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악산 2019. 7. 12. ⓒ 이굴기
봄날의 색상은 다양하겠지만 노랑색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랑 병아리 입에 물고 나르는 봄도 만만찮다. 산수유, 생강나무, 히어리 등 봄에 일찍 피는 색이 모두 노랗다. 산에 가면 피고지는 꽃들. 보통 꽃이라면 붉은 색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건 꽃병 속에서의 일이다. 산으로 가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가을에는 보라색이 우세하고 봄이면 노랑이 주인인 것 같다. 올해의 봄도 저 노오란 양지꽃과 함께!
******양지꽃
무덤은 따뜻하다
양지바른 곳
야생화가 많이 산다
할머니 즐겨 입던
쉐타의 보풀 같은
잔디 사이로
잎이 세 가닥인 양지꽃
노랗게 피었네
비녀 두른 할머니 머리카락처럼
솜털이 나부끼는 양지꽃
꽃 이름 하나 안다고
양지꽃을 아는 건 아니겠지만
꽃을 눈으로 들이고
양지, 그 이름을 가슴으로 맞이하는 건
내가 걸친 헐렁한 옷의
빈 단추 하나를 마저 채우는 일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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