 반격했다.
“두꺼비 방귀!” 번개처럼 답이 돌아왔다.
그때 에어링 선생님이 우리의 설전을 방해했다. 우리가 계속 이런 식으로 설전을 펼쳤다면 분명 아이작이 나를 이겼을 게 분명함으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옆에 앉은 녀석을 경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가 서로를 알고자 하는 기분은 충분히 이해한단다.” 선생님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다만 우리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만 보았을 뿐, 그래서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인사말을 나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쉬는 시간에 계속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구나. 보아하니 둘이 이해를 잘 하는 것 같은데, 아이작, 너는 나중에 파울에게 우리 학교를 좀 안내해주면 어떻겠니?”
아이작은 착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씨 넓은 형과 같은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물론 이런 인상의 배후에서 아이작은 손으로 내 허벅다리를 너무나 힘껏 꼬집는 바람에 수천 마리의 벌에 쏘인 것처럼 아팠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더할 나위 없는 환희가 나를 감쌌다. 나는 학급 친구 모두를 속이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나한테 홀딱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 누구도 내가 정말 남학생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 『파울과 파울라』는 2월 말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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