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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 | 해볼 만한 수학



: 숫자의 표현법:


숫자의 의미인 수(number)는 빈칸들이다. 예를 들어 2+3=5의 뜻은 다음과 같다.


□□에 □□□를 보태면 □□□□□이다.


다음 두 사람의 대화를 보자.


파깨비: 사과 2개와 사과 3개를 더하면 사과 5개야. 봐! 손가락 2개와 손가락 3개를 더하면 손가락 5개잖아.

오깨비: 사과는 손가락이 아니잖아~!

파깨비는 2+3=5를 빈칸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거기에 사과나 손가락을 똑같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깨비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빈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따지고 있다. 이것은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의 생각이다.

수학에 필수적인 이런 사고방식을 ‘추상화’라고 한다.

추상화란 초점을 맞추는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생각하지 않는(그래서 지우는) 사고이다.

개수의 덧셈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사과든 손가락이든 같은 대상이라면 뭐든지 빈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매우 고급 사고능력이다.

위의 대화에서 파깨비는 추상화를 이해하지만 오깨비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추상화가 고급의 사고능력이라고? 이 정도를 어려워할 학생들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 쉬운 추상화를 조금의 변형 없이 정확히 2단계만 반복해도 극도로 어려워진다.



이 책은 수학의 세계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수학을 다시 보게 되고 즐기게 되기까지, 나의 경험을 담아 쓰였다. 특히 내가 목표로 한 ‘좋은 설명’을 명료한 언어와 그림자료로 풀어내려고 애썼다.

일단 이 책에서는 고등학교 수학 교과 내용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고교 수학의 모든 부분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한다면 분량이 너무 많아질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많은 학생들이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학생들이 많이 빠뜨리는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목표는 단순하다. 학생들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다음 질문에 대해 답한다. “내가 지금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일까?” 즉 나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여러분이 계산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한다. 최소한의 설명으로, 가능하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수학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으로 닿기를 바란다.


이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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