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독재자,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까지 한 독재자가 되고 싶은가? 불가능하다고? 천만에. 당신이 그런 ‘선한’ 독재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당신의 시간을 일부 할애하기만 하면 된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독재자. 그는 바로 사전 편집자이다. 당신이 만약 사전 편집자라면, 당신은 그 일에 관한 한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어떤 단어를 표제어로 올리고 어떤 단어를 뺄 것인가? 어떤 표제어를 어떤 비중으로 다룰 것인가? 그 단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모든 것을 당신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그것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나의 사전을 완성하는 데 반 세기 이상이 걸리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그 일을 시작했더라도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뜰 수도 있다. 동화로 유명한 그림 형제의 경우 함께 『독일어 사전』을 편찬하는 일을 시작했지만, 그들은 고작 F항목까지밖에는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그 사전의 마지막 항목이 완성되는 데 무려 106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편 우리말을 우리글로 풀이한 사전은 주시경 선생이 1910년쯤에 시작한 『말모이』편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사전은 완성을 보지는 못했다. 우리 사전들의 바탕이 된 사전은 조선어학회가 시작해 그 후신인 한글학회가 1947년에 완성한 『큰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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