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은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논증을 제시했다. 운동하고 있는 물체를 어느 한 순간에 관찰하면 정지되어 있고, 정지되어 있는 매 순간을 합하면 여전히 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이것은 ‘제논의 역설’로 유명해졌으며, 그 후 17세기까지 오랫동안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었다.
‘날으는 화살은 과녁을 맞힐 수 없다’는 역설을 해결한 새로운 개념이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발견한 미분이다. 미분을 통해 우리는 운동하는 물체가 갖고 있는 순간속도라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찾아냄으로써, 물체의 위치 이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 중인 물체는 매 순간 정지해 있지만 순간속도를 갖고 있고, 순간속도는 어느 한 순간의 단위시간당 위치변화(미분)이기 때문에 매 순간의 순간속도를 합한 것(적분)이 그 시간 동안의 위치변화가 된다.
미분은 물체의 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의 순간변화율을 구하는 수학적 기법으로 아주 유용한 개념이 되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유량, 물가상승률, 경사도와 같은 미분의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금은 문과·이과의 여러 분야에서 미분의 개념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미분이 변화를 기술하는 개념이고, 변화는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미분의 개념이 어렵게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미적분이라는 개념이 어떤 필요에 의해 발견되었는지, 또 어떤 분야에 활용되는지를 모르고 무작정 대입 시험과목으로만 공부하는 탓이 크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은 만화라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미분개념의 발생단계에서부터 일상적인 응용사례까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미분을 소개하기에 앞서 여러 미분 공식의 토대가 되는 함수의 개념을 쉽고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기초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미적분을 바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교과서를 비롯하여 통상적인 미적분 참고서가 함수의 극한, 함수의 연속성, 변화율과 도함수, 곡선의 접선과 미분, 최대·최소와 미분…… 등 판에 박힌 순서로 짧은 개념 설명과 문제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반면에, 이 책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복잡한 미분 공식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교 교과과정 개편으로 지난해부터 대입 수능시험의 수리영역 나형에도 미적분이 포함되었다. 미적분은 이과 지망생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터라 새로이 공부해야 하는 문과 지망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적분이 어렵게 생각되는 학생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비단 고등학생들뿐 아니라 미적분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유익한 참고도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옮긴이 역시 고3 아들을 두고 있어서 이 책을 번역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며 번역에 정성을 쏟았다.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며, 아들과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 이 책이 미적분과 친숙해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전영택 _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적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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