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사랑연구모임(어사연)’은 11년 전인 2000년 12월 19일 노인복지 공부를 위해 인터넷에 만든 평범하고 소박한 집의 이름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들이 멀고 가까운 곳에서 하나 둘씩 모여들어 천천히 쉬지 않고 걷다보니 현재 회원 수 3,500명,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어사연 공부방’은 지금까지 총 126회를 진행했습니다.
어사연 식구들은 그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마다 줄곧 제대로 된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습니다. 나이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는 것도 차이가 있었고 내놓는 해법 또한 다양했습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결국 새로운 과제가 되어 또다시 토론의 주제로 이어졌고, 그래서 모임은 늘 밤을 넘겨 새벽에 마치기 일쑤였습니다.
위아래로 띠동갑 만나는 일이 흔한 어사연에서는 누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이 들어가는 인생의 선후배들입니다. 이미 노년을 살고 계신 어르신에서부터 앞으로 대학에 진학해 노인복지를 전공하고 싶은 고등학생까지 두루 섞여 앉아 닉네임으로 서로를 평등하게 호칭하며 노년이라는 주제로 함께 토론하고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일 자체가 의미 있고 재미있고 즐겁고 때론 가슴 뭉클하기에 여기까지 온 거라 믿습니다.
나이듦과 노년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어사연이 만들어진 처음마음이면서 계속해서 바라보고 걸어가야 할 가장 커다란 목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질문을 던진 사람만이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기대어 인생의 스승과 선배들을 찾아 삶의 경험과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일과 노년의 삶, 인생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모아 합치면 훌륭한 삶의 지침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름난 분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나이듦과 노년의 삶 혹은 노년준비에 초점을 맞춰 여러 분의 목소리를 여러 회원들이 담아내는 것이 어사연답다는 데 동의하고 모두 아홉 명의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한 분의 인생 전체를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새겨듣고 싶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말씀을 듣기로 했습니다. 인터뷰를 해본 적조차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평소 자기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서 꼭 한 번 직접 만나 말씀을 듣고 싶은 분을 찾아 인터뷰를 요청하고, 질문을 고민하고,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글로 정리해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 자신이 성장하고 조금 더 성숙해지는 게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점도 많고 놓친 부분도 많습니다.
저는 이번 책의 모든 인터뷰에 동행을 했는데, 놀라운 것은 정해진 길따라 인생을 살아온 분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계획이 틀어지기도 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뜻과는 맞지 않는 길로 갔지만 결국 그 길이 내 길이었노라고 잔잔하게 웃으며 소회를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길을 찾고 있는 저희에게 이보다 더한 교훈이 어디 있겠습니까. 갈 길이 지금 당장 눈앞에 훤히 보이기를 원하는 조급함을 이제는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걷고 또 걷다보면 길이 된다는 것에 위로를 받습니다. (글_어사연의 구슬 꿰는 실, 유경)
* * * 앞선 걸음으로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시는 이 세상 모든 인생 멘토들께
* * *
나이 들어도 세상을 향한 소통의 창문 하나씩은 열어두세요! |황안나ː김윤희&임채순|
“노후준비라는 게 그전에는 경제적인 부분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을 좀더 잘 견디며 보내려면 취미생활도 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항상 배우면서 도전해야 돼요.”_황안나(도보여행가)
가족, 사회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접점 |이근후&이동원ː이서원|
“노인과 젊은이와 아이들, 3대가 살아가는 데 갈등이 없을 수는 없어요. 건강한 긴장도 있어야 해요.”_이근후(가족 아카데미아 공동대표)
“제일 중요한 게 노인기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이해하는 수준만큼 노인을 이해하려 애쓰면 상호 공존하는 데 갈등이 줄어들 거예요.”_이동원(가족 아카데미아 공동대표)
두 여자, 두 어머니, 그녀들의 나이듦 |권영자&이순희ː김정수|
“학교를 퇴임하고 쉬어보니까 그동안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살았는가를 알겠더라고. 너무 앞만 보고 살았지.이제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마음껏 찾아다니며 살고 싶다.”_권영자(전 성원초등학교 교장)
“사회에서 인정받고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좋긴 하지만, 일은 좀 덜 열심히 하고 네가 즐기면서 살았으면 싶다. 특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니까 아프지 말고.”_이순희(주부)
아버지와 함께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며 |고성균ː고오연|
“나이를 먹으면 어느 순간 조급함을 느낄 때가 있어. 생각이 좁아지고 고집만 세지거든. 그걸 이겨내려고 책을 읽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 애쓰지.”_고성균(전 한조엔지니어링 전무)
내 인생의 이모작 밭에는 무엇을 심을까 |김종헌ː김용수|
“진정으로 잘사는 삶이란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니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사람들과 조화와 화목을 지켜가는 것이라 생각해요.”_김종헌(북&베이커리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 대표)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지내온 시간이 바로 나 자신입니다 |구천서ː이병갑|
“늘 모험을 좋아하고 움직이고 일하는 사람이 100세를 살지, 보약을 먹어서 100세를 사는 사람은 없어요. 근본적으로 자신의 건강은 자기 몸에 달려 있어요.”_구천서(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장)
바보처럼 손해 보며 살아도 난 행복한 사람 |윤광석ː조향경|
“위험사회, 불안사회라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사람들은 위압감을 느끼고 있어요. 뭔가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같은 조급감, 뒤처지는 느낌. 이런 것들을 마음으로 잘 다스려야 해요. ”_윤광석(전 ‘한사랑마을’, ‘이하의 집’ 원장)
죽음 앞에 담담히 서는 그날에 |정진홍ː유경|
“죽음교육은 그렇게 죽음에 대해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자리이죠. 죽음은 삶의 현실이니까요. 삶 속에 있는 것이 죽음이지 삶 밖에 있는 것이 죽음은 아니거든요.”_정진홍(울산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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