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들 발음이 독특한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이꼬루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어시간이 아니라 수학시간에 참 자주 쓰던 말, 이꼬루. 정확하게 말하면 이퀄, equal이다. 수학 공식에 꼭 필요한 기호이다. 예를 들면, 일 더하기 삼 이꼬루 사. 이엑스제곱더하기사엑스더하기오이꼬루제로.....
x를 찾아서 일생 돌아다녔지만
세상을 등지는 사람은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절벽을 아래로 몸을 던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한다고 한다. =, 나란히 정박한 두 척의 돛단배처럼.
탄광촌, 남편이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할 때, 삽작문을 나서자 말자, 아내는 남편의 신발 한 결레를 나란히, 섬돌 위에 돌려놓는다고 한다. =, 이꼬루처럼. 신발 코끝이 식구들이 있는 집으로 향하도록. 오늘도 무사히 귀가하시라는 기원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도 아내가 차린 밥상에서 나란한 젓가락 두 짝을 집어라는 듯.
방정식을 푸는 요령은 모든 숫자나 기호는 대변으로 옮기고 좌변을 제로, 0, 커다란 구멍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고민과 욕심은 이꼬루를 통해서 제로로 수렴되는 것을 나타낸다. 대변과 좌변을 밧줄처럼 튼튼하게 =,이꼬루로 묶으면서. 방정식을 오래 뚫어지게 보면 이윽고 맨마지막으로 구멍 속에서 답이 툭 뛰어나온다.
x=0. 일생의 방정식이 이와 같도다.
1월 1일, 임인년 첫날 아침상을 받는다. 동그란 떡국 옆에 나란히 놓인 젓가락 두 짝이 오늘따라 =, 이꼬루를 닮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2022.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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