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 |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를 펴낸 이명석 저자 인터뷰




Q. 『도시수집가』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이후 10년 만에 궁리 독자들과 만나시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어떻게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와 비슷한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세계는 대재난으로 풍비박산이 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좁은 집에 칩거해야만 하는 상황. 저 역시 춤과 여러 취미를 포기해야 했지만, 낯선 상황에서 새로운 경험도 하고 글을 쓰는 데 집중할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요즘엔 상황이 나아져 조금씩 바빠지고 있어요. 이번 주엔 용산구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과 동네 지도를 그렸고, 공원을 테마로 한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멘토를 했고, 자원 봉사 기관의 젊은이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했습니다.

Q.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진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최근 한 드라마로 인해 ‘이상하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게 된 것 같아요. 제목으로 지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이상하다’는 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죠. 하나는 평범한 남들과 다르다, 둘은 정상적이지 않아 위험하다. 30년 지인에게 물어봤어요. “내가 예전엔 이상했지만, 요즘은 덜 이상하지 않아?” 그랬더니, “아니야. 넌 여전히 이상해. 의심할 여지 없이.” 그래요. 인정해야죠. 제 외모나 생활은 남달라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병들거나 위험한 상태로 이상해지진 않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비혼, 1인 가구, N잡러, 고양이와 식물 기르기... 지금은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삶을 무려 30년 전부터 살아오셨어요. ‘그렇게 살면 안 돼!’라는 주변의 참견과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A. 세상이 정해준 대로 살지 않겠다는 생각은 열다섯 살에 했어요. 하지만 곧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더라고요. 어른이 되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했고, 가족이나 사회와 다투어야 했고, 여러 귀찮은 일을 떨쳐내야 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내가 철이 없다, 이기적이다 하는데, 뭐 어쩌겠어요. 내가 이렇게 안 살면 못 살겠는데. 그런데 점점 이런 생활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솔직히 예상 못 한 일이에요.

Q. 요리, 악기, 춤, 게임 등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망설임이 없으신데요. 그중에서도 일일 집밥 교실에 청일점으로 참가했던 에피소드(p.62 ‘남자도 배울 수 있다니까’)가 눈에 띕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도전하길 두려워하는 중년 남성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원래 이상하게 생기고 성격도 수비적인 편이라, 어딜 가든 쉽게 녹아들지 못하긴 해요. 그런데 스스로 움츠러들지만 않으면 곧 그 벽을 넘을 수 있더라고요. 취미나 배움의 장소에선 직업, 나이, 성 같은 틀을 벗어두고 나오는 게 정말 중요해요. 뻔뻔하면서도 상냥한 사람이 되면 됩니다.

Q. 본문 중 ‘야생에서 생존하는 것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깨끗하고 건강하고 친절하게 살아남는 게 더 훌륭하다’라고 하신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스스로와 이웃, 사회를 돌아보는 시선이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따뜻하면서도, 어쩔 땐 냉철하고 객관적이라고 느꼈어요. 주변을 바라보거나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태도가 있으신가요?

A. 제가 그런 글을 썼다고 '깨끗, 건강, 친절'의 화신이 되었다고 오해하진 마세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스스로 다짐하려고 글을 쓴 것이기도 하니까요. 좋은 삶은 성적, 자격증, 월급과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얻을 수 없더라고요. 자기 삶의 작은 부분들을 계속 챙기는 게 정말 중요한데,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게 안타깝죠. 그러면 어른이 되어서라도 배워야 해요.

Q.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열심히 강과 산을 건너다니셨어요.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또 가장 인상 깊었던 강연이나 학교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A. 최소 백 군데 정도의 학교와 도서관을 다녀온 것 같은데요. 전교생이 교실 하나에 모일 수 있는 작은 학교는,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가 뭘 가르친다기보다 배우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의 여러 질문을 듣고 버스나 기차로 돌아오면, 오는 내내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해요. ‘어떻게 답해줬어야 했을까?’ 그래도 작은 답을 찾으면 다음 학교에서 그 이야기를 전해줘요. 그렇게 질문과 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학교와 학교를 이어가는 거죠.

Q. 이 책이 1인 가구 중년과 더불어 정상의 궤도에서 멀어져 불안해하는 청년이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이상하게 보여졌던 것들이 이제 이상하지 않게 된 때가 된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는 책이 되길 바라시나요?

A. 특별히 무언가를 알려준다기보다, ‘나 같은 사람도 사니까 각자 잘 살아보자'는 뜻입니다. 예전에 제가 만화 동호회 마스터를 했어요. 정말 세상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 친구들이 많이 모였는데요. 그런데 서로 이상하니 각자 조금 이상한 건 눈에 뜨이지 않더라고요. 미치긴 미치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미치면 괜찮잖아요.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을 얻거나, 소위 성공을 이루지 못해도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 방법을 찾고 그걸 나눌 사람을 사귀기만 해도 괜찮아요. 그 사람들 사이엔 친절과 선량함이 흐릅니다.

Q.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떤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실 계획인가요?

A. 이번 책엔 넣지 않았는데, 8년 전쯤부터 ‘마작’이라는 게임이 제 생활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어요. 100년 전에 유행한 이 게임에 요즘 시대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도 마작을 가르치면서 뜻하지 않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관련된 책이 이어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