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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허윤희의 <나뭇잎 일기>


독일 유학 중에 읽은 『월든』은 내게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월든』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과 인간에 대해 경험하고 사색한 글을 모아낸 책으로 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지성인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제도에 맞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실험과 실천을 기록한 글을 읽으며 창조적인 삶을 꿈꾸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다른 책들을 찾아 읽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하였다. “모든 나무와 모든 관목, 모든 풀 하나하나마다 그것이 푸른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식물 특유의 가장 선명한 색을 띠었을 때 잎 하나를 표본으로 채집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잎의 윤곽을 그린 다음, 물감으로 그 색을 정확하게 표현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 책은 얼마나 멋진 기념품이 되겠는가? 아무 때나 책장을 들추기만 해도 가을 숲을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책을 만드는 데 아직은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을의 빛깔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강승영 역) 나는 소로가 이루지 못한 구상을 실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2008년 5월 5일, 나는 〈나뭇잎 일기〉를 시작하였다. 매일 집 근처의 북악산을 산책하고 그날의 나뭇잎 하나를 채집하여 그 모양과 빛깔을 정확하게 그린다. 그리고 그날 만나거나 기억나는 사람, 혹은 스쳐가는 단상을 기록한다. 사라지는 순간을 지금도 매일 그리고 있다. 〈나뭇잎 일기〉를 시작한 지 십 년이 흘러, 소로가 구상으로만 머문 책을 이렇게 선보이게 되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은 날마다 있었다. 그 순간이 오래 머물지 않고 사라져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뿐…. 비록 하찮고 사소한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일지라도 초봄에서 겨울의 끝자락으로, 다시 초봄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우리도 희망을 품고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음을 나누고 싶다.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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