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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 쪽┃<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재기발랄 펜끝에서 탄생한 예술 가이드


- <저자 서문>에서



저는 이 책의 첫 장을 펼친 당신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상상해봅니다.

키는 큰지 작은지

흰 머리칼이 머리를 온통 뒤덮지는 않았는지

집에는 게으른 고양이를 한 마리쯤 기르고 있는지

고독한 산책을 좋아하는지


(...)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는지….

여러분은 이 책에 무엇을 기대할까요?

빽빽이 책이 꽂힌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여러분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왜 여러분이 선택한 책이 그 옆의 책이 아닌 ,

또 그 옆의 옆 책도 아닌 바로 이 책이었을까요?

글자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이 좋아서였을까요.

지하철을 오가며 심심풀이로 읽을

가벼운 책을 찾고 있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미술에 대해 알고 싶으나

다른 책들은 너무 어려워 보여서였을까요.

아니면 무슨 책이든 즐겨 읽는 당신은 독서광인가요?

혹시 신랄하고 획기적인 미술 이론을

기대하고 계신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당신은 이 책에서

미술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리와 해설을 기대할지도 모르고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미술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이 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당신의 그런 기대에 부응하게 될까요?

아니면 실망을 안겨줄까요? 지금의 저로선 알 수 없네요.


미술, 아니 미술 교육이라는 것은 어쩌면

뉴스와 드라마, 쇼와 오락프로그램만으로 채워진

방송 편성표와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집트에서 기원한 유럽 미술의 발전을 따라

오늘날 미국 미술에서 끝을 맺는 미술의 역사.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피카소.

이 책을 쓰는 저 자신도 그러한 교육이나 관례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순 없겠지요.


하지만 기억해주세요.

이 책이 다 아는 그림, 다 아는 사실들만을 떠들어댄다 해도

방송 편성표에 끼지 못하고 아이디어로만 남은 미완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말입니다.

롤랑 바르트가 『사진론La Chambre Claire』의 첫 단락에서

제롬 나폴레옹(나폴레옹의 동생)의 사진을 보며 느낀 놀라움을

다른 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무도 그에게 공감하지 않은 것에 대 해

그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삶이란 이처럼 자그마한 외로운 감정들로 점철되어 있다.”


“위대한 사람도 고독하다”는 디킨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들에게 고독은 떨쳐버릴 수 없는 숙명임을 압니다.

그림을 보고, 조각을 매만지며, 이런 책을 읽는 일이

어쩌면 여러분을 더욱 고독으로 몰아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제롬 나폴레옹을 찍은 사진가의 눈으로

그를 보고 그 사진가와 교감할 수도 있겠지요 .

그것이 비록 짧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딴섬으로 표류하던 우리의 외로운 감정들이

기적처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이 여러분에게

외딴섬을 오가는 작은 통통배의 여정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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