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를 집필하던 때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따님이 이제 5학년이 되었죠? 지난 몇 년간 따님과 함께 수학 공부를 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 『우리 아이 수학박사 프로젝트』를 펴내셨습니다. ‘아빠와 하루 1시간 수학 문제 정복하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A∥저는 아이와 꽤 오랫동안 수학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따지면 5년이 넘나 봅니다. 그 동안 참 많은 문제집을 보았는데 거기서 받은 소감은 ‘세련’, 이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풀이 방법 위에 서 있는 문제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문제들을 보다 보니 조금은 아쉽더군요. 이 문제는 굳이 저렇게 세련된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나 같으면 이렇게 얘기해 줄텐데... 아니 이런 문제는 이런 점을 더 강조해야 하는데... 뭐 이런 아쉬움들이었지요. 아이 수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해답집은 너무나 세련된 방법으로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한 번 내볼까 하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죠.
그런데 2012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수학클리닉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를 읽으셨던 어느 집행위원의 초청이었죠. 저는 그 회의에서 저처럼 아이의 발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내는 수학책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의 후속작으로 아이들의 수학실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은 그 회의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아이보다 먼저 수학이라는 큰 산을 넘어봤던 아빠가 아이의 입장에 서서 수학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식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집에 나온 문제들을 보면서 수학의 기본을 파고드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순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수학책 구성을 따랐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제가 평소에 아이에게 늘 강조해왔던 점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Q∥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저녁에 꾸준히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빠와 매일 저녁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A∥대학 교수란 직업 덕분에 다른 사람에 비해 시간 활용에 융통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남들과 다른 입장에 서 있으면서 ‘학원에 왜 보내나요? 직접 가르치는 게 더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듯하여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도 일단 저녁 한 시간은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데 씁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시간이 많아서 가르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한 시간을 투자라 생각하십시오. 이보다 이자가 높은 투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Q∥이 책 말미에 ‘아이가 수학을 잘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시간’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따님과 함께 수학 공부를 하는 시간 동안, 어려운 점이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제가 책에서 말씀드린 시간은 학습시간과 독서시간 두 가지입니다. 하루 한 시간을 배우고 또 다른 한 시간 동안 익히는 생활을 초등학교 내내 할 수 있다면 수학을 못하려야 못할 수 없습니다. 독서시간도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만큼 중요합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수학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라… 글쎄요.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들이 흔히 겪는 그 정도의 에피소드는 굳이 얘기할 것도 없을 듯합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죠?
Q∥요새 스토리텔링 수학이 붐입니다. 교과서도 스토리텔링 수학, 창의력 수학으로 개정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장단점이 있을 듯싶습니다. 선생님은 ‘스토리텔링’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저는 이 책에서 문제를 푸는 데 대화가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공책과 연필만 있으면 되는데 무슨 대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대화는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토리텔링은 대화를 통해 푸는 수학의 또 다른 측면입니다. 대화를 많이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은 기호와 식을 통해 나타내는 간결함이 장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얘기를 만든 후 풀게 하는 것보다 수학식을 앞에 놓고 아이가 스스로 얘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Q∥최근 몇 년 사이 수학책의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수학을 공부하는 일반인들도 많은 것 같고요. 수학 전공자는 아니시지만, 신경생리학자로서 초등수학에 대한 책을 내셨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이란 과목을 좋아하고 잘하셨을 것 같은데, 수학의 매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학창시절엔 수학을 곧잘 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접하는 수학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던 그 수학이 아닙니다. 피의 흐름이나 신경 세포의 흥분성을 간결한 수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좀 더 일찍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Q∥지난 몇 년 동안 아이와 공부하면서, 바람직한 부모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을 학부모님들에게 전해줄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해답집에 나온 풀이에 너무 매이지 마시고 자신의 옛날 공부방법이나 고등수학의 풀이 방법을 강요하지도 마십시오. 자유롭게 사고하고 표현하도록 하여 자신만의 풀이 방법을 찾도록 돕다보면 결국은 수학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수학 정복의 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 부모님들! 제발 학원에 아이를 맡기지 마세요. 초등학생 정도라면 얼마든지 부모님들이 봐주실 수 있습니다. 부모보다 더 아이를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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