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문제』
케이트 쇼팽 단편선
정주연 옮김
마담 카람보는 귀스타브의 생일 파티 때 절대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못을 박아두었다. 뒤쪽 발코니에 있던 마담의 큰 흔들의자는 앞쪽 발코니로 옮겨졌다. 뒤쪽 발코니는 아이들이 놀 정원을 향해 있었고 앞쪽 발코니는 초록색 제방과 넘칠 듯 흐르는 미시시피 강 가까이에 면해 있었다.
뉴올리언스 프랑스 지구의 남쪽에 위치한 그녀의 집은 옛 스페인 풍으로 널찍하고 낮게 지어졌고 넓은 발코니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초목과 꽃이 아열대 지역처럼 빽빽하게 자란 네모반듯한 땅에 지어진 집이었다. 가장자리에 무시무시하게 쇠못을 둘러 박은 판자 울타리가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고 있었다.
마담 카람보는 과부인 딸 마담 세실 라롱드와 함께 살았다. 이번 파티는 마담 라롱드의 어린 아들 귀스타브를 위한 것이었는데 마담 라롱드의 입장에서 파티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매년 꿋꿋하게 파티를 열고 있다는 사실은 마담 라롱드 본인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 모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경이로운 일이었다.
마담 카람보는 편견이 많은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일일이 다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개, 고양이, 거리의 악사, 백인 하인,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에 질색했다. 또한 미국인, 독일인, 그리고 자신과 신앙이 다른 사람 전부를 경멸했다. 마담의 생각대로라면 프랑스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상 존재할 권리가 없었다.
마담은 아들 앙리가 프리태니아 가(街) 출신의 미국 여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아들과 10년 전부터 말을 하지 않았다. 녹차를 집에 못 들이게 해서 커피를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들은 마담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월계수 꽃 차를 마셔야 했다.
그렇지만 파티 당일 아이들은 내내 재미나게 노는 것 같았고 악사들도 마음껏 손풍금을 연주했다. 마담이 피신한 곳에서 비명 소리, 웃음소리, 음악 소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또렷이 들렸다. 마담은 요란하게 흔들의자를 흔들면서 “시리아로 출발하라”를 흥얼거렸다.
마담은 꼿꼿하고 호리호리했다. 머리는 백발인데 불룩하게 부풀려 관자놀이를 덮고 있었다. 피부는 하얗고 파란 눈은 차가웠다.
갑자기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들렸고 마담은 성가셔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소리만이 아니고 비명 소리까지! 어린애 둘이, 마담이 앉은 자리 가까운 곳까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바짝 뒤쫓으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앞서가던 예쁘장한 여자애가 흥분해서 마담 카람보의 다리 위로 뛰어오르더니 마담의 목을 확 끌어안았다. 그 아이 친구가 아이를 살짝 치면서 “잡았다” 하고는 좋아서 웃으며 달려가버렸다.
그런 때 보통 아이였다면 어리고 생각 없는 또래들처럼 “고맙습니다”나 “죄송해요” 같은 인사는커녕 아무 말도 없이 마담의 다리에서 그냥 내려왔을 텐데 이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는 겁먹은 새처럼 쌕쌕거리고 떨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마담은 짜증이 치밀었다. 아이를 밀어내려는 몸짓을 하고 수선스럽고 버르장머리 없다며 심하게 꾸짖었다. 아이는 프랑스어를 못 알아들어서 야단을 맞는 줄도 모르고 마담의 다리 위에 그대로 있었다. 아이가 뜨겁게 달아오른 작고 통통한 뺨을 마담의 드레스에서 하얗고 보드라운 리넨 부분에 갖다 댔다.
뺨이 뜨끈뜨끈하고 뻘겠다. 또한 메말라 있었는데 그건 손도 마찬가지였다. 호흡은 빠르고 불규칙했다. 마담은 금세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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