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토머스 네이글의 철학 입문 강의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단히 잘 쓴 책이다. 본문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개론 수준의 철학 수업에 소개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이 책은 삶의 주요한 문제들을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면서 관련 논점들까지 잘 부각시키고 있다.  동시에 이것들을 모두 비교적 짧고 이해하기 쉬운 분량으로 각 장에 담아내어 설명한다." - Jack Bowen, DeAnza College "훌륭한 개론서이다. 철학의 중요한 질문들을 과도한 전문용어나 역사적 배경 없이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Jason A. Beyer, College of Lake County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담긴 재미있는 작은 책!" - Joan Anderson, Orange Coast College, CA "이 책의 제목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답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학생들 스스로 그 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책의 특징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 JoAnn L. Smith, North Central Bible Coll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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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짧은 철학 입문서이다. 사람들은 보통 대학에 가서야 철학을 공부하고, 이 책의 독자 대부분도 대학생 또래이거나 그보다 나이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점은 이 책의 주제와 무관하다. 추상적 사고와 이론적 논변을 좋아하는 지적인 고등학생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나로서는 더없이 기쁠 것이다.


우리의 분석력은 대개 우리가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기 전에 이미 상당히 발달된다. 그리고 14세 전후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것을 알 수 있는지, 어떤 일이 정당하고 부당한 것인지, 인생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인지 등을 자문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은 수천 년 동안 글로 쓰여왔지만, 가공되지 않은 철학의 재료들은 과거의 문헌이 아닌, 이 세계에서 그리고 우리와 세계가 맺는 관계에서 직접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철학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머리에도 철학적 문제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이유이다.


이 책에서 나는 아홉 가지 철학적 문제들을 사상사를 언급하지 않고 바로 소개할 것이다. 사실 각 문제들은 그 자체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까닭에 과거의 위대한 철학서나 문헌의 문화적 배경을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철학의 핵심은 반성 능력을 갖춘 인간 정신이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지는 문제들 안에 놓여 있으며,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직접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동일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다른 이들이 행한 작업의 가치를 보다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철학은 과학과 다르며 수학과도 다르다. 실험이나 관찰에 의존하는 과학과 달리 철학은 오직 사유에만 의존한다. 또한 수학과 달리 철학에는 형식화된 증명 방법이 없다.


철학한다는 것은 질문을 던지고, 논증하고, 생각들을 짜내고, 그 생각들에 대해 가능한 반론들을 생각해보고, 우리의 개념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철학의 주요 관심사는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주 흔한 개념들에 대해 질문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역사가가 과거 어떤 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다면, 철학자는 “시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수학자가 수의 관계를 탐구한다면, 철학자는 “수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물리학자는 원자의 구성과 중력의 원리에 대해 묻겠지만, 철학자는 우리의 마음 외부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물을 것이다. 심리학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 탐구하겠지만, 철학자는 “어떻게 단어가 의미를 갖게 되는가?”라고 묻는다.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몰래 극장에 들어가는 행위의 부당성에 대해 누구나 물을 수 있겠지만, 철학자는 “무엇이 어떤 행위를 정당하게 또는 부당하게 만드는가?”라고 묻는다.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시간, 수, 지식, 언어, 정당함과 부당함과 같은 개념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산다. 그러나 철학은 이러한 개념들 자체를 탐구한다. 그 목적은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이다. 이는 분명 쉽지 않다. 탐구하고자 하는 개념이 근본적인 것일수록, 탐구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적어진다. 가정으로 받아들이거나 당연시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은 어떤 의미에서 골치 아픈 학문이고, 오랜 시간 동안 도전을 받지 않는 철학적 연구 결과도 드물다.


나는 철학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철학의 개별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라 믿기에, 철학의 본성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는 이쯤에서 멈추겠다. 우리가 생각해볼 아홉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마음 밖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지식.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지식.

마음과 두뇌와의 관계.

어떻게 언어가 가능한가.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도덕의 기초.

정의롭지 못한 불평등은 어떤 것인가

죽음의 본성.

삶의 의미.


이 질문들은 임의로 선택한 것들로,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질문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 문제들을 내 나름의 견해로 풀어갈 테지만, 내 이야기가 반드시 대다수 철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다수 철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란 없을지도 모르겠다. 철학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기 마련이며, 모든 철학적 질문은 양면성을 넘어 다면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철학적 문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아마도 그 가운데 어떤 문제들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그 답에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답도 포함된다) 철학적 문제들을 소개하여 독자 스스로 그 문제들에 대해 궁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철학 이론들을 배우기 전에, 그 이론들이 답하고자 애쓴 철학적 질문들을 먼저 접하여 질문들이 일으키는 혼란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런 혼란을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에 대한 몇몇 가능한 해결책들을 살펴보고 어떤 오류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가능한 한 나는 질문의 답을 열어둘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답을 제시한 경우라 하더라도, 여러분 스스로 나의 답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 답을 믿을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훌륭한 철학 개론서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중에는 과거 위대한 철학자들의 작품을 선별한 책도 있고, 보다 최근의 저작들을 선별한 책도 있다. 이 짧은 책으로 그런 입문서들을 대신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이 가능한 한 직접적이고도 분명하게 철학을 처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 기대한다.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읽는다면, 앞서 나열한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내가 언급한 것보다 말할 내용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저자 서문 중에서



*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2월 초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