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 강연후기┃“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핵발전과 핵폐기물 정책 바라보기”



참여연대&시민과학센터 공동기획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을 보다> 이영희 교수 강연후기︱“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핵발전과 핵폐기물 정책 바라보기” 2월 말에 『셀링 사이언스』 마감을 하고, 저는 요즘 매주 수요일 저녁 참여연대로 발걸음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궁리출판에서 3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마실가듯 참석하고 있지요. 지난 3월 17일(수)에는 이영희 교수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핵발전과 핵폐기물 정책 바라보기”란 주제로 강의를 하셨습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들려주셔서, 그리고 『셀링 사이언스』와도 교차하는 지점이 많기에, 강의 내용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3월 24일에는 얼마 전 궁리에서 나온 『테크노페미니즘』의 역자 박진희 선생이, 4월 7일에는 『셀링 사이언스』의 역자 김명진 선생이 강연자로 나선답니다. 헌데 다른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에 비해 이 강좌는 수강생이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과학기술과 시민의 관계가 아직까지는 어렵고 불편한 게 사실이지요. 모쪼록 과학기술과 여러분이 친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띄웁니다. 

핵발전에 대한 민주 씨와 알쏭 씨의 퍽 진지한 과학 대화 일러두기 : 이 글은 이영희 교수가 강의한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구성한 글입니다.

▶ 이영희 교수︱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지은 책으로 『포드주의와 포스트 포드주의』 『과학기술의 사회학』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가 있다.

민주 씨︱ 과학은 참 독특한 분야예요. 진보, 보수 막론하고 동일한 견해를 갖는 분야가 과학분야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사람 셋만 모여도 대통령이 술안주거리가 되고, 친인척 모이는 명절 땐 웬만하면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는 무언의 법칙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 아니던가요. 내가 옳네, 네가 틀렸네 감정 상해가며 싸우기 딱 좋은 주제가 정치이지요. 이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관한 한 늘 ‘중립적’인 입장을 표한다는 게 참 이상할 노릇이에요. 과학은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개발되고 진흥되어야 할 대상이랍니다. 한 가지 문제를 낼게요, 혹시 우리나라에 핵발전소가 몇 개인지 아세요? 알쏭 씨︱ 고리, 월성에 있는 건 확실히 알아요. 음, 전국 다 합쳐 한 열댓 개 되나요? 민주 씨︱  얼추 비슷하네요. 답은 20기예요. 2017년에 총 28기가 된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력 가운데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만지는 아세요? 놀라지 마세요, 무려 40%나 되요. 핵발전 대국이 따로 없죠? 설비용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6위를 점하고 있다 합니다. 알쏭 씨︱ 그러고 보니 지난해 말부터 원전 관련 뉴스를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아랍에미레이트까지 가서 원전수출 따온 걸 언론이 톱뉴스로 내보내서 기억하고 있어요. 정부가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던데? 대한민국 원전강국 되는 거, 이제 시간 문제인 건가요? 폐기물 처리문제, 안전성 등 논란 많게만 여겨왔는데, 요즘 핵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 안 하는 녹색기술로 재평가 받는 것 같더라고요? 지구온난화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민주 씨︱ 알쏭 씨, 기억 안 나세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사건. 6년간 발전소 해체작업에 동원된 노동자, 일반인 8천여 명이 죽고, 지금까지도 기형아 출산과 암, 백혈병 등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죠. 대재앙이 따로 없지요. 게다가 체르노빌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노르웨이, 영국, 스페인까지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고 복구만 수십 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1979년 미국에선 스리마일 섬 사고가 터졌죠. 그리고 말예요, 핵발전이 싸고, 안정적이라고 경제성 면에서 옹호하는 이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해요. 핵원료인 우라늄도 언젠가는 고갈될 거라는 걸. 또 원전 해체 비용은 어쩔 테죠? 고준위 폐기물도 풀어야 할 숙제라구요. 고준위 폐기물을 재처리하면, 소량의 플루토늄이 생산되는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핵무장 가능성 때문이죠. 해서 우리나라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현재 각 원전 저장조에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2016년이면 저장할 시설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해요. 알쏭 씨︱  민주 씨 말이 맞아요.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찬핵론자, 반핵론자 할 것 없이 고심해야 할 지점입니다. 최근 경주 방폐장이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잖습니까.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위한 부지로 경주 월성원전 인근 지역이 결정돼 공사가 착수되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월성원전터 근처에서 활성단층인 읍성단층이 발견돼 방사능 누출 염려가 있다고 하더군요. 부지로 적합하려면 지질학적 안정성이 꽤나 중요한 모양이에요. 민주 씨︱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알송 씨가 아까 핵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풍력, 조력, 태양광 발전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가 더 친환경적이지 않나요? 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없는 거죠? 제가 궁금한 건, 국가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의사결정에 왜 시민들이 참여하지 못하느냐, 바로 이겁니다. 다 국민들 세금 걷어서 하는 일 아니던가요? 이런 사안은 국민투표를 부쳐야 하는데…… 실상은 어떻죠? 관련 부처 장관이랑 기술전문가들 몇 명 불러놓고 정책결정해서, ‘수출효자산업’이라고 치켜세우는 보도자료 언론에 돌리고,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게 전부 아닌가요? 알쏭 씨︱ 민주 씨 흥분하셨네요, 맞아요. 시민들이 에너지정책 같은 사회적 사안에서 소외되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혹시 민주 씨는 전기 소비 줄이려고 평소에 노력하고 있나요?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말이죠. 에너지,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 문제인데, 무조건 반핵만 외치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심야전력 사용에 대한 산업용․농어업용 보조금 지급을 없애는 건 어떤가요? 민주 씨︱ 흠흠, 듣고 보니 맞는 것 같네요. 사실 반핵이니, 찬핵이니 하는 선호취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지요. 길 가다가, 아니면 전화로 여론조사 참여해본 경험 누구나 있잖아요. 이것도 참여라는 방식이기는 하다만, 단순한 선호취합의 방식은 분명 한계가 있어요. 투표도 마찬가지는 아닐까요. 과연 우리는 관련 사안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걸까요? 충분한 정보 없이, 단순한 이미지만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습니까? 



알쏭 씨︱ 민주 씨가 지금 말한 민주주의 모델을 학계에선 ‘숙의민주주의’라고 부르더군요. 참여민주주의에서 한걸음 나아간 최신 민주주의 이론이라고 하지요? “시민들이 쟁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결정하는 ‘informed decision making'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랍니다. 민주 씨︱ 제가 알고 있는 국내 시민단체 하나 소개할게요. (웃음) ‘시민과학센터’라는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위한 모임인데, 과학기술 쟁점에 대한 논의에 “합의회의”를 도입해서 1998년에는 GMO, 99년에는 생명복제, 2004년에는 원자력 관련 시민합의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시민합의회의’는 시민배심원제도를 응용한 제도인데요. 시민배심원제도가 뭔지 잘 아시잖아요. 일반 시민 십여 명을 인구통계적 대표성(성, 지역, 학력, 직업 등)을 고려해서 무작위로 뽑은 다음, 검사와 변호사라는 전문가가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한 이후에, 시민들이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이지요. 이들 시민과학센터 활동가, 연구자들은 과학기술 쟁점도 마찬가지로 관련 과학자, 정부관리, 산업계 등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이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알쏭 씨︱ 그래요, 이 시대 과학기술, 특히 응용과학에 중립은 없는 게 사실이지요.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원전수출 사안만 해도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나요. 이번에 한국전력이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 수출하는 데도 두산중공업은 기기를 생산하고, 삼성물산․현대건설은 시공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산업협력은 필수였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핵심 원전기술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사와 일본의 도시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건 민주 씨도 알고 있을 테고. 과학 관련 사안에 과학자, 산업계, 정부, 시민 각각의 입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거겠죠. 그런 점에서 그 “시민합의회의”란 제도 참 괜찮은걸요. 물론 이상적인 모델이라, 과연 구속력 있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민주 씨︱ 하지만 알쏭 씨 이걸 기억하세요. 시민교육․토론을 통해, 쉽게 말해 타인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우리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것이라고요.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거죠. 그리고 좀더 적극적인 참여란, 사방이 막혀 있는 매표장 안에서만 행사될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결과보다는 논의과정 속에서, 나와 너와의 대화 속에서 말입니다. 알쏭 씨︱ 민주 씨와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죠. 끝이 너~무 교과서적이라는 거. (웃음) • 정리/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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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안내>                                                                                                          출처 :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을 보다 - 참여연대 민주주의학교 강좌 의도︱오늘날 시민들은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 과학기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그러나 생태계 위기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시공간을 넘어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의 불확실성과 위험은 무엇이며, 그것은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지알아본다. 강좌 구성︱ 03.10 광우병과 신종플루가 보내는 경고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03.17 원전수출도 녹색인가 : 핵발전과 핵폐기물 -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03.24 지구온난화, 기후도 상품이다? -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03.31 당신의 유전자 프라이버시는 안녕하십니까 -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04.07 우주개발, 우리도 뛰어들어야하나 - 김명진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04.14 시민을 위한 과학기술은 가능한가 -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