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게 됩니다. 아침에 언제 일어나, 무엇을 먹을 것이며, 이후엔 어떤 일들을 할 것인가 등과 같이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에서부터 어떠한 사람이 되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같이 삶 전체를 포괄하는 부분까지 우리는 계속하여 선택을 합니다. 따라서 삶이란 연속된 선택의 축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택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주체적인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말이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인 의지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선택하고, 나아가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형성해 나가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아직 경제적, 사회적으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합니다. 대다수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해서 취미생활, 이성교제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학생들도 역시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맞는 대학 생활을 하기보단, 취업이나 고시를 준비하죠.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이 바로 인문학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세청세 준비회의 중에서 인문학 그 자체가 ‘자기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문학작품들 속에 나타나 있는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살펴보고,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마주하는 등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흔들림 없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세청세는 바로 주체적인 삶에 관한 학문인 인문학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와서, 인문학적 태도를 우리 삶에서 직접 실천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행사입니다. 2009 정세청세에 참가한다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이미 하나의 ‘선택’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EBS 지식채널e 영상인 <어느 사회 초년생의 사직서>를 통해, 우리의 선택 이전에 존재하는 현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부정의함, 자유를 가로막는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거꾸로 이것을 타파하기 위한, 우리의 정의로움과 자유를 향한 선택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영상을 보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직장 문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용기 있는 ‘사회 초년생’이 인터넷 상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용기 있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실천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그리고 우리가 제 1회 정세청세에서 나눌 ‘선택’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게 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변화를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세청세에 참가한 학생들 각자가 자기의 삶에서 겪은 부당함에 대해 생각해보고 여기에 저항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 왔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첫번째 질문지 ‘사회에서 부당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때 부당함에 대처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떠했는가?’는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이 지닌 모순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는 어떠했는지, 그때의 ‘나’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회사. 기껏해야 아직 대학밖에 오지 않았지만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사회 속의 부당함은 여전히 이어져 왔고 또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에게 다가올 부당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 부당함을 용인했던 기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대안학교에 다니는 친구는 대안학교 안에서의 문제점을 고치려고 애를 쓴 이야기도 했어요.”
부산“영상 속의 사회 초년생들은 열정은 있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요? 모두들 ‘지금은 참고 나중에 해결하면 되겠지’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회생활을 하며 부조리를 묵인하고 맙니다. 영상 속에서 보았던 것들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학교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들 대부분 학교에서 부당함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내려지는 제도들은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선생님과 학부모의 의견으로만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부당한 제도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제도를 탓하기 전에 여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구“저희 조는 먼저 오늘의 주제인 ‘선택하기-자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런 우리에게 선택을 피할 자유는 없지만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자유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원하지 않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회 구조나 조직의 압박 때문에 어떤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두발규제, 강제자율학습 등과 같은 부조리한 교육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나아가 저희는 저희가 받는 억압뿐만 아니라 저 멀리 제 3세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정도로)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억압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억압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은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사회 구조나 제도가 많은 사람들을 억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저희 조의 대답은 우선 정세청세와 같은 교육의 장, 대화와 소통의 장을 통해 우리들이 선택을 하는데 있어 기준이 되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그것이 나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내가 내릴 선택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생각해보고 선택하자는 것이지요.”
정세청세 6개 도시 청소년 기획팀
정리 하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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