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인증샷 바깥의 공간


해방된 면적

-업스탠딩커피



좁은 바닥을 잘 활용한 공간을 이어 소개한다. 이곳은 서울 해방촌에 있는 ‘업스탠딩커피’다. 해방촌은 행정구역상 ‘용산2가동(용산1가동도 일부 포함)’이라는 명칭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이 이름이 더 익숙하다. 일제강점기 땐 일본의 신사가 있었고, 한국전쟁 후에는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마을을 이룬 곳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판자촌이었던 이곳은 1960~1970년대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선 건물들은 비탈길을 가득 메운 채 아주 복잡한 도시 조직을 만들었다. 형성 과정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물리적 환경만 두고 본다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방촌에는 몇몇 상징적인 공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신흥시장’이다. 1953년 휴전 이후 ‘해방촌시장’으로 불렸던 신흥시장에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스웨터를 만드는 공장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버티지 못한 다양한 지역의 예술가들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개성 있는 모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해방촌은 대체적으로 복잡하다. 골목이 좁고 지형이 가파르다. 건물 대부분은 3~4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차공간도 매우 협소하다. 즉 도시 조직의 물리적 밀도가 어마어마하다. 새롭게 들어올 공간의 틈이 없는 것은 물론,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도 넓지 않아 이곳에서는 건물을 고쳐 사용하는 것보다 아예 허물고 새로 짓는 게 여러모로 훨씬 편할 정도다.


그러나 이곳은 이곳만의 매력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동네를 찾는다면 아주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닥 레벨의 물리적 밀도가 높기 때문에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물이 많다. 또 다른 지역과 다르게 여러 종교와 식문화를 가진 인구가 살고 있어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음식들도 볼 수 있다. 거리를 걷다가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하는 것은 도시에서 중요한데,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공간들이 다양하다.



신흥시장 안에 자리한 ‘업스탠딩커피’는 좁고 복잡한 지형을 수직적으로 활용했다. 바닥 면적의 4분의 1가량에는 원형 계단이 있다. 옥상층까지 연결되어 있는 이 계단을 한 칸 한 칸 돌아 올라가면서 사용자는 전방위적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바닥이 좁으니 위로 뻗어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더 공간이 없을 때 일부를 밀고 새로 짓는 방법이 있지만, 이처럼 수직적인 연계로 심리적 밀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이곳의 방문객은 외지인보다 지역 주민들이 많다. 이 또한 큰 매력이다. 이 도시 조직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다른 지역에 있었다면 너무 좁고 복잡해 불편하다고 여겨졌을 수 있지만, 해방촌에 자리 잡고 있기에 그 매력을 잘 드러낸다.



복합문화공간, 카페, 다이닝, 호텔…

어디서나 찍기 바쁜 이들을 위한 공간 안내서

『인증샷 바깥의 공간』이 5월 말 독자 여러분께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