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조선의 수학자 홍정하> 이창숙 소설


어디에나 오류는 있다



산학 문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들어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어 폐기한 문제도 많았다.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명확한 답이 나올 수 있는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지 등 모든 것을 충족시켜줄 문제를 만드느라 그는 누구와도 의논할 수 없는 고독함을 느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머리가 아파 일찍 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자리에 누우면 어릴 적 생각이 밀려왔다. 웃대에 살 때 꿈에 나오던 언덕과 짙은 회색 뻘과 낮은 산들을 고향에 와서 매일 보니 더욱 어릴 적 생각이 자주 났다.

남양에 살 때는 몰랐다가 한양 살면서 알게 된 것은 고향 남양의 냄새였다. 바닷가 특유의 짠내와 물비린내를 멀리 한양으로 떠나고 난 뒤에야 맡을 수 있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파도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모양이었다. 청풍계에 살 때 바람이 불면 불현듯 바다 냄새가 났고 그럴 때마다 남양이 그리웠으며 그곳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흘러갔는지 정신 차리고 보니 거의 반백이었다. (…)


다음 날부터 중국 산학책들을 살펴봤다. (…) 『산법통종』은 명나라의 산학자 정대위의 책이다. 그 책에 서술된 백자도는 1부터 100까지의 수를 가로 세로 열 줄의 행렬로 늘어놓아 가로 세로 대각선에 놓인 열 개의 합이 같게 만든 배열로 10차 마방진이라 불리는 것이다. 하나하나 계산해보면 각 줄은 가로나 세로 모두 합이 505가 나왔다. 그도 물론 예전에 한 줄 한 줄 계산해본 적이 있었다. 첫줄부터 끝줄까지 가로 세로 모두 일일이 계산해보았지만 합은 모두 같았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무심코 대각선의 합을 구하던 그는 깜짝 놀랐다.


“허, 이상하다.”

대각선의 합은 505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라?”

위대한 산학자의 책에 오류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만있어봐라. 아무래도 내가 잘못 했겠지. 음, 다시 한 번 해보자.”

역시 대각선의 합은 505가 아니었다. 양쪽이 모두 아니었고 값이 터무니없이 달랐다. 책을 놔두고 일어나 잠시 마당으로 나와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아무래도 책 자체의 오류일 것 같았다. 잠시 마당에 서서 마을 앞 논과 밭을 둘러본 뒤 방으로 들어왔다.


자세를 바로 하고 다시 한 번 계산했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왼쪽에서 시작하는 대각선은 407이었으며 오른쪽에서 시작한 대각선은 603이었다. 한쪽은 98이 많고 한쪽은 98이 적었다.

“그렇다면 가로와 세로에 배열한 숫자의 순서에는 틀린 곳이 없다는 것인데.”

그는 몇 번이고 살펴보았다.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가로줄의 순서를 바꿔보았다.

“아, 이런.”

결국 가로 첫째 줄과 둘째 줄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두 줄의 위치를 바꿔놓고 다시 계산하니 가로 세로는 물론 대각 선의 합이 모두 505로 동일했다.


“아! 내가 『산법통종』의 오류를 알아내다니. 수석! 자네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키가 큰 유수석이 껄껄 웃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내가 뭐랬나? 자네는 천재랬지? 음하하하하.”

수석이 있었다면 그걸 발견한 그보다 더 기뻐했을 것이다.

“수많은 산학자들이 『산법통종』을 봤을 텐데 왜 잘못된 부분을 못 찾았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음에 아우들과 아들들을 만났을 때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산학책이니 완벽할 것이라 생각해 오류의 가능성을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이 이유일 것이다.



*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이창숙 지음)는 4월에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